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네오서만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새’…카메라에 잡혔다

말레이시아 출신 조류 사진가 주하이리 유소프(61)가 보르네오섬 키나발루산 국립공원에서 희귀 조류 ‘화이트헤드 브로드빌(Whitehead’s broadbill)’ 촬영에 성공했다.
유소프는 남중국해를 가로질러 1600km 이상 비행한 뒤 다시 차량으로 두 시간을 달려, 안개에 싸인 키나발루산 자락을 찾았다. 목적은 단 하나, 보르네오의 산악우림에서만 볼 수 있는 에메랄드빛 새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었다.
말레이시아 샤알람(Shah Alam) 출신의 의료업계 임원인 유소프는 두 가지 이유로 이곳을 찾았다. 하나는 그가 열정적인 아마추어 조류 사진작가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인생 조류 목록(lifer list)’의 259번째 종인 화이트헤드 브로드빌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헤드 브로드빌. | Zuhairi Yusoff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의 키나발루산 전경. | Shutterstock/alifsufri

보르네오 서비스 도로 인근의 열대우림. | Shutterstock/BorneoRimbawan
“화이트헤드 브로드빌을 포착한 것은 제게 큰 전환점이었어요. 국제적 조류 탐사의 출발점이자, 성공적인 사냥의 전율을 느꼈다고 할까요.”
유소프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첫날 아침, 그는 동행한 4명의 탐조가와 새를 찾기 시작했고 불과 한 시간 만에 목표물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두 마리가 숲속에 나타났다. 30분 동안 머물러 준 덕분에 그는 수십 장의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유소프는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눈에 띄는 검은 왕관과 정교하고 아름다운 무늬가 매혹적이죠.” “어떤 사진작가에게도 최고의 보물입니다.”

보르네오 우림 풍경. | Shutterstock/Alen Thien

화이트헤드 브로드빌 근접 촬영. | Zuhairi Yusoff

Zuhairi Yusoff 제공

Zuhairi Yusoff 제공
화이트헤드 브로드빌은 수컷과 암컷의 깃털 무늬가 달라 성별 구분이 뚜렷하다. 수컷은 머리와 귀덮깃에 검은 반점이 있으며, 몸길이가 최대 27cm에 달할 정도로 크고 깃털이 풍성하다.
숲에서는 이들의 독특한 짧은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익-이익-이익(eek-eek-eek)’ 하는 소리, ‘틀락!(tlak!)’ 하는 금속성 소리에 이어 거칠게 딱딱거리는 소리가 숲속에 울린다.
하지만 소리를 듣는다 해도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초록빛 깃털은 녹색 숲과 완벽히 어우러져 잘 드러나지 않고, 둥지도 마찬가지다. 마른 대나무 잎으로 둥지를 짓고, 그 위를 초록 이끼와 이끼줄기로 덮어 숲과 하나가 된다. 3월부터 6월 사이 짝짓기 후 며칠 지나면 둥지에는 연노란색 알 1~2개가 들어 있다.

둥지를 튼 화이트헤드 브로드빌. | Shutterstock/Alen Thien

Zuhairi Yusoff 제공

Zuhairi Yusoff 제공

Shutterstock | Alen Thien
유소프는 “어두운 숲속에서 촬영하려면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를 수동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니콘 쿨픽스 P1000과 600mm 망원렌즈로 순간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 시작해 점차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며 노출, 구도, 스토리텔링 기법을 익혔다. 최근에는 매크로 촬영으로 곤충과 거미의 미세한 세계까지 담아내고 있다.

보르네오 녹색어치. | Zuhairi Yusoff
유소프는 말레이시아 곳곳에서 다양한 조류를 기록해 왔다. 숭가이 총캑 휴양림에서는 붉은등 물총새를, 사바에서는 보르네오 녹색어치를 촬영했다. 어떤 여행에서는 ‘줄무늬 브로드빌, 검은 브로드빌, 붉은 브로드빌’ 세 종의 브로드빌을 동시에 담기도 했다.
“앞으로는 말레이시아를 넘어 해외로 촬영 영역을 넓힐 계획입니다. 조류가 풍부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두었습니다.”
그는 최근 숭가이 총캑에서 돌아와 말레이 반도의 타만 네가라 숭가이 렐라우 방문을 준비 중이다. “특별한 열매나무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온갖 새들을 불러 모은다고 해요. 꽃새와 태양새 같은 작은 종들도 기대됩니다.”
주하이리 유소프의 또 다른 작품

청띠 물총새. | Zuhairi Yusoff

보르네오 녹색어치. | Zuhairi Yusoff

붉은등 물총새. | Zuhairi Yusoff

말레이 줄무늬 팔럿. | Zuhairi Yusoff

청띠 물총새. | Zuhairi Yusoff
*박은주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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