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석유공사’ 장악한 저우융캉, 북한에 석유수출 주도
장쩌민파-김정은 흑막 드러나자 시진핑, 北반대 돌아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월 20일 열린 연례기자회의에서 ‘북한 핵개발 지원 혐의를 받고 있는 랴오닝 훙샹(鴻翔) 산업개발공사(이하 ‘훙샹’)에 대해 중국 당국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해외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9월 1일 랴오닝성 공안청 공식 웨이보에는 ‘단둥 훙샹산업개발공사 및 관련 책임자들이 무역 과정에서 심각한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게재된 바 있다.
정부 측에 따르면 2011년 설립된 랴오닝 훙샹산업그룹은 2000년 1월 설립된 단둥 훙샹산업개발유한공사 및 랴오닝 훙샹국제화물운송대리유한공사가 합쳐진 형태다. 그룹의 등록자본금은 약 1억2500만 위안(약 169억원)으로 현재 직원수는 680여명이다. 훙샹은 현재 대(對)북한 무역, 화물운송 대리, 선박 운수, 북한 식당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룹 산하에 있는 완전출자 자회사와 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자회사, 그리고 합자설립회사로는 단둥 훙샹산업개발유한공사, 랴오닝 훙샹국제화물운송대리유한공사, 랴오닝 훙샹국제여행사유한공사, 단둥 훙샹변경무역정보자문서비스유한공사, 류경호텔, 선양칠보산(七寶山)호텔이 있다. 이들 회사 및 호텔은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핵무기 설계, 제조·실험에 자금 제공”
이와 관련된 중국 정부 측의 공식적인 언사가 다소 모호한 반면 서구 언론의 보도는 한층 상세하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와 영국 BBC의 보도를 통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미국과 한국 싱크탱크가 9월 19일 발표한 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훙샹이 북한과 진행한 무역 규모는 5억3천2백만 달러(약 5,868억원)로 그 중 북한으로부터의 수입 물품 가액은 3,600만 달러(약 397억원)에 달한다. 보고서는 ‘해당 자금의 최종 용도를 판단할 방법은 없으나 다만 이러한 액수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및 핵무기 설계, 제조 및 실험에 제공된 자금으로 충분해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훙샹과 북한 간의 무역품 가운데는 민간과 군수용으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물자가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제3자가 정리한 세관 데이터를 인용, 회사가 작년 9월 북한에 25만여 달러에 달하는 산화알루미늄을 수출했으며 이것이 가장 마지막 수출이었다고 밝혔다. 산화알루미늄은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심분리기로 사용될 수 있다. 이는 훙샹이 북한 핵실험과 연관되어 있음을 입증한다.
두 번째, 보고서는 훙샹산업의 여타 사업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예컨대 북한이 선양에 세운 합자기업인 칠보산호텔은 소니픽처스 해킹 공격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도된 북한 온라인군 121국의 집결지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훙샹과 북한군 사이에 모종의 연계가 있음을 암시한다.
세 번째, 중국 당국은 최근 몇 주간 그룹 자금과 그룹 창립자이자 이사장인 마샤오훙 및 그 친척 등이 소유한 자산을 동결했다. 마샤오훙과 그 시어머니인 딩아이롄은 각각 훙샹산업 지분 80%, 20%를 소유하고 있다. 번시(本溪)공안국은 이미 부부의 지분을 6개월째 동결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단둥 지방법정은 북한과 사업상 협력관계에 있는 합자기업 2곳을 포함한 기업 3곳에 훙샹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을 3년간 동결 처분했다.
북한군 해커들, 선양호텔에 숙박
상술한 사실들은 각종 추측과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훙샹이 북한과 이처럼 중대한 거래를 벌이고 심지어 북한군 해커들을 선양 소재 호텔에 숙박하게까지 한 것은 필시 북한 정부 및 북한군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인데, 훙샹은 어떻게 북한과 이처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까? 중국 당국과 국가안전국은 일개 민영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북한 정부 측과 심지어 군사에 관련된 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과연 모르고 있었을까? 의도적으로 방임한 것은 아닐까? 배후에 있는 중국 고위층이 민영기업의 명의로 북한과의 비밀 거래를 은폐한 것은 아닐까?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재차 강행한 이후 중국 당국이 미국과 협력해 훙샹의 자산을 동결한 것은 어떤 목적이며 효과는 어땠을까?
훙샹의 파워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우선 그룹 이사장인 마샤오훙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00년 훙샹을 설립하기 전 그녀는 한 쇼핑센터 직원이자 단둥 소재 한 수출입회사 사장이었다. 90년대부터 북한과의 무역을 시작한 마샤오훙은 북한에 원유를 수출하고 폐철을 수입하는 한편 평양에 광업합자기업을 설립했다. 2000년 1월 훙샹산업을 설립한 후 그녀는 정부 측으로부터 방직제품 및 전자제품에서부터 건축, 화학재료 등의 제품에 이르기까지 판매 허가를 취득했는데, 중국 사회에서 이러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와의 연줄이 필수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이 2006년과 2009년 핵실험을 진행한 후 중국과의 무역이 위태로워졌을 당시에도 마샤오훙의 사업은 여전히 순조로웠다는 점이다. 이는 훙샹이 결코 일반적인 기업이 아니며 단둥 정부뿐만 아니라 중앙의 일부 부처와도 모종의 관련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2012년 ‘걸출한 여기업가’라는 호칭을 부여받은 마샤오훙은 2013년 랴오닝성 인민대회 대표로 선출됐다. 그러나 최근 랴오닝성 인민대회에 부정선거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이에 연루된 랴오닝성 인민대회 대표 450명이 사퇴하는 가운데 그녀 역시 사퇴한 바 있다. 이는 그녀에게 정경유착 기업인이라는 낙인이 깊게 찍혀 있으며 배후의 흑막이 존재함을 시사하는 또다른 증거다.
비록 마샤오훙의 뒤를 봐주는 것이 어떤 관료인지 확인할 증거는 없지만, 그녀가 조사처분에 취해진 시점에서 리펑(李峰) 랴오닝성 인민대회 부주임이 돌연 해임된 것은 훙샹과의 연관성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리펑은 과거 랴오닝성 공안청 청장, 성 정법위 서기직을 차례로 역임한 바 있는데, 훙샹처럼 북한 정부 및 북한군과 연관된 기업은 성 공안 및 사법부의 도움과 묵인이 없었다면 사업을 전개하기 곤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민간에 도는 소문에 따르면 저우융캉이 중국 국내에서 북한 김씨 정권의 위조지폐, 마약 판매를 돕는 데 있어 중국 측 담당자가 바로 리펑이었다고 한다. 이 역시 증명 가능한 사실은 아니지만 소문이 이유 없이 돌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쩌민파인 저우융캉은 줄곧 김씨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저우융캉, 김씨 정권과 밀월관계 유지
온라인 소식에 따르면 북한 내 석유의 80%가 단둥에서 수입된다. 2002년 설립, 중국 중국석유공사(CNPC)의 자회사인 CPPB((China Petroleum Pipeline Bureau)에 예속된 ‘단둥 중조우의수유(輸油)공사’의 소재지 곳곳에는 중국석유공사(CNPC)의 영문 약자가 붙어 있다. 중국 관료들 가운데 저우융캉이 석유계를 32년간 장악했으며 CNPC가 그의 직계 조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 때문에 저우융캉은 CNPC가 북한에 석유를 수출하는 문제에 있어 발언권을 가지며, 북한 측 역시 저우융캉의 이러한 위치를 감안해 최고급 예우를 갖추었다.
저우융캉은 북한의 요청으로 2010년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방북 기간 중 저우융캉은 김정일과 4차례 면담을 가지는 한편 김용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했다. 열병식에 참석한 저우융캉은 김정일과 함께 주석대에 나란히 앉아 사열하기도 했다.
저우융캉은 2011년 7월 베이징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겸 당중앙 서기 겸 총무부 부장인 태종수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을 접견했다. 접견 기간 중 저우융캉은 에너지 문제를 비중있게 논의했다. 태종수는 김정은 취임 이후 조선 노동당 함경남도 당위원회 책임서기로 임명되었는데, 북한 핵실험 기지가 위치한 곳이 바로 함경도다.
한편 장쩌민파인 쩡칭훙 역시 과거 김정일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이는 시진핑이 취임 이후 북한을 홀시, 북한과의 관계가 갈수록 냉각된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마샤오훙이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저우융캉과 김씨 정권의 어두운 거래에 끼어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녀가 북한과 이러한 거래를 해오면서도 시진핑 진영이 랴오닝에서 대규모 반부패 운동을 벌이기 전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도 명백해진다.
필자가 보기에 북한 핵실험 이후로 중국이 미국 측의 제안대로 훙샹의 자산을 동결하고 마샤오훙을 조사한 것은 우선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 핵무기 추가 제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경제적 원조 및 물자 공급을 중단한다는 의미가 있다. 동시에 북한 및 북한의 배후에 있는 장쩌민파 세력을 향해 위험한 ‘게임’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효과가 있을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김정은의 다음 행동을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중국 당국은 마샤오훙 배후에 있는 흑막에 대해 알고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밝히지는 못할 것이다. 배후가 드러나게 되면 당국의 체면 역시 다시 한 차례 손상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