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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에서 영감받은 명곡 4선

2025년 11월 24일 오후 10:49
‘한여름 밤의 꿈’의 한 장면인 티타니아와 보텀, 에드윈 랜시어, 1848~1851년,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소장.‘한여름 밤의 꿈’의 한 장면인 티타니아와 보텀, 에드윈 랜시어, 1848~1851년,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소장.

작곡가들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와 전설에서 영감받는다. 운 좋게도 우리 청중도 음악으로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바다에 매료됐고, 바다에서 영감받았다. 어느 날 오데사 해변을 걷던 중, 바다가 그에게 말을 걸었고, 그의 영혼을 움직여 음악을 창작하게 했다. 바다는 서양 문학 속 최초의 항해자이자 ‘계략의 인물’로 불리는 오디세우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순간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마음속에는 ‘오디세이아’의 한 구절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영감이 떠올랐다. 흘러가는 파도 소리와 고대 시인의 언어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새로운 예술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예술가의 영감과 창작 과정은 언제나 불가사의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위대한 예술가가 또 다른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과 만날 때, 언제나 새로운 아름다움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러시아 해군 장교이자 작곡가였던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바다에서의 경험을 통해 서양 시문의 아버지라 불리는 호메로스의 작품과 깊은 교감을 이루었고, 그 결과 ‘호메로스의 한 페이지, op. 60’이 탄생했다.

‘호메로스의 한 페이지, op. 60’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 작품을 구상할 때 처음에는 훨씬 더 큰 프로젝트의 일부로 하려고 했다. 1901년 그는 블라디미르 벨스키에게 오페라 ‘나우시카’의 대본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나우시카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제6권에 나오는 인물로, 오디세우스가 난파되어 섬에 떠밀려 왔을 때 나우시카는 그 섬의 공주였다. 10대 소녀였던 나우시카는 키 크고 거친 낯선 남자에게 매력을 느꼈고, 그녀의 아버지는 오디세우스를 사위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트로이 전쟁으로 수십 년간 집을 떠나 있던 오디세우스의 마음에는 단 하나, 아내 페넬로페에게 돌아가려는 마음만 가득했다.

그러나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벨스키는 이미 두 편의 오페라 대본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에 림스키-코르사코프는 혼자서 ‘오디세이아’를 바탕으로 한 작은 스케치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곡은 원래 오페라의 서곡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 오페라 계획은 흐려졌지만, 이 스케치는 결국 독립된 12분짜리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1897년의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 퍼블릭도메인

이 곡은 폭풍우 속 파도가 부서지는 듯한 화려한 화음으로 극적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낭만적인 고음 선율이 등장해 강렬한 분위기를 균형 있게 조절한다. 곡 초반부는 금관악기를 많이 사용하여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마치 긴장감과 흥분감이 넘치는 현대 영화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곡이 전개될수록 잔잔한 여성 합창이 더해져, 태양 빛 가득한 지중해의 낙원 같은 신비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론 림스키-코르사코프만이 위대한 문학 작품에서 영감받은 작곡가는 아니었다. 음악사에는 서구 문학 전통과 연결된 수많은 작품들이 가득하다. 고전 문학이 음악으로 재탄생되는 모습들은 작곡가들의 천재성과 문학의 변치 않는 힘을 동시에 보여준다.
다른 세 가지 작품을 소개한다. 이 작품들이 문학과 음악을 더 깊이 탐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돈키호테, 기사적 성격의 주제에 의한 환상적 변주곡, op. 35’

고전 음악 작품 중 영웅적인 문학 인물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대표작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 기사적 성격의 주제에 의한 환상적 변주곡, op. 35’이다. 1605년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발표한 이 작품은 기사도 시대가 한참 지난 뒤에도 모험을 찾아 스페인 평원을 떠도는 외로운 방랑 기사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서구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했고, 약 30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였다.
1897년, 슈트라우스는 ‘돈키호테’를 바탕으로 한 ‘교향시(톤 포엠)’를 작곡했다. 교향시는 시나 소설의 내용을 음악으로 해석해 표현하는 관현악곡을 뜻한다. ‘돈키호테’는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야기라 음악적으로 해석하기에 적합했다. 슈트라우스에 따르면 이 작품에는 53개가 넘는 주제와 모티프가 포함되어 있다.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마리안 윌리엄스 토비아스는 이 교향시가 이야기의 전개를 훌륭하게 끌고 나가는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토비아스는 음악 평론가 어니스트 뉴먼의 말을 인용했는데, 뉴먼은 “바흐의 위대한 작품들을 제외하면 이처럼 무한한 상상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스페인 콘수에그라의 풍차들.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로 유명한 장소다. | 미하우 오스멘다

이러한 상상력은 슈트라우스의 악기 편성에서 드러난다. 첼로 독주(때로는 바이올린 독주)가 돈키호테 자신을 주제로 표현하며, 클라리넷과 테너, 튜바는 그의 시종 산초 판자를 상징한다. 오보에는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둘시네아를 나타낸다. 첼로 소리는 대개 대담하면서도 유려하며 낭만적인데, 소설 속 돈키호테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다.
악기 편성에서의 창의력은 두 번째 변주곡에서도 나타난다. 이 변주곡은 돈키호테가 양 떼를 적군으로 착각해 공격하는 소설 속 한 장면을 바탕으로 한다. 슈트라우스는 금관악기의 불협화음과 플러터텅잉(혀를 빠르게 떨며 내는 기법)을 사용해 양들의 울음소리를 흉내 냈는데, 그 기법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초기 예 중 하나이다.
1921년, 슈트라우스가 자신의 톤 포엠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묻는 말에 ‘돈키호테’를 상위 세 작품 중 하나로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와 내 생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들은 ‘차라투스트라, 돈 키호테, 그리고 도메스티카이다.”

‘한여름 밤의 꿈 서곡, op. 21’

독일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은 모차르트에 견줄 만한 음악 신동이었다. 그는 6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9살에 첫 연주회를 했다. 17살 때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위한 서곡을 작곡했다. 지휘자 마린 알솝은 “멘델스존은 이 작품에서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해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천상의 세계 속 마법과 경쾌함을 완벽하게 담아냈다”라고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은 마법에 걸린 숲속에서 길을 잃은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젊은 멘델스존에게 폭넓은 예술적 탐구와 표현의 기회를 제공했다. 희곡 속 다채로운 서사는 기쁨, 로맨스, 마법과 함께 인간 사회, 결혼,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으며, 모두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시로 표현되어 있다. 멘델스존은 이 모든 요소를 작품에 충분히 녹여냈다.
서곡은 위엄 있는 네 개의 화음으로 시작되며, 곧이어 플루트와 현악기의 공기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소리가 장난기 가득한 요정들의 발놀림을 연상시키듯 경쾌하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어 현악기와 호른이 어우러져 풍성하고 즐거운 음향으로 확장된다. 서곡이 진행되면서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지만, 작품의 희극적이고 긍정적인 결말을 반영하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는 끝까지 유지된다. 멘델스존은 아테네 궁정, 요정들, 연인들, 그리고 직공 닉 보텀까지 다양한 등장인물의 주제를 절묘하게 섞어냈다. 스트라우스처럼 멘델스존도 동물의 소리를 흉내 내기 위해 기발한 악기 편성을 활용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마법에 걸린 보텀의 당나귀 울음소리를 현악기의 ‘히-호’ 소리로 표현했다.

‘길은 계속된다, 중간계의 시와 노래들’

위대한 판타지 작가 J.R.R. 톨킨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을 비롯해 중간계를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들을 위해 수십 곡의 노래를 썼다. 책 속에서는 단순히 가사 모음에 불과했지만, 톨킨 작품들이 출판되고 인기를 끌면서 일부 음악가들이 이 노래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이 영국의 작곡가이자 가수, 엔터테이너인 도널드 스완으로, 코미디 듀오 플랜더스 앤 스완의 멤버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스완은 톨킨과 직접 협력하면서 톨킨 작품 속 발라드, 여행 노래, 시들을 영국 가곡 전통에 맞춰 음악으로 만들었다. 그는 톨킨의 승인을 받아 이 곡들을 ‘길은 계속된다, 중간계의 시와 노래들’이라는 음반으로 발매했으며, 톨킨이 주석과 해설을 달아줬다. 스튜어트 헨드릭슨은 이 음반의 노래들을 녹음하고 해설했는데, 수록된 곡 중 하나를 제외한 모든 곡은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중 한 곡은 톨킨이 창조한 엘프어로 불린다.


J.R.R. 톨킨 삽화가 그려진 빈티지 페이퍼백 판 『호빗』 표지, 1937년 9월 21일 출간. | 두디즈(Shutterstock)

피터 잭슨 감독의 톨킨 원작 영화에 어우러진 하워드 쇼어의 사운드트랙으로 중간계의 음악을 익힌 이들에게는 스완의 곡들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헨드릭슨의 녹음에는 중간계에 존재하지 않는 악기인 피아노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노래들은 매력적이고 감동을 준다. 이 곡들은 보통 소수의 악기로 반주 되는 독창이 주를 이뤘던 중세 혹은 고대 음악의 음악 문법과 분위기를 닮아있다. 무엇보다도 톨킨 자신이 이 곡들을 승인했다는 점이 신뢰를 더 한다.
4,000년 넘게 이어져 온 호메로스의 고대 서사시부터 현대 톨킨의 서사시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문학 작품들은 끊임없이 음악으로 재해석되고 변주되어 왔다. 음악과 문학은 모두 대체 불가능한 예술의 힘을 가지고 있다. 바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우리가 새로운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두 예술 형태의 상호작용은 시대를 거치며 서로를 풍요롭게 해왔다.

*이지수 인턴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