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클래식] 오케스트라 조화의 정점, 안목을 끌어 올리는 교향곡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등 다양한 악기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 교향곡에서는 다양한 악기에 의해 재해석된 주제 선율을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사진은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 연합뉴스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어도 정작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거나, 유명한 몇 곡 외에는 들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the 친절한 클래식]은 막연했던 클래식의 세계로 향하는 ‘문’을 살포시 열어드립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교향곡(Symphony)입니다. 흔히 거대하고 난해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교향곡이야말로 클래식 전체를 조망하는 눈을 가장 빠르게 넓혀줍니다. 그 형식에 마법 같은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이죠.
악기라는 배우가 펼치는 파노라마
교향곡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대규모 기악곡을 뜻합니다. 여기서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큰 규모로 편성된 악기들의 집합체’가 아닙니다. 악기들 자체가 색깔을 바꿔 주제를 재해석하는 배우들입니다. 교향곡의 핵심인 주제(멜로디)는 반복되지만, 저마다의 색깔로 재해석하면서 성격이 달라집니다.
같은 멜로디라도 현악기가 연주하면 길고 부드러운 흐름이 되고, 목관악기가 하면 말하듯 다정한 대화가 되며, 금관악기는 당당한 선언처럼 웅장하게 다가옵니다. 타악기가 더해지면 긴장감과 추진력이 생깁니다.
오케스트라는 아름다운 선율만 연주하지 않습니다. 반주처럼 들리던 리듬이 속도를 올려 장면을 몰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저음(첼로·콘트라베이스)이 낮게 깔리며 어둠을 드리우게 하기도 하며, 금관이 갑자기 들어와 결말의 시작을 알리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가 쌓이면서 긴장-완화-폭발하는 곡의 전개를 만들어냅니다.
시대의 감정을 기록한 그릇
교향곡은 시대에 따라 의미가 확장됐습니다. 고전주의 시대(하이든·모차르트)에서는 균형 잡힌 형식이 중심을 이뤘고, 베토벤을 거치며 “개인의 세계관과 시대의 감정까지” 담는 그릇으로 확장됐습니다. 이후 낭만주의에서는 더 큰 규모와 더 강한 표현을 품었고(브람스, 차이콥스키 등), 20세기에는 언어 자체가 다양하게 분화합니다(말러, 쇼스타코비치 등). 때로는 합창이나 독창이 들어가는 교향곡도 생깁니다.
이 흐름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교향곡은 단지 오래된 음악이 아니라, 시대마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해 왔는가”를 보여주는 공적 기록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길게 흐르는 교향곡, 어렵지 않게 즐기는 법
교향곡은 흔히 곡이 길고 악장 네 개가 이어지다 보니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부담을 느끼기 쉽습니다. 사실 교향곡은 이해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따라가다 보면 들리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아래 팁에 따라 감상한다면, 교향곡이 더 이상 ‘완주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친해질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입니다.
첫 번째, 한 편의 이야기처럼 생각하기
교향곡은 하나의 긴 곡으로 몰아서 듣기보다, 서로 다른 장면이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듣습니다. 각 악장은 하나의 완결된 장면처럼 작곡되어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악장별로 익숙해진 뒤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열립니다. 보통 교향곡은 4악장으로 구성됐는데, 악장마다 시간을 나누어 듣는 것은 음악을 ‘소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과 같습니다. 한 번에 전 악장을 들으려고 하지 말고 오늘은 1악장, 다음 날은 2악장, 천천히 소화시키듯 음악을 들어보세요.
두 번째, 분석하지 말고 흐름을 느껴보기
먼저 이 음악이 전반적으로 어떤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지 느껴봅니다. 각 악장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도, 음악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향곡에는 집중이 필요한 순간과 편안히 흘려들을 수 있는 순간이 공존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구조를 파악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흘러가는 소리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됩니다.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해서 듣기보다는 때로는 걸을 때, 집안일 할 때, 운전할 때처럼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이 스며들게 하면 됩니다.
세 번째, 마음에 끌리는 악장부터 듣기
마음에 드는 악장부터 천천히 친해지는 것도 자연스럽고 즐거운 청취 방법입니다. 음악을 듣다 보면 기억에 남는 선율이 반드시 등장합니다. 그 선율 하나를 따라가며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익숙해진 후 자연스럽게 다른 악장으로 이어서 연결해 듣고 이 과정을 통해 곡의 흐름과 구조를 이해하게 됩니다. 각 악장의 성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체 구조가 들어오고 작곡가가 왜 이런 순서로 음악을 배치했는지도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교향곡을 처음 들으면 길고, 반복이 많고, 대비가 조밀해서 처음에는 “어디가 어디인지” 모를 수 있지만, 몇 번만 제대로 따라가면, 곡의 색깔은 선명해지고, 장면들도 더 구조적으로 들립니다. 중요한 건 음악을 공부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생활 속에서 자주 마주치는 길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 길을 여러 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길지 않게 느껴집니다. 길어서 어렵던 것이 아니라, 낯설어서 길었던 것임을 알게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교향곡과 친해지는 첫걸음으로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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