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남아 사이버 사기 거점 제재…“작년 피해액 100억 달러”

미국 정부가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대규모 사기 조직과 연루된 혐의로 개인과 단체 19곳에 제재를 부과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9월 8일 성명을 통해 “동남아시아 전역의 범죄 세력들이 미국인의 온라인 취약점을 점점 더 악용하고 있다”며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인들이 입은 피해액은 최소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같은 날 제재 세부 내용을 발표하며, 이는 2023년보다 66%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제재는 미국인들을 온라인 사기 조직의 광범위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범죄 네트워크가 산업 규모의 사기, 강제 노동, 신체적·성적 학대, 그리고 미국인들의 저축을 빼앗는 행위를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9일, 미얀마 슈웨꼬꼬에서 활동하는 개인과 단체 9곳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슈웨꼬꼬를 “무장 조직 카렌민족군(KNA)의 보호 아래 운영되는 가상화폐 투자 사기의 악명 높은 근거지”라고 규정했다.
앞서 OFAC는 지난 5월, 미얀마 무장 조직 카렌민족군을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지정하고, 사이버 사기와 인신매매, 국경 밀수에 연루된 혐의로 해당 조직과 지도자 소 칫 투(Saw Chit Thu), 그의 두 아들 소 투 에 무(Saw Htoo Eh Moo)와 소 칫 칫(Saw Chit Chit)에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이번 제재 명단에는 중국인 사업가 셰즈지앙과 야타이 인터내셔널 홀딩스 그룹(Yatai International Holdings Group Limited) 등 9곳이 포함됐다.
재무부에 따르면 셰즈지앙과 소 칫 투는 슈웨꼬꼬의 작은 마을을 ‘야타이 뉴시티(Yatai New City)’라는 대규모 사기 거점으로 조성했다. 이곳은 “도박, 마약 밀매, 성매매, 그리고 전 세계 특히 미국인을 겨냥한 사기”로 악명을 떨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소 칫 투의 두 부하인 틴 윈과 소 민 민 우(Saw Min Min Oo)가 사기 조직이 운영하는 부지를 관리해 왔다고 밝혔다.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또한 미국, 유럽, 중국 등지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가상화폐 투자 사기를 벌여온 캄보디아 내 강제노동 단지와 연루된 개인 4명과 단체 6곳을 추가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캄보디아의 많은 사기 거점은 원래 중국 범죄 세력이 카지노로 운영하던 곳이었으나, 가상화폐 투자 사기가 훨씬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곧 사기 거점으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 명단에는 T C 캐피털(T C Capital Co.), K B 호텔(K B Hotel Co.), 둥 러청(Dong Lecheng), 쉬아이민(Xu Aimin) 등 개인과 단체 10곳이 포함됐다.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 출신 둥 러청은 캄보디아 해안도시 시아누크빌에서 현대판 노예제와 가상화폐 사기에 연루된 다수의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중국인 쉬아이민은 시아누크빌의 K B 호텔 공동 창립자로, 이곳에서 노예 상태의 노동자들이 강제로 가상화폐 사기를 수행해 왔다고 밝혔다.
존 K. 허리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는 성명에서 “동남아시아의 사이버 사기 산업은 미국인의 일상 생활과 재정적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수천 명을 현대판 노예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재무장관의 지휘 아래, 재무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직적 금융 범죄와 맞서 싸우고, 이러한 사기가 미국 사회에 초래할 수 있는 광범위한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월 발표된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전역의 사기 조직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중국 범죄 세력은 일대일로 사업을 지지하고 친중 선전을 퍼뜨리는 방식으로 중국 공산당(CCP)과 노골적 혹은 은밀한 연계를 구축해 왔다.
보고서는 대표적 사례로, 셰즈지앙이 자신의 ‘야타이 뉴시티(Yatai New City)’ 프로젝트를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일부로 포장하며 홍보한 점을 지적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를 두고 “중국과 미얀마 간 심층적 경제·문화 협력의 모범”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보고서는 “셰즈지앙의 야타이 뉴시티 프로젝트는 잘 알려진 중국 범죄자가 중국 정부의 지원과 자원을 확보해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기 조직 중 하나를 조성하게 된 사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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