중국인과 중난하이를 경악게 한 ‘ZTE 사건’은 현재 미국 의회가 개입함으로써 계류 상태로 남아있다. 하지만 미국 의회가 트럼프 정부와 협의해 ZTE에 대한 제재를 풀어준다고 해도 이미 내상을 입은 데다 미국의 관리 감독 하에 놓일 ZTE는 어떻게 시장에서 신용을 회복할 것인가 하는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이 강하게 ZTE에 제재를 가하자마자 ‘어메이징 차이나’는 속이 텅 빈 본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정부가 작게 시험해 본 것에 불과하다. 5월, 트럼프 정부는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포하며 이란과의 새로운 협약에 서명하는 것을 금지했다. 모든 회사와 은행은 180일 이내에 이란과의 업무를 종결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트럼프는 “이란 핵무기 개발을 돕는 어떠한 국가라도 미국의 엄격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달 후인 6월 26일, 트럼프 정부는 모든 국가가 이란산 석유 수입을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11월 4일 전까지 이란산 석유 수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국무부 고위층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의하면 이란산 석유에 대한 수출입 금지 조치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매우 중대한 조치’이기 때문에 시행 범위에 모든 나라가 해당된다.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볼 때, 관련 회사들이 미국발 제재로부터 자유로울 확률은 거의 없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이란은 우호국이며 앞으로 각국 국제법 의무의 틀 안에서 정상 교류 및 협력을 유지할 것이며, 여기에는 경제무역 및 에너지 영역의 협력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 말에는 중국이 이란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함의가 담겨 있다. 베이징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정말로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일까? ZTE에 가하는 제재는 바로 이란에 대한 기술 수출 규제 위반으로 인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중국의 또 다른 대규모 국유 기업인 페트로차이나는 정말로 이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을까?
자료에 의하면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며, 중국은 이란의 6대 석유 수출국이다. 에너지 정보 분석 회사 젠스케이프(Genscape)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이란이 중국에 판매한 석유는 전체 수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게다가 프랑스의 슈퍼 메이저 석유기업인 ‘토탈(Total)사’는 미국으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지 못하면 2017년 7월부터 이란 사우스파(South Pars) 지방에서 진행하는 대형 천연오일가스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또 다른 합작 기업이 바로 페트로차이나이다.
한 분석 자료에 의하면 트럼프 정부가 제재 명령을 내린 이후 한국과 일본 등 이란의 주요 석유 구매국 및 유럽의 투자자는 모두 미국의 금지령을 준수할 것으로 보이나 베이징은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이란산 석유를 낮은 값에 사들여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페트로차이나가 이란 천연오일가스 프로젝트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즉, 베이징은 미국이 중국의 석유 회사를 제재 명단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거나 이전의 경험에 비춰 중국이 궁극적으로 이란 시장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 수 있다. 또는 중국이 어떤 손해를 보더라도 기꺼이 미국을 끝까지 상대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려고 미국발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어쩌면 베이징이 이러한 판단을 내린 데는 역사적 경험이 작용했을 수 있다. 2006년 미국이 이란에 엄격한 제재를 내린 후 유럽과 미국 회사들이 분분히 이란을 떠난 사이, 중국 기업들이 기회를 틈타 이란 시장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 중국 기업이 사들인 이란산 석유 규모는 이란의 수출량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2015년 이란 핵협정이 체결되면서 제재 조치가 지속적으로 완화되자 중국의 이란산 석유 수입량 또한 계속해서 상승했다. 따라서 이란으로서는 대 중국 수출량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란 대통령과 외무부 장관이 중국의 지지를 얻고자 잇따라 중국을 방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베이징과 페트로차이나가 지난 제재에서 미국의 제재에 상관하지 않고 이란과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었던 것은 베이징이 당시 미국 정부의 대 중국 유화정책을 의식해 주문서와 같은 다른 수단으로 워싱턴의 목소리를 낮춘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즉, 당시 미국은 중국을 어느 정도 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당시 페트로차이나는 제재로 인해 유전 개발 시설 구매 및 운송에 난항을 겪고, 유럽과 미국의 통제하에 있는 유전 발동기, 압축기 등 주요 정밀기기 구매 등의 영역에서 지장이 생기고, 산하의 쿤룬(崑崙)은행은 미국 금융 시스템의 연계가 끊겼으나, 페트로차이나 자체는 그렇게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베이징과 페트로차이나가 끝까지 버티겠다는 마음으로 요행을 바란다면 오산이다. 그러다 실패한 전례가 바로 ZTE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란에 대한 이번의 강경한 압박은 바로 공정한 무역을 추구하고, 설정한 목표에 따라 일을 추진하려는 트럼프에게서 나온 조치이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북핵 문제와 대 중국 교역 문제에서 극한의 압박을 가하는 등, 국내외에서 진행한 일련의 조치는 세계를 뒤흔들었다. 또한, 트럼프 효과로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침투에 대비한 방어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의 무역 규칙에 ‘노(no)’를 외치고 있다.
필자는 만일 베이징이 트럼프 정부가 발한 ‘엄격한 제재’의 경고, 그리고 트럼프의 결심을 과소평가한 채 계속해서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한다면, 미래에 베이징의 명령에 따르는 페트로차이나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본다. 제재는 쿤룬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페트로차이나 해외 개발과 관련된 업무 및 금융계정, 해외 자산에까지 미칠 것이다.
2012년 이전에는 중국 중신(中信)은행, 건설은행, 취저우(衢州)은행 및 중국은행의 지방 분점에서 이란의 신용장을 수리할 수 있었으나, 2012년 이후로는 정책 위험성에 대한 고려로 해당 은행들이 모두 이란과의 업무를 중단했다. 그럼으로써 쿤룬은행은 중국 내에서 이란과 교역할 수 있는 유일한 자금 통로가 됐다. 같은 해 7월, 미국 재무부는 쿤룬은행에 제재를 시행한다고 선포하며 쿤룬은행과 미국 금융시스템 간의 연계를 차단했고, 쿤룬은행의 계좌를 소유한 미국 금융기구는 반드시 10일 이내에 계좌를 해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후, 미국은 쿤룬은행의 달러 결산 통로를 차단했으며, 그에 따라 쿤룬은행은 유로 및 위안화 결제밖에 할 수 없게 됐다. 쿤룬은행은 또한 이란을 제외한 모든 국제 업무를 차단당했다. 제재가 끝난 후에야 이를 회복할 수 있었다.
만일 페트로차이나가 미국의 금지령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이란산 석유를 수입한다면, 분명히 쿤룬은행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7000억 달러가 넘는 페트로차이나의 해외 자산 및 계좌가 제재 명단에 들어갈 수도 있다. ZTE에 이어 트럼프의 눈엣가시가 된 페트로차이나는 이번에 크게 한 번 당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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