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자민당 새 총재 당선…日 첫 여성 총리 탄생 임박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이 10월 4일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를 새 당 총재로 선출했다. 이로써 다카이치는 사실상 차기 총리로 확정됐으며, 이달 중순 열릴 국회 인준 표결을 거쳐 공식 취임할 전망이다.
보수 성향이 강하고 대표적인 대중(對中) 강경파로 알려진 다카이치는 결선투표에서 온건파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을 185대 156으로 꺾고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다카이치는 일본 최초의 여성 자민당 총재가 되었으며, 자민당이 여전히 국회 내 최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야당이 분열된 상태임을 감안할 때, 사실상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 발표 직후 다카이치는 스캔들과 선거 패배로 타격을 입은 자민당의 재건을 강조하며 당내 단결과 쇄신을 호소했다.
그는 “지금 기쁘기보다는 앞으로 진정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느낀다”며 “세대와 직위를 초월해 모두가 하나가 되어 자민당을 다시 세워야 한다. 모두가 말처럼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지난 9월 초,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취임 1년 만에 두 차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뒤 치러졌다. 당 지도부 교체는 경제 불확실성, 사회 구조 변화,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심화라는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한 시점에 이루어졌다.
다카이치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존경하며,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직계 제자이자 ‘아베 노선’을 계승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녀는 아베 전 총리의 보수적 정책 노선을 적극 옹호해 왔으며, 일본의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자주 참배해 왔다. 이러한 행보는 일본 내 보수층의 강력한 지지를 얻는 반면, 중국과 한국 등 이웃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악화시킬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제정세 분석가 사샤 하니히는 최근 ‘에포크타임스’ 칼럼에서 “일본의 차기 지도자는 중국의 공세적 외교, 대만해협의 불안정,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인해 위험으로 가득 찬 지역을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니히는 또 “일본이 GDP의 2%까지 국방 예산을 두 배로 증액하고, 2022년 새로 제정한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전후 평화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억지력과 외교의 균형을 잡는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니히는 “신임 총리가 내릴 결정들은 앞으로 일본이 아시아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규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에게는 전략적 통찰력, 외교적 유연성, 그리고 국내 개혁 추진력이 모두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가 국회 인준을 통과한 뒤, 첫 번째 외교 시험대는 10월 말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이 회담은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릴 가능성이 높다.
다카이치는 취임 직후 “일본–미국 동맹을 외교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그녀는 “무엇보다도 미·일 동맹 강화의 필요성을 재확인해야 한다”며, 한국·호주·필리핀 등과의 협력도 강화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의 선출은 국제사회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 대사는 성명을 내고 “다카이치 대표가 자민당의 29대 총재이자 첫 여성 리더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양국 관계를 모든 분야에서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도 사회관계망 서비스 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장 진심 어린 축하와 따뜻한 환영을 전한다”며, 다카이치를 “대만의 굳건한 친구”로 칭하고 “무역, 안보, 기술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대변인실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과는 일본의 내정 문제”라며, “중국은 일본이 전략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로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다카이치의 당선이 자민당의 보수적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다고 평가하면서도, 그가 직면할 최대 과제는 국내 정치보다는 국제무대에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중 갈등의 격화와 급변하는 동아시아 외교 구도 속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어떤 균형을 잡을지가 일본의 향후 외교 노선을 가를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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