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공산당 반대 대자보 붙인 中 청년, 말레이로 탈출해 망명 신청

2025년 10월 15일 오후 1:18
중국을 탈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한 천방차오 | 에포크타임스중국을 탈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한 천방차오 | 에포크타임스

광둥 출신 25세 청년 천방차오, 2023년 ‘지하철 선언’ 붙이다 체포
징역형 만기 출소 후에도 괴롭힘 끝에 탈출…쿠알라룸프르 공항에 발 묶여
“중국의 세뇌교육, 비판정신 파괴해” 국제사회 관심과 도움 호소

중국 광둥성에서 공산당 독재 종식 등 반체제 대자보를 붙였다가 수감됐던 청년이 출소 후 해외로 탈출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본지 홍콩판 취재진은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머물고 있는 광둥성 칭위안시 출신의 중국인 남성 천방차오(陳邦超·25)를 화상통화로 단독 인터뷰했다.

천 씨는 지난 8일 밤 극적으로 중국 본토를 빠져나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했으나, 말레이시아 당국에 의해 공항에 발이 묶인 채 자유세계의 수용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현재 유엔난민기구(UNHCR)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상태다.

‘다당제 실시, 사법부 독립’ 등 개혁 요구하다 체포

천 씨는 2023년 2월 27일 아침, ‘지하철 선언’이라는 이름의 반체제 대자보 100부를 인쇄해 광저우 지하철역 주변에 붙이다가 체포됐다. 작업 도중 감시가 삼엄해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으나 55부만 붙이는 데 성공하고 붙잡혔다.

수사 과정에서 국가안전부 요원들은 “만약 네가 북한에 있었다면 이미 총살됐을 것”이라며 협박했다. 같은 해 7월 27일 광저우시 판위구 인민법원은 그에게 ‘사회 소란죄’를 적용해 징역 18개월을 선고했다. 이 죄목은 인권활동가, 반체제 인사, 파룬궁 수련자들에게 자주 적용되는 혐의다.

감옥에서는 전선 생산, 변압기·전자담배·의료기 조립 등 각종 육체노동에 시달렸다. 보수가 있긴 했지만 한 달에 100위안(약 2만 원)에 불과했다. ‘노동을 통한 재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행해진 사실상의 노동 착취였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간수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한밤중에 그를 깨웠기 때문이다. 낮에는 졸지 못하도록 감시를 받았고, 교육 시간에는 고개를 치켜든 채 중국 관영 CCTV 방송을 시청해야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중국공산당의 통치 체제와, 중국인들이 잊고 살아가는 ‘현실’을 더욱 깊이 깨달았다고 했다.

강제노역 직접 겪은 후 “위구르 탄압 사실 확신”

“나도 처음에는 다른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신장위구르자치구나 티베트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에 관한 외신 보도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을 직접 겪고 난 뒤에는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천 씨는 복역을 마치고 지난해 8월 출소했지만, 곧 괴롭힘이 시작될 것임을 알고 더 큰 절망에 빠졌다고 했다. 국가안전국과 공안 당국의 감시와 잦은 조사가 이어졌고, 중국공산당이 설치한 사이버 검열 장벽인 ‘만리방화벽’을 우회해 해외 소식을 접하거나 외신과 접촉하는 일도 금지됐다. 홍콩과 마카오 여행 허가 역시 제한됐다.

그는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지난 8일 밤 탈출을 감행했고, 뜻밖에도 국경을 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다만 탈출 경로는 조력자의 안전을 위해 공개하지 않았다.

‘지하철 선언’은 천 씨가 수개월에 걸쳐 직접 작성한 개혁안이다. ▲다당제 실시 ▲사법부 독립 ▲군의 비(非)정치화 ▲언론 검열 중단 ▲집회의 자유 보장 ▲독립언론 허용 ▲교육 개혁 및 탈(脫)중공화 ▲홍콩 국가보안법 철폐 ▲대만 독립 인정 ▲위구르족 탄압 중단 등 13개 개혁 요구가 담겼다. 탈중공화는 학교 교육에서 공산당 이념 교육을 끝내자는 의미다.

천 씨는 이 선언문 작성이 2022년 말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며 일어난 ‘백지시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백지시위 자체는 좋았지만 명확한 방향이 없어 사회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그래서 구체적 요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세뇌교육 벗어나려 영어 독학… 해외 소식 접했다”

천 씨의 학력은 중학교 졸업이지만, 영어는 독학으로 익혀 읽고 쓰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인터넷 우회 접속’을 통해 자유세계의 정보를 접했고, 중국식 교육에 회의를 느껴 결국 자퇴했다.

그는 “영어를 배워야 중국에서는 접할 수 없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진짜 세계의 모습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중국의 교육은 정치적 세뇌가 심각하다. 이런 교육은 사람의 독립적 사고력과 비판정신을 파괴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공산당은 국민을 두 계층으로 나눈다. 하나는 복종하는 노예, 또 하나는 그 노예를 억압하는 당의 하수인”이라며 “이런 비인간적인 체제 속에서 국민들은 점점 절망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내에서 잇따르는 무차별 폭력 사건들이 이런 사회적 절망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중국 송환 두렵다… 국제사회가 주목해주길”

천 씨는 현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머물며 유엔난민기구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 동시에 국제사회에 자신의 안전 보장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이 해외에서도 나를 추적할까 두렵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나를 송환할까 걱정됩니다. 중국 내 자유를 잃은 청년들이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도와주길 바랍니다.”

이번 사건은 중국 청년 세대의 정치적 각성과, 그에 대한 체제의 강압적 통제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