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영국, 정보수집 거점 우려에 中 ‘메가 대사관’ 승인 또 연기

2025년 12월 08일 오후 3:17
2025년 2월 8일 영국 런던의 옛 로열 민트 부지에서 중국 대사관 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집회를 열고 있다. | AFP/연합2025년 2월 8일 영국 런던의 옛 로열 민트 부지에서 중국 대사관 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집회를 열고 있다. | AFP/연합

보안 통신시설·금융 심장부 인접…英 정보기관 ‘안보리스크’ 제기
중국 강력 반발 속 스타머 총리 방중 일정과 맞물려 외교 변수로

영국 정부가 중국이 런던 도심에 짓기를 추진 중인 이른바 ‘초대형(mega) 대사관’에 대한 심사 기한을 세 번째로 연기했다.

AP통신과 로이터 등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최근 영국 정부의 계획 승인 심사기구인 영국 계획 감독처는 당초 이달 10일로 예정했던 중공 대사관 신축 계획 심사 기한을 내년 1월 2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번이 심사 연기 세 번째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내무부와 외교부는 대사관 건축이 국가 안보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을 검토해 왔으며, 이 검토가 완료되거나 보안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공은 2018년 런던 금융 중심지 인근의 구(舊) 로열 민트 부지를 2억5500만 파운드(약 5천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직원 200명을 위한 숙소와 문화센터 등 런던 곳곳에 흩어진 외교 시설을 통합하겠다며 유럽 최대인 2만㎡ 규모의 대사관 설립 구상을 밝혔다.

로열 민트 부지는 과거 영국 조폐국이 있던 역사적인 지역으로 런던 타워 맞은편에 위치해 상징성이 크다. 이곳에 대규모 중공 외교 시설이 들어서고, 이후 문화센터 등을 통해 소프트파워 확산 전략을 펼친다면 영국 중심가 풍경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이곳은 영국 통신사 BT의 보안 전화국과 영국 금융 산업의 심장부인 금융 자치구(시티 오브 런던) 인근에 자리해, 대량의 민감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광섬유 케이블이 매설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당국이 ‘안보적 민감성’을 들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영국의 국내정보국(MI5)은 중국을 지속적인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중국이 영국에서의 첩보·기술 절취,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지난 10월 이 기관 수장도 “중국의 국가 행위가 매일 영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역 주민들과 지역의회, 인권단체, 홍콩 및 위구르 출신 망명자 단체 등도 이번 건설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새 대사관이 중국 정부의 감시와 정보활동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해 왔다. 용도가 밝혀지지 않은 지하시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중공은 이번 심사 연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중공 외교당국은 “(영국이) 상호 신뢰와 협력을 훼손하고 있다”며 “심사 신청을 신속히 승인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정치적 이해에 따라, 설립이 허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영국 언론들은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MI5 내부 고위 인사들은 새 대사관 설립이 제기하는 보안 위험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영국 노동당 정부가 내년 초로 계획 중인 키머 스타머 총리의 방중을 위해 포석을 깔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심사 기한이 1월 20일로 잡힌 만큼, 총리 일정과 겹칠 수 있어 외교적 행보에 차질이 없도록 중공 측의 불만을 무마할 필요성이 있어서다.

이번 사안은 중공에 대한 영국 정계와 정보당국, 시민사회의 종합적인 평가를 보여주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대사관 통합이 보안 측면에서 오히려 이점”이라는 긍정적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정보당국의 경고와 시민사회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중공은 외교적 압박에 나서며 심사 통과를 종용하고 있으나, 스파이 활동 의혹과 정계 침투, 인권 상황에 대한 유럽의 부정적인 평가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한편, 스타머 총리는 지난 1일 연례 외교정책 연설에서 중국(중공)이 영국에 국가안보 위협을 가한다면서도 영국-중국 양국 간 경제 무역 관계를 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