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와 공장 설립을 적극 장려하는 상황에서, 한국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대형 배터리 공장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전격 단속을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급습은 9월 4일(목) 단행됐으며,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총 475명이 체포됐다. 헬리콥터와 장갑차까지 투입된 이 작전은 미 국토안보부가 단일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행한 역대 최대 규모 단속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인 9월 5일(금)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그들은 불법 체류 외국인으로 보인다”며 “ICE는 단지 자기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9월 6일(토) 긴급 지시를 내리고 “이번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현대차의 미국 제조 거점이 왜 단속 대상이 됐는지, 또 한미 양국 관계에 어떤 외교적 파장을 미칠지 전 세계적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대규모 구금이 주목받는 이유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 정부가 잇따라 벌이고 있는 이민 단속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례로 꼽힌다.

9월 4일 단행된 급습은 규모 면에서 전례가 드물 뿐 아니라, 조지아주 최대이자 가장 주목받는 제조업 거점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문제가 된 배터리 공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종합 프로젝트 일부로, 완공 시 약 8500명 고용이 예상됐다.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조지아 주지사와 주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조지아 역사상 최대 경제 개발 프로젝트”라며 지역사회에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할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온 이 대규모 프로젝트가 돌연 이민 당국의 급습을 당하면서 충격이 확산됐다.

특히 한국 국적자 수백 명이 대거 구금된 점이 주목된다. 미국 내 이민 단속에서 한국인이 주요 단속 대상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드문 만큼, 이번 사건은 기존 단속과는 성격이 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2025년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여러 부처와 합동으로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급습했다. 사진은 급습 현장 모습. | ICE Website

현대차 배터리 공장, 왜 급습 대상이 됐나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국토안전수사국(HSI)의 스티븐 슈랑크 특별수사관은 이번 현대차 조지아 배터리 공장 급습이 “불법 고용 행위에 대한 수개월간의 조사 결과”라고 밝혔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보도자료를 통해 체포된 인원들이 모두 비자 및 신분 규정을 위반하고 불법으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ICE는 특히 “단기 체류 또는 관광 비자를 가진 사람은 미국에서 취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슈랑크 수사관은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기업을 환영하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합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번 단속은 제도를 악용하고 노동시장을 교란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구금된 근로자들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입국했으며, 나머지는 합법적으로 입국했으나 비자가 만료됐거나 무비자 입국 신분으로는 취업이 불가능한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형사 기소된 사람은 없으며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슈랑크 수사관은 “이번 조치는 조지아 주민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법을 준수하는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며, 경제 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단속의 초점은 단순한 이민 신분 문제가 아니라 법적 책임 추궁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연방과 주 집행기관의 협력으로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사익을 취하는 자들을 반드시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이 발부한 영장과 선서 진술서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현직 및 전직 직원들의 고용 기록, 근무시간 기록, 사진 및 영상 자료 등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는 “어떤 회사나 하청업체가 수백 명의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실제로 고용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시됐다.

2025년 9월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여러 부처와 합동으로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급습했다. 사진은 급습 현장 모습. | ICE Website

한국의 대응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며 “필요하다면 직접 워싱턴을 방문해 미 정부 관계자들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긴급 정부 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한국 국민이 체포된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정부 간의 관계를 더욱 긴장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양국은 여전히 3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의 對美 투자가 포함된 무역협정 세부 조율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역사회와 지지 단체, 반응 엇갈려

현대자동차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 대한 대규모 단속 이후, 지역사회와 지지 단체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조지아 주지사와 공화당 소속 주 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현대차 전기차 공장 유치를 위해 협력하고 개장을 축하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는 “조지아주 내 모든 고용주는 반드시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아시아계 미국인 권익을 대변하는 비영리 법률 옹호 단체인 ‘애틀랜타 아시아계 미국인 정의 진흥 협회(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 Atlanta)’는 성명을 내고 “이번 급습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현대차 공장에서 일한 이들은 단순한 노동자일 뿐이며, 가족을 부양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땀 흘리며 지역사회를 건설해 온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AP통신은 현지 주민의 목소리도 전했다. 공장에서 불과 1마일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타냐 콕스는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이나 다른 이민자들에게 악감정은 없다”면서도, “주변 지역 주민 가운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그 배터리 공장의 건설 일자리 중 더 많은 기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갔어야 했다”며 “솔직히 우리 지역사회에 큰 일자리 혜택을 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급습 대상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이번 단속은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에서 합작해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 ‘HL-GA 배터리 컴퍼니’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해당 공장은 아직 건설 중이었다.

급습 직후 HL-GA 배터리 컴퍼니는 성명을 내고 “당국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현재 공사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현재까지 자사 소속 직원이 구금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미국 고용법 준수를 위해 협력업체와 하청업체들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직원 안전을 이유로 미국 체류 인력을 철수시켰으며, “고객사 미팅을 제외한 모든 미국 출장은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LGES에 따르면 이번 단속으로 자사 직원 47명과 협력업체 근로자 약 250명이 구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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