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대만, ‘美와 반도체 50대50 생산 분담’ 거부 시사

2025년 10월 02일 오후 7:42
2025년 9월 10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전시회에서 센추리 트레이딩 코퍼레이션 부스에 인공지능(AI) 서버 조립 스테이션이 전시돼 있다. ⎜ I-Hwa Cheng / AFP via Getty Images2025년 9월 10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전시회에서 센추리 트레이딩 코퍼레이션 부스에 인공지능(AI) 서버 조립 스테이션이 전시돼 있다. ⎜ I-Hwa Cheng / AFP via Getty Images

대만의 최고 무역 협상 담당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미국과의 반도체 생산을 50 대 50으로 나누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후 대만 정부가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대만 내에 유지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10월 1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대만에 도착한 정리쥔(鄭麗君) 대만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미국 측과의 최신 무역 협상에서는 관세 문제가 중심이 됐으며 러트닉 장관의 반도체 생산 분할 제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부총리는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아이디어는 미국 측 생각이란 점을 대만 국민들에게 분명히 하고 싶다. 우리 협상단은 반도체를 50 대 50으로 나누겠다는 어떤 약속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이번 협상에서는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조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에포크타임스는 미국 무역대표부와 상무부에 이에 대한 논평을 요청했다.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반도체의 거의 전량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반도체는 휴대전화에서 군용 전투기까지 다양한 첨단 기술 제품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CCP)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필요하다면 무력으로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대만의 반도체 능력이 자국 방위뿐 아니라 거대한 이웃 국가의 침공 시 국제적 지원 확보에도 핵심적이라고 평가한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 관리들은 반도체 제조에서 미국이 대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 8월 19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고급 반도체의 99%가 대만에서 생산되는 것은 글로벌 경제의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러트릭 장관은 지난 9월 27일 공개된 미국 케이블TV 뉴스 채널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측에 미국이 반도체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의 목표이자 이번 행정부의 목표는 반도체 제조를 상당 부분 국내로 이전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러트릭 장관은 대만이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미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은 ‘우리는 대만을 가져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문제”라고 덧붙였다.

2025년 4월 1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밖 대형 스크린을 통해, 대만 주변에서 실시된 중국 군사 훈련 소식이 방송되고 있다.⎟ Adek Berry/AFP via Getty Images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제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적극 추진해 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외국 제조 의존과 관련된 국가 안보 위험을 근거로 반도체 및 의약품 수입에 대한 제232조 조사(Section 232 investigation)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의 결과는 관련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만 행정원에 따르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의 70% 이상은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이었다.

최근 무역 협상에서 대만 측 협상단은 미국으로부터 보다 유리한 관세율을 얻고 미국 제232조 조사 대상이 되는 대만 제품에 대한 우대 조치를 요구했다고 10월 1일 행정원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대만 관리들은 러트닉과 무역대표부 제임슨 그리어 팀과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이 목표에서 “일부 진전(some progress)을 이뤘다”고 성명은 전했다.

대만은 현재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20%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한편 앞서 9월 30일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은 루크 J. 린드버그 미국 농무부 무역 담당 차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을 접견했다.

라이 총통은 이날 발언에서 향후 4년간 대두, 밀, 옥수수, 쇠고기 등 미국 농산물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를 대만이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총통 집무실이 전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