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에서 발견된 ‘비밀 담수’, 갈증 난 지구에 희망 될까

미국 북동부 해역에서 해저 시추 작업을 벌이던 과학자들이 바닷물 아래 숨겨진 거대한 담수 대수층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담수층의 규모가 대도시가 수백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고 추산하며, 심화되는 세계적 물 부족 위기를 해결할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501호 원정(Expedition 501)’으로 불리는 국제 공동 과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0여 개국이 참여하고 총 25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연구팀은 매사추세츠주 케이프 코드 앞바다에서 3개월간 시추 작업을 진행해 약 5만 리터의 샘플을 채취했다.
그 결과, 이 담수층은 뉴저지에서 메인주(州)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까지 발견된 해저 담수 저장고 가운데 가장 거대한 규모 중 하나로 확인됐다.
이 지역의 담수 존재는 이미 1970년대에 우연히 알려졌다. 당시 미국 정부 소속 선박이 에너지원 탐사를 위해 해저 시추를 하던 중, 바닷속 지층에서 담수를 발견한 것이다.
올해 과학자들은 다시 이곳을 찾아 최초로 체계적인 해저 시추와 직접 샘플 채취를 진행했으며, 일부 샘플의 염분 농도는 0.1%에 불과해 육상 담수와 거의 같고, 이론적으로는 식수로도 사용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콜로라도 광업대학 지구물리학자 브랜던 두건은 “이번 발견은 획기적”이라며, 해당 담수가 빙하 융해수에서 기원했거나 육지 지하수와 연결돼 있어 계속 보충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엔은 앞으로 5년 내 전 세계 담수 수요가 공급량을 40% 초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지역의 지하수가 염분에 오염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주 전체 사용량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시설은 서버 냉각을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중형 데이터센터 한 곳의 물 사용량은 수천 가구가 쓰는 양과 맞먹어 지역 사회의 물 자원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20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식수 공급이 끊길 위기를 겪었다.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 하와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도 동시에 심각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했으나, 이들 지역 역시 해저 담수 자원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해저 담수 대수층의 규모가 이론적으로는 뉴욕시가 수백 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고 추산한다.
그러나 이를 안전하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기술적·생태적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의 지구물리학자 롭 에번스는 “한번 물을 퍼올리기 시작하면, 반드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현재 샘플 속 미생물과 광물을 분석해 수질과 수원의 연대를 파악하고 있다. 만약 이 물이 비교적 ‘젊고’ 여전히 보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향후 가뭄 지역의 전략적 비축수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곳은 전혀 새로운 환경으로, 지금까지 아무도 연구하지 않은 영역입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생물학자 조슬린 디루지에로는 이렇게 말했다.
과학자들은 약 반년 뒤 독일에서 회의를 열어 담수의 연대와 기원을 밝히는 예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만약 이 담수가 계속 보충된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이번에 발견된 해저 담수 대수층은 미래 가뭄 지역의 새로운 생명선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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