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미사일 전력 확장하는 중국…미국, ‘골든 돔’ 구축 서두른다

2025년 09월 15일 오후 8:55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일본 패전 및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된 DF-61 대륙간탄도미사일. ⎟ Greg Baker / AFP via Getty Images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일본 패전 및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된 DF-61 대륙간탄도미사일. ⎟ Greg Baker / AFP via Getty Images

중국 공산당(CCP)이 베이징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최신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과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미국이 자체적인 대응 체계인 ‘골든 돔(Golden Dome)’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을 향해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미국 미사일방어국(Missile Defense Agency)은 9월 11일(이하 현지시간) 방산업체들을 대상으로 골든 돔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참여할 제안서를 공모하기 시작했다. 제출 마감일은 10월 10일로 정해졌다.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러먼, RTX, 보잉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계획 중인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중국, 북한, 러시아 등 미국에 맞서 더욱 긴밀히 협력하는 적대국으로부터 발사될 100기 이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골든 돔 체계 개발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으며 지난 5월 설계안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사업에 약 1750억 달러(약 240조원)가 소요될 것이며 2029년 자신의 임기 종료 전까지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에서 영감을 받은 골든 돔은 다층형 미사일 방어 체계로, 지상·해상·우주에 배치된 센서와 요격 미사일을 통합해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첨단 순항미사일 탐지·격파를 목표로 한다. 이상적으로는 발사 초기 단계(부스트 단계)나 비행 중 수 분 이내에 요격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이 구상은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제안한, 핵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일명 ‘스타워즈(Star Wars)’와 유사한 측면을 지닌다.

헤리티지재단의 핵 억지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Fellow) 로버트 피터스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골든 돔은 발효되면 공격자의 비용 부담을 높여 ‘제한적 강요 공격(limited coercive attack)’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말해 골든 돔은 ‘북극을 넘어 1000발의 미사일이 날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체계는 아니지만 궤도 센서와 요격체가 확산된 망(proliferation constellation)과 기존의 지상 요격체 및 전역(戰域·작전이나 전투가 벌어지는 특정 지역) 방어 요격체를 결합함으로써 특정 표적을 향해 날아오는 120발가량의 미사일을 좌절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터스 연구원은 “이 방어 체계는 중국·북한·러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야 하지만 공격자가 누구든 발사되는 미사일의 수가 시스템 효율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열병식

중국 공산 정권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 베이징 열병식에서 각종 탄도미사일·극초음속미사일·순항미사일과 기타 군사 장비를 대거 선보인 지난 9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 돔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참여 가능성을 언급하며 “모두가 여기에 참여하길 원한다. 우리가 만들 골든 돔은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도 글을 올려 열병식에 참석한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習近平),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미국을 상대로 공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일본 패전 및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CS-5000T 드론. ⎥ Pedro Padro/AFP via Getty Images.

퍼레이드 하루 전 시진핑 총서기와 푸틴 대통령은 장기간 지연돼 온 ‘시베리아 파워 2’ 가스관 건설 계약을 체결하며 경제적 유대를 강화했다. 크렘린궁 발표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와 베이징 간 관계가 “전례 없는 높은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총서기는 양국 관계가 “세계 변화의 시험을 견뎌왔다”고 평가했다.

퍼레이드 다음 날 시진핑 총서기는 베이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심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 관영 KCNA에 따르면 시진핑이 “중국-북한 관계를 성공적으로 수호하고 공고히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김 위원장에게 확신시켰다. 김정은은 “조선(북한)은 중국 공산당의 입장과 노력을 변함없이 지지하고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은 군사 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품과 핵심 광물을 공급하며 모스크바의 전쟁을 돕고 있으며, 북한은 탄약과 병력을 보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했다.

세 나라 모두 핵무기와 미국까지 도달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약 330기의 ICBM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은 400기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ICBM 추정 수량은 약 10기지만, 미 국방정보국(DIA)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 50기까지 보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비영리 정책 연구기관인 랜드(RAND) 연구소의 국제 방위 선임 연구원 티모시 히스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골든 돔은 퍼레이드에서 중국이 공개한 신형 미사일을 포함해 접근하는 탄도미사일을 표적화하고 요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DF-61이란 신형 이동식 ICBM을 공개했으며 이 미사일은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해 여러 지역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DF-61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지만 퍼레이드에서 공개된 미사일을 분석한 미국 과학자연맹 보고서는 DF-61 ICBM을 공개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아직 DF-41 ICBM을 운용 중이며, DF-61은 DF-41과 눈에 띄게 유사해 보인다. 보고서는 DF-61이 “DF-41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대표적인 외교·안보 정책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센터(CSIS) 미사일방어 프로젝트 평가에 따르면 DF-41은 최대 사거리 1만5000km에 약 10기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는 DF-41이 베이징과 미국 간 약 1만1200km 거리를 커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DF-61은 DF-41과 유사한 사거리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또한 DF-5C를 공개했으며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2만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 및 안보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사일로 기반 액체 연료 ICBM인 DF-5C는 다수의 메가톤급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일본 패전 및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처음 공개된 트럭 탑재형 DF-5C 전 지구 전략 핵미사일. ⎢ Kevin Frayer/Getty Images.

퍼레이드에서 공개된 순항미사일로는 CJ-20A, YJ-18C, CJ-1000 등이 있다. 사거리가 제한된 CJ-20A와 YJ-18C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미국 자산을 타격할 수 있다. 사거리가 약 6000km로 추정되는 CJ-1000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전략적 위치에서 발사될 경우 미국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9월 3일 보도에서 이번 퍼레이드를 통해 공개된 CJ-1000이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를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전문가의 평가를 인용했다.

랜드 연구소의 히스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비행 중 기동성 때문에 대응이 더 어렵지만 골든 돔은 이러한 무기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 방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 돔은 지상 기반 중간단계 요격(GMD), 이지스(Aegis), 종말고고도지역방어(THAAD), 패트리어트(Patriot) 시스템 등 현재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됐다.

GMD는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본토 미사일 방어 체계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미국을 보호한다. 이지스(Aegis), THAAD, 패트리어트(Patriot) 시스템은 고고도와 저고도 모두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지역 방어 체계다.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골든 돔은 기존의 본토 및 극장 미사일 방어 체계를 궤도 기반 센서와 요격체로 통합해 전체 아키텍처와 전투 관리 체계를 지원하는 구조로 설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포괄적 방어를 제공하기 위한 계획이지만 야심 찬 프로젝트인 만큼 단점도 존재한다.

랜드 연구소의 히스는 “골든 돔의 가장 큰 단점은 높은 비용과 복잡한 방어 체계의 신뢰성 불확실성”이라며 “더욱이 골든 돔 개발은 군비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 중국은 단순히 미사일을 더 많이 생산함으로써 미사일 방어 체계를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毛寧)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골든 돔 발표를 강하게 비판하며 해당 방어 체계가 “강한 공격적 함의를 지니고 있으며, 군비 경쟁을 촉발한다”고 주장했다.

퍼레이드가 끝난 며칠 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중국 둥쥔(董軍) 국방부장은 첫 통화를 진행했다.

펜타곤 수석 대변인 션 파넬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9월 8일 둥쥔 장관에게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화인민공화국(PRC)의 정권 교체나 압박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넬 대변인은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즉 우선적 지역 방어에서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를 단호히 보호할 것”이라며 이번 논의가 건설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