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논평] 중국 위안화의 딜레마

2025년 09월 15일 오후 3:55
2021년 12월 13일 촬영된 베이징의 중국인민은행 본사 | Andrea Verdelli/Bloomberg via Getty Images2021년 12월 13일 촬영된 베이징의 중국인민은행 본사 | Andrea Verdelli/Bloomberg via Getty Images

현재 중국의 통화 및 환율 정책은 상충되는 목표들이 뒤섞여 있어, 베이징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국은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금리 인하 압력을 받고 있으며, 베이징은 여러 차례 이러한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금리 인하는 위안화의 대외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더 저렴하게 낮출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수출품에 부과한 관세의 실질적인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위안화 문제의 또 다른 측면에서는 중국 공산당(CCP)이 세계 무대에서 더 높은 경제·외교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위안화를 강하게 유지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베이징은 아직 이 딜레마의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위안화의 흐름은 이 같은 딜레마의 양면이 모두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중국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다른 곳으로 자산을 이전하려 했고, 중국 인민은행(PBOC)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 위안화 수익률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위안화는 2023년과 2024년 사이 미 달러화 대비 약 10%가량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는 더 크게 하락했을 수도 있었으나,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낙폭이 제한됐다. 중앙은행이 경기 지원 의지를 보였지만, 1%에도 못 미치는 더딘 금리 인하 폭은 실제 필요 수준이나 베이징이 언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금융 당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낮출 필요성과, 위안화를 강하게 유지해 국제 결제 통화로 키우고 장차 미 달러화를 대체하려는 공산당의 야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반된 힘은 2024년 여름과 초가을 한때 위안화가 오히려 절상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위안화 가치는 다시 떨어졌다. 글로벌 외환 거래자들이 미국의 관세가 중국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 예상해 위안화를 기피한 것이 위안화 하락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또 하나 작용한 요인은 2018~2019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 부과에 따른 기억이었다. 당시 위안화가 달러 대비 크게 절하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을 달러로 살 때의 비용이 낮아졌고, 그 결과 관세 부담이 사실상 거의 상쇄돼 중국의 수출 물량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외환 거래자들은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2025년의 중국 경제가 2018~2019년보다 훨씬 약화된 만큼,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 위안화 매력도를 더 떨어뜨리고 가치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도 더해졌다.

반면, 또다른 움직임도 있다. 최근, 위안화가 거래자들의 예상대로 하락하는 와중에도, 중국 공산당은 ‘일대일로’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장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로는 중국은행이 호주의 글로벌 금속 기업 포르테스큐(Fortescue)를 위해 142억 위안(19억8천만 달러) 규모의 국제 신디케이트 대출을 제공한 것이 있다. 이 자금은 중국에서 청정에너지 기술과 기타 기계를 구매하는 데 쓰이도록 마련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례만으로 위안화가 국제 통화로 자리매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안화가 진정한 국제 통화가 되려면, 오늘날 미 달러화처럼 중국 기업이나 개인이 개입하지 않은 거래나 대출에도 위안화가 사용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이러한 움직임들은 비록 높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국제 금융 주체들에게 위안화 보유 잔액을 늘려야 할 필요성을 던져주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경제의 부진과 미·중 관세 충돌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수요가 증가해 달러 대비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았다. 실제로 위안화는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달러 대비 잃었던 가치의 약 3분의 1을 지난해 봄 이후 회복했다.

여기에 또 다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것이다. 이는 달러 자산의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PBOC)은 여전히 금리 인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만약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내린다면 위안화 대비 달러 자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인민은행이 베이징의 여러 차례 공언대로 중국의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면, 미국의 금리 인하 효과는 환율에 덜 반영될 수 있다. 그러나 외환 거래자들은 인민은행이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금리 인하를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뒤섞인 동기들은 지금까지 위안화의 달러 대비 움직임을 설명해 주지만, 여전히 중국 공산당에는 뚜렷한 딜레마가 남아 있다.

만약 중국 경제를 돕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가 수출 전망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려 한다면, 정책 당국은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 추구를 뒤로 미루고 대규모 금리 인하를 통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낮추는 길을 택해야 한다.

반대로, 공산당이 중국의 단기적 경기 악화를 감수하고 트럼프 관세의 전면적 충격을 받아들이려 한다면, 정책 당국은 금리 인하를 포기하고 위안화 표시 국제 거래를 확대하며 위안화 강세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양쪽을 동시에 잡을 방법은 없으며, 중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까지는 베이징이 어느 길을 선택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밀턴 에즈라티(Milton Ezrati)는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의 편집위원이자 뉴욕주립대 버펄로 캠퍼스 인적자본연구센터(Center for the Study of Human Capital) 소속 연구원입니다. 또한 뉴욕에 본사를 둔 커뮤니케이션 회사 베스티드(Veste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