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호주 기후당국, 주요 국가 기후위험평가서의 ‘데이터 검증’ 누락 인정

2025년 10월 14일 오후 6:00
2025년 7월 28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스노위 마운틴 지역에서 일출 무렵 바람개비형 풍력 터빈 인근 초원에서 양 떼가 풀을 뜯고 있다. ⎜ Saeed Khan/AFP via Getty Images2025년 7월 28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스노위 마운틴 지역에서 일출 무렵 바람개비형 풍력 터빈 인근 초원에서 양 떼가 풀을 뜯고 있다. ⎜ Saeed Khan/AFP via Getty Images

호주기후청(ACS)은 지난달 발표된 ‘국가 기후 위험평가서(NCRA)’의 근거가 된 기후위원회(CC) 보고서의 데이터를 면밀히 검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평가서는 9월 중순 공개된 것으로 호주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국가 단위 기후위험 평가다. 해당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호주의 미래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질의는 자유당(리버럴당) 소속 딘 스미스 상원의원이 10월 7일 상원 예산심의 청문회에서 호주기후청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기했다.

이번 평가서는 △2050년에 이르면 약 150만 명의 호주인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을 것이며 △부동산 가치가 2050년경에는 6110억 호주달러(약 549조원), 2090년경에는 7700억 호주달러(약 691조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등 충격적인 수치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기후 행동 강화를 촉구하는 단체들과 여러 기관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지만 일부에서는 “위험을 과장하고 공포심을 조장하는 캠페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검토는 했지만…면밀한 검증은 없었다

스미스 의원은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이번 국가 기후위험평가가 2019년 기후위원회의 보고서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후위원회’란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주장하는 비영리 단체다.

이에 스미스 의원은 기후위원회 연구 내용의 정확성을 정부 기관이 검증한 적이 있는지를 호주기후청 관계자들에게 질의했다.

이에 대해 주디스 랜즈버그 호주기후청 총괄국장은 자국 기관이 해당 보고서를 면밀히 검증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랜즈버그 국장은 “우리는 ‘정책 및 경제 자문 그룹’을 두고 경제 평가에 반영된 모든 근거 자료를 검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과학계에서는 다양한 선행 연구로부터 근거를 수집하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관행”이라며 “따라서 자문 그룹은 기후위원회 보고서 연구 내용을 평가하는 역할을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의 역할 중 일부는 보고서를 검토하고 그 내용이 평가서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2017년 11월 28일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연설 중인 자유당(리버럴당) 소속 딘 스미스 상원의원. ⎟ Michael Masters/Getty Images

스미스 의원은 이어 “기후위원회 보고서의 정확성을 검증하지 않은 것은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국가 기후위험평가서에서 여러 차례 인용된 주요 근거 자료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랜즈버그 국장은 “그것은 일반적인 과학적 관행”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기존 보고서를 다시 검증하지 않고 인용하는 것은 보통의 과학적 절차”라며 “이전 연구의 정확성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답변에 스미스 의원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그건 과학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라며 “실례지만 저는 과학자는 아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게 과학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랜즈버그 국장은 자국 기관이 기후위원회 보고서를 검토하고 이를 평가서에 포함하는 것을 승인했지만 그 과정이 반드시 데이터를 면밀히 검증하는 절차를 포함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우리가 검토한 것은 전체 증거의 ‘우세성(preponderance of evidence)’과 증거가 어떻게 ‘종합(synthesised)’됐는가 하는 부분이었다”며 “이 검토는 호주 재무부, 호주건전성규제청(APRA), 호주기후청 관계자들과 여러 학자들이 참여한 정책·경제 자문 그룹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2030년 부동산 가치 하락 추정치’ 누락 이유은 왜?

한편 스미스 의원은 호주기후청에 이번 평가서에 왜 기후위원회의 ‘2030년 부동산 가치 손실 추정치’를 포함하지 않았는지를 질문했다.

해당 추정치는 2025년부터 향후 5년간 매년 1100억 달러(약 1518조원) 이상, 총 5710억 달러(약 788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추정치가 어느 정도 현실과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랜즈버그 국장은 이에 대해 평가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2050년과 2090년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했으며 2030년 수치는 별도로 모델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는 개요 보고서에 인용된 다른 수치 및 영향과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스템 전반과 다양한 증거 지점 간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랜즈버그 국장의 발언에 대해 스미스 의원은 반박하며 “누락된 정보는 몇 단어에 불과하며 이른바 ‘일관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미스 의원은 ‘2030년 시나리오’의 신뢰성을 문제 삼으며 “제시된 수치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호주 부동산 가치가 5710억 달러(약 7880조원) 하락할 것이라고 제시돼 있다. 이를 연간 단위로 환산하면 1140억 달러(약 1518조원)다. 호주 전역의 약 980만 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앞으로 5년간 매년 가구당 약 1만1600 달러(약 1억6000만 원)씩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수준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건 과학적이지 않다”며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랜즈버그 국장은 이에 대해 해당 보고서의 수치가 ‘미래 예측(prediction)’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이는 예측이 아니다. 어떤 것도 예측이 아니다. 이는 적응과 개입을 통해 ‘잠재적으로 피할 수 있는 영향(potential impacts)’을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