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진핑만 환영?…김해공항 앞 집회 ‘경찰 이중잣대’ 의혹
 10월 30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전차량 훙치(紅旗) 포함한 중국 측 차량 행렬이 경북 경주 요금소를 지나고 있다. | 연합
10월 30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전차량 훙치(紅旗) 포함한 중국 측 차량 행렬이 경북 경주 요금소를 지나고 있다. | 연합            10월 30일 오전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내 공군기지 의전시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경찰은 공항 일대의 경계와 보안을 한층 강화했다.
이날 새벽부터 김해공항 주변 주요 도로에 교통 통제가 이뤄졌고 지대가 높은 부산김해경전철 덕두역 출입도 일시적으로 제한됐다.
같은 시각 공항 인근에서는 약 400명이 모인 ‘시진핑 방한 환영’ 집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국내 여러 대학의 중국 유학생들이 다수 포함됐다.
참가자들은 한·중 국기를 흔들며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을 환영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외국인등록증이 꽂힌 명찰을 달고 있었고 현장에서는 “언론 인터뷰는 절대 응하지 말라”는 안내가 나오기도 했다.

10월 30일 오전,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방한에 맞춰 중국 유학생들이 김해국제공항 밖에서 일렬로 서서 환영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반면 같은 시간 공항 주변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한국 시민들도 있었다.
군산대 체육학과에 재학 중인 강창모(25) 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현장을 찾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국민의 지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현장에서 겪은 상황에 대해 “한국에서는 외국인의 정치 집회가 금지돼 있다. 그런데 덕두역 근처에서는 중국인들이 집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아무 제재도 하지 않았다”며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는 정치적 목적의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특정 국가나 정당, 정책에 대한 찬반을 드러내는 정치적 목적의 집회는 외국인이 참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문화·종교·인권·환경 등 비정치적 목적의 평화 집회는 관할 경찰서에 사전 신고를 거쳐 허용될 수 있다.
기자는 부산강서경찰서 정보과에 연락해 해당 중국인단체의 집회 주최자 및 신고 규모를 확인하려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강 씨는 “우리는 단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국민이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We go Trump(위 고 트럼프)’, ‘We go Together(위 고 투게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는데 경찰이 제지했다”고 말했다.

10월 30일 오전, 몇몇 한국 청년이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외곽에 자발적으로 모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있다. | 강창모 제공
그는 또 “이번 미·중 대결 구도에서 한국이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우리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강 씨는 “한국 국민들은 중국 공산당의 간섭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 주석이 내세운 중화사상 때문에 반중 감정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내정이나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진핑 환영’ 집회 인근에서는 보수 성향 유튜버 3명이 집회를 방해하다 경찰관과 충돌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이날 시 주석이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후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말레이시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 등 각국 정상들도 잇따라 같은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의 환영 집회나 한국 시민의 반대 시위는 없었다.
부산경찰은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강화된 경비 태세를 유지해 관련 국제 행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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