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히트곡 ‘헝가리 무곡’에 얽힌 표절 논란
브람스는 ‘헝가리 무곡’이 여행 중에 접한 민요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 퍼블릭 도메인 브람스의 가장 대중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헝가리 무곡’이다. 이 곡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독일의 거장 브람스와 헝가리의 방랑 음악가 에두아르드 레메니 사이에는 영화 같은 만남과 배신, 그리고 표절 논란이 숨어 있다.
레메니와 무명의 피아니스트의 만남
헝가리 미슈콜츠 출신인 레메니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의 동기였으며 빈 국립음대에서 함께 수학했다. 1853년 1월, 함부르크의 한 호텔에 머물던 그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당대 최고의 상류층 인사를 위한 공연을 앞두고 반주자가 아파서 오지 못하게 된 것. 급하게 대역을 수소문하던 그가 소개받은 청년이 요하네스 브람스라는 19세의 무명 피아노 선생이었다.

에두아르트 레메니(왼쪽)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브람스를 처음 만났다. | 퍼블릭 도메인
첫 리허설을 마친 레메니는 경악했다. 이름도 모르는 이 청년의 실력이 전임 반주자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천재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운명이 내 친구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구나”라고 읊조릴 정도로 브람스에게 매료됐다. 두 사람은 그날 밤 파티도 잊은 채 새벽까지 합주에 빠져들었고, 이 일로 레메니는 함부르크 사교계의 웃음거리가 됐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브람스를 데리고 독일 투어를 돌며 “여기 천재가 나타났다!”라며 홍보하고 다녔다.
거장 리스트 앞에서 졸아버린 브람스
레메니는 브람스를 돕기 위해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프란츠 리스트를 찾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리스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긴장이 풀린 탓인지 브람스가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이 일로 레메니는 큰 망신을 당했고, 결국 브람스를 슈만에게 보내며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훗날 슈만이 잡지를 통해 브람스를 ‘음악의 메시아’로 치켜세웠을 때, 레메니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브람스가 편지로 소식을 전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미 스타가 된 브람스는 브람스는 끝내 어떤 소식도 전하지 않았다.

1866년 루시앙 마제노드가 촬영한 요하네스 브람스의 사진 | 퍼블릭 도메인
‘헝가리 무곡’을 둘러싼 표절 시비
브람스는 이후 낭만주의의 거장으로 우뚝 섰다. 특히 20년에 걸쳐 완성된 ‘헝가리 무곡’은 그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됐다. 그러나 1879년 1월 18일, ‘뉴욕 헤럴드’가 ‘25년간의 비밀, 브람스 헝가리 무곡의 진짜 작곡가는 누구인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레메니의 주장은 이랬다. 브람스와 투어를 다니던 시절, 자신이 고향 헝가리의 민속 음악과 집시 멜로디(차르다시 등)를 브람스에게 수없이 가르쳐 주었는데, 브람스가 이를 자기 이름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헝가리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 벨라 켈러 | 퍼블릭 도메인
실제로 ‘헝가리 무곡’ 21곡 중 브람스가 순수 창작한 곡은 11, 14, 16번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편곡’으로 분류된다. 특히 가장 유명한 5번 무곡조차 헝가리 작곡가 벨라 켈르의 곡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레메니는 브람스가 출처 표기 없이 자신의 멜로디를 편곡했다고 주장했고, 브람스는 여행 중 들은 민요를 정리한 것뿐이라고 맞서며 두 사람 사이에는 해묵은 원망과 표절 논란만 남았다.
논란을 잠재운 브람스의 탁월한 편곡능력
브람스가 레메니를 통해 헝가리 음악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름 없던 민속 선율을 정교한 클래식 음악으로 다듬어 전 세계인이 즐기게 만든 것은 브람스의 탁월한 편곡 능력과 관현악법의 공이 크다. 선율의 원작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브람스는 헝가리 문화의 역동적인 색채를 클래식의 주류로 끌어올렸다.
오늘날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을 듣고 있으면, 거친 집시의 영혼을 세련된 예술로 승화시킨 브람스의 천재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비록 그 선율의 ‘뿌리’에는 레메니라는 잊힌 음악가의 눈물이 섞여 있을지라도 말이다.
* 이미경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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