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무대 뒤의 검은 손, 한국 공연계 흔드는 중국 ‘통전부’

션윈 방해로 드러난 종교계 우회 침투의 실체

2026년 01월 10일 오전 11:42
2016년 주한 중국대사관의 압력으로 션윈 내한 공연이 취소된 후 KBS 공연장 앞에서 한국 현지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션윈예술단 제공2016년 주한 중국대사관의 압력으로 션윈 내한 공연이 취소된 후 KBS 공연장 앞에서 한국 현지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션윈예술단 제공

매년 한국을 찾는 뉴욕 기반의 세계적인 공연예술단 션윈예술단(Shen Yun Performing Arts). 션윈은 뉴욕 링컨센터, 워싱턴 케네디센터, 프랑스 팔레 데 콩그레 등에서 연속 매진을 기록하는 ‘월드클래스’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한국에서는 내한 공연 시기만 되면 특정 인사와 단체가 극장에 대관 취소를 요구하고, 관람 자제 공문을 돌리며, 공연을 비방하는 시위를 조직하는 모습이 해마다 되풀이된다.

션윈은 어떤 공연인가

션윈은 미국 뉴욕에서 창단된 공연단으로, 중국 고전무용과 민족무용, 동서양 악기가 결합된 라이브 오케스트라, 화려한 의상, 3D 디지털 배경을 결합해 5천 년 중국 전통문화를 무대에서 재현한다. 서유기, 삼국지 등 고대 역사·신화를 모티브로 한 여러 개의 독립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몽골 초원, 당나라 궁정, 전쟁터, 히말라야 등 시공간을 넘나든다.

영화 「아바타」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미술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가 “색채, 조명, 무용 모든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브로드웨이 전문 매체가 “꼭 봐야 할 공연”이라 호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션윈 무용수들이 공연 중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 션윈예술단 제공

중국공산당이 두려워하는 ‘중국 전통문화 공연’

‘중국 전통문화 복원’을 내세운 션윈은 중국 본토가 아닌 미국 뉴욕에서 제작되는 공연이다. 1949년 집권한 중국공산당은 무신론을 앞세워 문화대혁명 등을 통해 기존 전통 가치와 종교·신앙 문화를 ‘봉건 미신’으로 규정하고 탄압해 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해외 망명을 택했다. 션윈의 창단 멤버 중 일부도 마찬가지다. 션윈의 인지도가 커지고, 공연 중 일부 작품이 중국 내 인권 탄압을 다루면서 중국공산당은 션윈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중국 밖까지 확장된 방해 공작

중국 내에서 션윈 공연이 공식적으로 금지된 것은 물론, 중국공산당과 그 산하 기관들은 해외 공연에 대해서도 각종 방해 공작을 전개해 왔다. 알려진 패턴은 대사관·영사관을 통한 극장 압박, 공연 취소 요구 공문, 허위 정보 유포, 현지 단체를 앞세운 반대 시위, 공연단 버스 차량 파손 등 물리적 위협까지 포함한다.

호주·유럽·북미 등 여러 국가에서 공연 직전 또는 예매 호조 속에 갑작스럽게 대관이 취소되는 사례들이 연이어 보고됐고, 국제 인권 단체와 국회의원들은 이를 중국의 ‘통일전선 공작’의 일환으로 지목했다. 션윈이 단순한 상업 공연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이 통제하지 못하는 예술 공간이라는 점이 공산당 입장에서 특히 불편한 지점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에서 반복되는 대관 취소와 방해

한국은 2007년 첫 내한 이후 션윈이 매년 찾아오는 대표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지만, 그만큼 중국 측의 압력과 방해가 집요하게 드러난 무대이기도 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연장들 상당수는 중국 대사관의 항의와 공문, 전화 압박 등을 이유로 이미 진행 중이던 대관 계약을 번복하거나, ‘외교 관계’를 명분으로 대관 자체를 회피해 왔다.

대표적으로 2016년 서울 KBS홀에서는 예매가 한창 진행되던 션윈 공연이 내부 결정으로 갑작스레 취소되었는데, 당시에도 중국 측의 압력과 공영방송사의 눈치 보기가 맞물린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실제로 중국대사관 측에서 공문을 발송해 압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에도 대관 신청 단계에서부터 ‘외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공연’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보이지 않는 블랙리스트가 작동하고 있다는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석연찮은 공문과 중국 관영 언론의 선전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한국 기독교계 일부가 션윈 공연을 방해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7월 14일,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명의로 전국 교회에 ‘션윈예술단 공연 관람 주의 요청’ 공문이 발송됐고, 이와 유사한 내용의 공문이 이전에도 수차례 발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목할 점은 이 공문 발송 후 불과 2주 후에 한국 교계 연합기구 대표단이 중국 통일전선공작부 관리 하의 중국기독교협회(CCC)를 방문해 교류를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시점상으로 중국이 해외에서 오랜 기간 추진해 온 파룬궁·션윈 비방 선전과 한국 교계 내부의 경계 담론이 맞물리며, “한국 교계의 언어로 중국 공산당의 공포를 대신 말해 주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반(反)사교 선전 사이트들은 한국 기독교 언론이 보도한 파룬궁·션윈 비판 기사들을 재인용하며 “한국 종교계도 사교 침투를 경계한다”는 선전으로 재가공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 언론 보도 → 중국 관영 매체 인용 → 다시 국내 재유통’되는 고리가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한국발 기사와 공문이 중국의 파룬궁·션윈 탄압을 정당화하는 증거 자료로 활용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기독교 내부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기독교 언론 사설은 “중국의 종교는 신앙이 아니라 체제 유지의 도구다. 교류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이다. 한국 교계가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권의 논리에 편승한다면, 그 자체로 신앙의 변질을 의미한다”고 지적했고, 장로교 한 중진 목회자도 한국이 자칫 중국 선전 조직의 외곽 조직화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반사교망 웹사이트에 소개된 오명옥. 한국에서 파룬궁을 비방하고 있는 오명옥을 비롯한 활동가들의 소식은 정기적으로 중국 언론 및 정부 운영 웹사이트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종교사무국 흡수한 통전부, 한국에 침투

2018년 3월 중국 중앙 통일전선공작부(이하 통전부)가 종교사무국, 해외화교사무국, 국가민족사무위원회의 핵심 기능을 흡수하며 종교·민족·화교 분야를 통합했다. 이는 통전부가 일개 부서에서 직원 수 6만 명의 ‘초부처’ 수준의 거대 기관으로 거듭났음을 뜻한다. 통전부는 흡수한 종교사무국을 적극 활용해 해외 종교계와의 교류를 확대했다.

국내 기독교계에서도 통전부의 방침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국내 기독교계 한 종파가 파룬궁을 ‘사이비’로 규정한 보고서는 중국 국가종교사무국 산하 허난성 종교국의 초청을 받아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 목회자들이 중국 측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보고서가 주요 근거로 삼은 책은 한국인 오명옥이 집필한 저작이다.

이 책의 내용은 한때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던 파룬궁 비방 문건과 상당 부분 일치하며, 실제로 중국 대사관 사이트에는 같은 취지의 중국어 자료가 여전히 남아 있다. 즉, 한국 교단의 ‘사이비 규정’과 내부 교육 자료가 중국 정부 발(發) 프로파간다와 밀접하게 겹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며, 그 결과 외부 기독교 매체들이 이 결정을 ‘공신력 있는 근거’로 포장해 파룬궁의 명예를 훼손하는 데 활용해 왔다.

파룬궁·션윈 비방 캠페인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종교와 진리’ 대표 오명옥은 션윈 대관 불허 청원 공문을 전국 극장에 보내고, 전화와 서한으로 극장 측을 압박하며, 시위 대행 업체를 통해 션윈 반대 집회를 조직하는 등 막대한 비용이 드는 활동을 지속해 왔다. 2022년 12월 21일 이탈리아 로마 법원 제18 민사부는 전능신교(Church of Almighty God) 신자 난민 사건 판결문에서 그를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 활동한 요원(operatrice)”이라고 명시하며, 그의 활동이 중국 정부의 선전과 종교 박해 정당화에 기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22 12 21, 이탈리아 로마 법원 제18 민사부 판결문에 수록된 오명옥에 대한 내용. 이탈리아어로에이전트 오명옥(L’agente Ms. O Myung-ok’이라고 명시하면서, 그의 활동이 중국 정부의 선전과 종교 박해 정당화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에이전트는 일반적으로 대리인, 중개인, 요원 등을 지칭한다.

통일전선 공작과 세계의 대응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당이 당신을 대신해 말한다(The Party Speaks for You)」 보고서에서 중국공산당 통전부가 해외 종교·문화 행사를 후원하고, 현지 지도자들을 포섭해 친중 메시지를 퍼뜨리는 방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대만 마조 순례 행사와 인도네시아 불교 사찰 복원 프로젝트에서 통전부 산하 단체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동시에 ‘하나의 중국’ 및 일대일로 홍보와 시진핑 사상 교육을 병행한 사례는 이러한 패턴의 전형으로 소개된다.

호주·대만·미국·일본 등은 이미 외국 대리인 등록제·투명성 법제를 통해 통전부의 회색지대 활동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종교·언론 교류 명분으로 중국공산당과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통전부의 영향력 공작이 어디까지 스며들어 있는지조차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션윈 방해와 파룬궁 비방이 매년 반복되는 현실은 한국 역시 더 이상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경고 신호로 읽을 수 있다.

호주 국책연구소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간한 보고서 「당이 당신을 대신해 말한다(The Party Speaks for You)」. 중국 통전부의 해외 종교계 침투를 상세히 분석했다.

션윈을 둘러싼 ‘예술’과 ‘공작’의 충돌

뉴욕에서 출발한 션윈은 세계 최정상 공연장들을 무대로 중국 전통문화를 복원하는 예술 프로젝트로 성장했지만, 동시에 중국공산당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화 콘텐츠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한국에서 매년 반복되는 대관 취소와 비방 공문과 시위는 무신론 체제의 중국 통일전선 공작이 국내 종교·언론계에 어떻게 침투해 작용하는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종교와 예술의 자유는 특정 정권의 통제와 선전을 위해 동원되는 도구가 아니라 신앙과 양심을 지키는 보호막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션윈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은 단순한 공연계 사건을 넘어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 상식과 양심의 선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