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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중국, ‘개혁의 시대’ 끝나고 ‘생존의 시대’로 들어가다

2025년 10월 28일 오전 9:06

10월 23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는 이 회의가 단순한 경제·정책 회의가 아니라 체제 생존을 위한 정치적 위기 대응 회의였음을 명확히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0월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9기 4중전회 모습. | 연합뉴스 10월 23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는 이 회의가 단순한 경제·정책 회의가 아니라 체제 생존을 위한 정치적 위기 대응 회의였음을 명확히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0월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9기 4중전회 모습. | 연합뉴스

2025년 10월 23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겉으로는 ‘제15차 5개년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였으나, 회의 직후 시작된 고위 간부 숙청과 군 인사 이동, 정권 내부의 불안 징후는 이 회의가 단순한 경제·정책 회의가 아니라 체제 생존을 위한 정치적 위기 대응 회의였음을 명확히 드러냈다.

당 기관지는 이 회의를 “위대한 자기혁명과 새로운 전진의 회의”로 묘사했지만, 정치권과 군 내부에서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해외 정치 관측통들과 내부 소식통들은 이 회의를 ‘위기 속 자기보존’으로 규정했다. 시진핑의 권위는 외형상 공고해진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체제 내부의 불안과 공포, 통제 불능의 정치적 균열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숙청과 공포로 유지되는 권력 구조

시진핑의 권력 유지는 이제 숙청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집권 이후 수년간 이어진 군내 고위 장성 제거는 이미 ‘정상적 인사교체’의 범주를 넘어섰다. 이번 4중전회 전후로만 해도 최소 9명의 상장급 장성이 해임 또는 조사의 대상이 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군 내부에서는 “능력은 두려움으로, 전문성은 아첨으로 대체됐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명령 체계는 더 이상 신뢰보다는 공포에 의해 유지되고 있으며, 장교들 간의 상호 불신은 이미 전시(戰時) 수준에 이르렀다.

과거 인민해방군이 ‘전쟁 수행 능력’보다 ‘정치 충성’을 우선시하던 시절로의 회귀인 셈이다.시진핑은 이러한 숙청을 통해 군을 장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군 내부의 동요와 이탈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일부 군인들은 중앙의 권력 다툼에 염증을 느끼며 당적 유지에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고, 이른바 ‘탈당’ 움직임이 조용히 번지고 있다는 정황도 있다. 시진핑이 군 통제를 강화할수록 오히려 군의 자율성과 정치적 반감이 확대되는 아이러니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형식적 충성과 불신의 내부 현실

중국공산당의 관료조직은 겉보기에는 여전히 시진핑 중심으로 결속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시진핑 3연임 이후 체제 내에서는 ‘형식적 충성’이 만연해졌다. 다수의 간부들이 반부패 단속이나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겉으로는 충성을 표명하지만, 내심에서는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번 4중전회 공보문에서 ‘두 체제(兩個確立)’, ‘두 보장(兩個維護)’이라는 용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 것은 시진핑의 절대권력 강화를 재확인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충성 강조’ 자체가 그의 권위 불안을 반증하는 정치적 징후로 해석된다. 시진핑은 세 번째 임기를 맞았음에도 여전히 개인숭배를 강화해야 하며, 이는 체제 내부의 ‘신뢰 결핍’을 상징하는 징후로 평가된다.

경제보다 안보를 택한 4중전회 실체

4중전회의 핵심 안건은 물론 ‘제15차 5개년계획(2026~2030)’ 수립이었다. 그러나 안건 곳곳에 드러난 표현을 분석해 보면, 이번 회의가 경제 개혁보다 정치·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보문에는 ‘투쟁’, ‘안보’, ‘위험 예방’, ‘자기혁명’과 같은 단어가 반복된다. ‘거센 바람과 거친 파도’, ‘폭풍우 속 전진’, ‘투쟁에 능숙해지자’와 같은 문장은 국가의 자신감보다는 오히려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향후 경제 전망을 낙관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체제 내부의 위기와 불안정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18기 4중전회(2014)가 ‘법치(依法治國)’를, 제19기(2019)가 ‘통치체계 현대화’를, 제20기 3중전회(2024)가 ‘전면 개혁 심화’를 강조했다면, 이번 제20기 4중전회는 명백히 ‘위기 관리’와 ‘정치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중국은 이제 ‘개혁의 시대’를 마감하고 ‘생존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면 통제와 ‘준전시체제’로의 전환

이번 회의 이후 시진핑 체제는 사실상 ‘준전시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은 권력 집중화와 제도적 축소다. 경제발전 전략으로 포장된 15차 5개년 계획은 사실상 국가안보 중심의 정치계획이며, 군의 역할 또한 ‘전투 준비’에서 ‘쿠데타 예방’으로 완전히 전환된 양상이다.

예컨대 장성민이 군사기율위원회 서기에서 부주석으로 승진한 인사는 그 상징적 사건으로 읽힌다. 이 인사는 인민해방군이 더 이상 외부 전쟁이 아니라 내부 불안과 반란을 감시하는 ‘정치안보조직’으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시진핑이 택한 전략적 판단이기도 하다. 그는 내부 반발과 외부 압박 속에서 통제 강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동시에 체제의 역동성과 자생력을 파괴한다. 공산당이 스스로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전쟁 상태’를 상시화한 순간, 중국의 정치시스템은 ‘자기혁명’이 아닌 ‘자기파괴’의 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진핑은 외형상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권력은 더 이상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불안의 산물이다. 그는 숙청을 통해 권위를 강화하지만, 숙청이 반복될수록 내부 불안은 심화된다. 이는 전형적인 ‘독재자의 딜레마’다. 권력 유지를 위해 공포정치에 의존할수록 정권은 오히려 더 빠르게 붕괴의 길로 접어든다.

중국 내부의 다수 관료와 군 장성들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누구도 체제의 변화를 입 밖에 내지 못한다. 시진핑은 통치자이자 동시에 체제의 인질이 됐다. 그의 정치적 생존은 곧 체제의 붕괴 속도와 직결된다.

이번 제20기 4중전회의 가장 큰 의미는 중국공산당이 개혁 시대와의 결별을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덩샤오핑 이후 유지돼 온 ‘개혁·개방(改革開放)’의 정치 언어는 이번 회의에서 사실상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안정’, ‘투쟁’, ‘안보’라는 단어가 국가의 핵심 아젠다로 대체됐다.

이는 중국이 스스로를 더 이상 세계와 협력하는 경제대국으로 보지 않고, 내부와 외부의 적에 둘러싸인 ‘전시체제 국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공산당의 생존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시진핑의 권력은 유지되지만, 그 권력은 곧 체제의 취약함을 증명한다. 공포 속에서 유지되는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번 4중전회 이후의 중국은 더 이상 ‘성장의 중국’이 아니라 ‘생존의 중국’이다. 이 회의는 시진핑 체제의 최후 국면이자, 중국공산당 통치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경찬 논설위원은 정치 PR 전문가로, 한국커뮤니케이션에서 정치 홍보를 담당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쌓았습니다. 이후 정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책과 정치 현장을 깊이 이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포크타임스 기자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언론의 최전선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파이 대표로서, 정무·언론·홍보 전반에 걸친 통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