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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여는 찬란한 선율, 클래식 음악 10선

2025년 12월 31일 오전 8:00
2023년 새해 축하 행사 당시 드라헨베르크에서 바라본 베를린의 불꽃놀이 전경. | 퍼블릭 도메인2023년 새해 축하 행사 당시 드라헨베르크에서 바라본 베를린의 불꽃놀이 전경. | 퍼블릭 도메인

2025년이 저물고 2026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에포크 브라이트에서 연말연시에 가장 어울리는 클래식 명곡을 소개합니다. 공연장에서 신년 음악회를 감상하면 좋겠지만, 갈 수 없더라도 아래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들어보세요. 희망을 노래하는 역동적인 선율로 새로운 시작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 ‘라데츠키 행진곡’

매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신년 음악회를 전 세계에 생중계합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은 1946년 앙코르곡으로 처음 연주된 이후 매년 가장 기다려지는 곡이 되었습니다. 지휘자의 신호에 맞춰 오케스트라의 활기찬 연주가 이어지고, 기다렸다는 듯 연주에 맞춰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힘찬 박수는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킵니다.

연례 비엔나 신년 음악회를 위해 준비된 ‘라데츠키 행진곡’의 악보. | 카디(Kadı) / CC BY 3.0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샴페인 폴카’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빈의 왈츠를 완성시킨 인물입니다. 그의 아버지처럼 그가 작곡한 곡들도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에서 정기적으로 연주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이 음악회는 80여 년 전, 슈트라우스 가문의 음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작품 중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다른 왈츠와 폴카 곡도 자주 연주됩니다. 연말연시 시즌에 가장 어울리는 곡을 꼽자면 단연 1858년에 발표된 ‘샴페인 폴카’입니다. 샴페인 병을 ‘펑’ 하고 따는 소리에 곁들이기에 이만한 곡이 없습니다. 다만, 춤을 추기 전에는 잔을 내려놓는 것을 잊지 마세요.

‘샴페인 폴카(Champagne Polka)’의 대중적 인기를 활용한 1874년의 샴페인 광고. 당시 광고주들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Strauss Jr.) 음악의 인기를 제품 판매에 적극 활용했다. | 퍼블릭 도메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샴페인 폴카’

일본에서 “가장 이색적인 풍습”이라 꼽히는 문화가 있습니다. 매년 새해 전야에 일본 전역에서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교향곡 제9번(Ninth Symphony)’ 중 ‘환희의 송가(Ode to Joy)’ 합창이 연주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9번 교향곡’이 일본에 처음 전해진 것은 1918년으로, 반도 포로수용소(Bando Prisoner of War Camp)에 수용되어 있던 독일 군인들이 연주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어떻게 일본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건 베토벤의 이 걸작이 그의 고향인 독일보다 일본에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인기가 어찌나 대단한지, 때로는 최대 10,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합창단이 한 무대에 서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차이코프스키 ‘1812 서곡’

‘1812 서곡’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연말연시 가장 사랑받는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1880년, 나폴레옹의 침공에 맞선 러시아의 조국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812 서곡’을 작곡했습니다. 이 곡의 악보에는 실제로 16발의 대포 소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포 소리를 화려한 불꽃놀이로 대신한다면, 활기찬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곡은 없습니다.

2007년 공연에서 ‘1812 서곡(1812 Overture)’을 연주 중인 미국 육군 군악대. | 매그너스 만스케 / CC BY-SA 2.0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박쥐 서곡’

새해 첫날에는 ‘슈트라우스’라는 성을 가진 작곡가들의 음악이 넘쳐나지만,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Die Fledermaus)’는 특별히 언급할 만합니다. 이 작품에는 새해 전야의 파티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우아한 복장의 손님들이 활기찬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가운데 유쾌한 소동이 펼쳐집니다. 새해 축하 행사를 다루는 몇 안 되는 고전 작품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전 세계 오페라단에서 연말연시에 자주 공연됩니다. 특히 서곡은 이 작품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는 곡입니다.

하이든 ‘교향곡 104번’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은 연말연시 인기곡을 여러 곡 남겼습니다. 특히 ‘런던 교향곡’으로 알려진 ‘교향곡 104번’이 가장 유명합니다. 하이든은 런던에 머물면서 이 곡 외에도 11개의 교향곡을 더 작곡했지만, 마지막 12번째 곡에만 ‘런던’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또한 ‘교향곡 103번’, 일명 ‘북소리 교향곡’의 시작 부분은 길고 웅장한 팀파니 독주로 시작하는데, 이는 새해 카운트다운을 알리기에 매우 적절합니다.

프란츠 레하르 ‘메리 위도우 왈츠’

연말연시 요한 슈트라우스 외에 인기 있는 빈 오페레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출신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의 작품입니다. 경쾌한 왈츠 선율과 화려한 파티 묘사가 돋보이는 이 곡은 축제 분위기에 완벽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파티를 여는 분들이라면 부유한 과부가 서정적인 멜로디와 함께 무도장을 사로잡는 대목인 ‘메리 위도우 왈츠(The Merry Widow Waltz)’에 매료될 것입니다.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공연 장면. (왼쪽부터) 폴 그로브스(다닐로 역), 수잔 그레이엄(한나 역), 데이비드 포틸로(카미유 역), 안드리아나 처치먼(발랑시엔 역). | 마티 솔 /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헨델 ‘왕실 불꽃놀이를 위한 음악’

춤과 폭죽이 어우러진 음악은 신년 축제를 위한 최고의 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지 프리드리히 헨델의 ‘왕실 불꽃놀이를 위한 음악’은 8년간의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을 종식시킨 아헨 조약을 기념하기 위해 작곡되었습니다. 당시 런던 보홀 가든에서 열린 리허설은 유료였음에도 무려 12,000명의 인파가 몰려 런던 브리지가 마비될 정도였습니다. 정작 불꽃놀이 당일에는 비가 내리고 거대한 목조 구조물에 불이 붙어 행사는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헨델의 음악만큼은 완벽하게 연주되어 시민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습니다.

모차르트 ‘현악 세레나데 13번 G장조’

하이든과 동시대에 고전주의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새해의 설렘을 닮은 활기찬 걸작들을 수없이 남겼습니다. 그중에서도 ‘현악 세레나데 13번 G장조’, 일명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K.525)’는 도입부의 당당하고 명쾌한 선율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새해맞이 곡으로 손꼽힙니다. 비장미 속에 세련된 질주감을 담은 ‘교향곡 40번 G단조(K.550)’나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오페라 ‘마술피리’의 주요 곡들도 잘 어울립니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의 음악이 사랑받는 이유는 특유의 우아함과 즐거움이 이루는 균형에 있습니다.

슈만 ‘섣달 그믐날의 노래’

로베르트 슈만의 ‘섣달 그믐날의 노래’는 위대한 작곡가가 특정 공휴일을 위해 직접 쓴 몇 안 되는 작품입니다. 오페레타 ‘박쥐’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가치가 있음에도, 역설적으로 신년 음악회 레퍼토리에서는 찾기 힘든 곡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 곡이 아이들을 위해 쓰인 내밀하고 사색적인 곡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슈만이 두 딸을 위해 집필한 피아노 교본 ‘어린이를 위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곡은 활기찬 멜로디로 누구나 쉽게 연주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파티가 끝난 뒤 새해 결심을 새기며 차분히 감상하기에 좋은 곡입니다. 슈만의 앨범이 이 노래로 끝을 맺는 것처럼, 이번 플레이리스트의 마지막도 이 곡으로 장식하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조윤덕 기자가  기사의 번역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