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평범한 일상에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
라파엘로 작, 「그랜드 듀크의 성모」(1506~1507년경) 부분. 이탈리아 피티 궁전. | 퍼블릭 도메인 나는 앞서 니케아 신경의 한 구절을 인용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은 그동안 내가 쓴 글 가운데 가장 큰 반응을 얻었다. 인기의 이유는 아마도 글의 완성도보다 주제가 바로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글에서 인용한 니케아 신경의 구절은 ‘그가 하늘에서 내려오셨다(He came down from heaven)’였다. 나는 크리스마스는 바로 이 ‘내려옴’에 관한 것이며 그것은 신이 우리의 삶 안으로 다가오는 방식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인간은 늘 위로 올라가고자 하고, 자신을 높이고자 하지만, 신은 그 반대라는 것. 그리고 ‘신이 내려옴’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이를 통해 겸손하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돌아보는 게 크리스마스의 진짜 선물이라는 것. 나는 글에서 이 의미를 종교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물론 이것만이 크리스마스가 의미하는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025년, 위태롭고 불안한 세상을 돌아보며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오늘의 현실과 맞닿은 크리스마스의 또 다른 진짜 메시지는 무엇일까.

1950년 미국 조지아주 클라크스빌의 한 모임에서 젊은 여성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하는 모습 | 퍼블릭 도메인
혼란의 시대, 희망이 중요한 이유
그리스로마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에서 온갖 부정과 악이 날아간 후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희망’이었다. 희망이란 무엇일까. 체코의 극작가이자 체코공화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바츨라프 하벨은 이렇게 말했다.
“희망은 어떻게든 잘 될 것이란 믿음이 아니라, 어떻게든 가치가 있으리란 확신이다. 그게 잘 되든 말든 상관없이!”
이 말은 희망을 이해하는 하나의 출발점이 된다. 보다 실질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희망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다니엘 골먼은 그의 책 ‘감성지능 EQ의 재발견’에서 ‘보건 의료와 상담, 교육을 비롯한 인간 서비스를 수행하는 분야에서 최고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자신이 돕고자 하는 이들을 향해 희망을 표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이러한 직업은 스트레스가 높고 좌절이 잦은 만큼, 희망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라고 적었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의 핵심적 특성 가운데 하나는 ‘희망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서 우리가 어떤 변화라도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희망은 반드시 필요하다.
영국 작가 G.K. 체스터턴은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문은 용기와 희망 앞에서 열려 있다”고 말했다. 철학자 J.J. 고드프리는 1987년 저서 ‘인간 희망의 철학’에서 ‘신뢰는 현재를 향한 태도이고, 희망은 미래를 향한 태도’라고 정의했다.
희망으로 바꾼 세상의 변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뒬멘에 있는 성 빅토르 교회에 설치된 예수 탄생 장면 | 디트마 라비히
크리스마스는 철학이나 신학의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보통 사람에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야기 속 구체적인 장면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마리아와 요셉은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당시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모든 사람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인구 조사를 받고 세금을 내도록 명령했다. 두 사람이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았다는 이야기와 구유에 예수를 눕혔다는 이야기는, 당시 그들의 삶이 얼마나 비루하고 열악했는지를 말해준다. 여기에 헤롯왕의 분노에 대한 이야기는, 늘 생존의 위협에 시달렸음을 드러낸다. 당시 일개 시민의 생명은 하찮은 것이었고, 폭군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목숨을 잃는 일이 다반사였다.
우리는 흔히 성탄이 한겨울의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일어났다고 상상한다.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많지 않기에, 바로 그 지점에서 희망이 개입한다. 예수의 탄생은 미리 예고됐고, 신의 뜻에 따라 계획된 것이었다. 더 나아가, 하늘에서는 별이, 땅에서는 그 사실을 알아본 소박하고 겸손한 목자들이 그리고 그들보다 더 멀리서 달려온 동방의 현자들이 이 사건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증명했다. 헤롯왕의 절망적인 악행마저도 예수 탄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만약 이 탄생이 그의 권력과 권위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면, 그토록 무리한 방법으로 예수를 없애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귀도 레니의 ‘헤롯왕에게 학살당하는 아기들’(1611)‘. 볼로냐 국립미술관 소장. | 퍼블릭 도메인
어떤 중요한 의미에서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인간의 탄생과 닮아 있다. 아이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선을 행하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막내아들이 최근 딸을 얻었는데, 이제 19개월이 되었다. 아이를 향한 아들의 기쁨과 희망은—할아버지인 나에게도 마찬가지로—실로 너무나 크다. 모든 탄생은 문자 그대로 ‘새로운 창조’다. 생명이 죽음을 이기는 순간이다.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이 세상 모든 인간의 탄생과 닮아 있다. 한 아이가 선을 행하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함께 따른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막내아들은 이제 19개월 된 딸을 두었다. 할아버지인 나도 그렇지만 아들이 그 아이를 보며 느끼는 기쁨과 희망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모든 탄생은 말 그대로 ‘새로운 창조’이자, 죽음 위에 생명이 승리하는 순간이다.
예수의 탄생에는 또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의 생애와 그가 남긴 업적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영향을 미쳤고, 인류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로마 제국에서 이교(異敎)의 쇠퇴,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 제국의 몰락, 고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노예제도의 폐지 그리고 각 개인이 고유한 존재로 인정받기까지.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고 지내지만, 모두가 예수와 기독교 탄생을 둘러싼 희망이 만들어낸 변화다.

라파엘로의 ‘그란두카의 성모(1506~1507년경)’, 이탈리아 피렌체 피티 궁전 소장 | 퍼블릭 도메인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생명이 죽음을 이겼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기뻐할 이유가 있다. 아이 같은 마음은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고, 자연스럽게 희망을 품게 만든다. 어른의 걱정과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시간 역시 희망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런 쉼이 없다면 금세 지칠 것이다.
잠시라도 책임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일은 우리의 영혼을 가볍게 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러시아 속담에 ‘희망의 왕국에는 겨울이 없다’는 말이 있다. 크리스마스가 건네는 희망 덕분에 우리는 가장 깊고 어두운 겨울도 결국 지나갈 수 있음을 믿는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1909년)’ 삽화 속 가난한 크래칫 가족의 성탄 만찬 장면 | 퍼블릭 도메인
크리스마스가 전하는 가장 심오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세상의 참된 빛이 우리 곁으로 이미 왔으며, 덕분에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에 대한 희망과 모든 인간이 고유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희망 그리고 우리 모두가 커다란 신의 계획 속에 포함돼 있다는 믿음에 대한 희망이다. 이런 명확한 메시지 앞에서 어떻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다가오는 새해, 우리 모두 인류와 자신을 향한 희망을 새롭게 품어보면 어떨까.
*박은주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작가 소개
제임스 세일은 지금까지 50권 이상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신들, 영웅들 그리고 우리》(브뤼헤스 그룹, 2025)를 출판했다. 그는 2022년 ‘푸시카트 상’ 시 부문 후보에 올랐고, 2017년 고전시인협회 연례 대회에서 1등을 수상했으며, 2019년 뉴욕에서 공연했다. 그의 최신 시집은 《DoorWay》다. 작가와 그의 단테 프로젝트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EnglishCantos.home.blo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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