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이스라엘서 5천년 전 석기 공방 유적 발견…”성경 속 ‘가나안족’ 증거”

2025년 09월 02일 오후 4:15
이스라엘 문물청은 텔아비브 남부 나할 코멤에서 가나안족의 석기 제작 공방으로 추정되는 5500년 전 유적과 다수 유물을 발견했다고 지난 7월 25일 밝혔다. | Emil Aladjem/Israel Antiquities Authority 이스라엘 문물청은 텔아비브 남부 나할 코멤에서 가나안족의 석기 제작 공방으로 추정되는 5500년 전 유적과 다수 유물을 발견했다고 지난 7월 25일 밝혔다. | Emil Aladjem/Israel Antiquities Authority

이스라엘에서 5000년 전 석기 제작 공방이 발굴됐다. ‘성경’에 기록된 가나안인의 존재를 입증하는 가장 뚜렷한 고고학적 증거가 나온 것이다.

이스라엘 문물청(IAA)에 따르면, 발굴팀은 텔아비브 남쪽 약 64㎞ 떨어진 나할 코멤(Nahal Qomem) 인근 유적지에서 대규모 긴급 발굴 작업을 진행하던 중 기원전 약 3500년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 산업 흔적을 확인했다.

현장에서 출토된 석기들은 제작된 지 5000년이나 지났지만 날카로움이 유지된 채 발견됐으며, 기술적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대형 석핵(flint core)은 일정한 크기와 형태의 날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도살용 칼이나 수확용 낫으로 활용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곳에서는 석기를 단순히 가공하는 수준을 넘어, 정밀 압력을 가하는 일종의 원시 기중기 같은 도구까지 사용했다”며 “당시 가나안인들의 제작 기술은 매우 전문적이고 체계적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수백 개의 지하 구덩이가 확인됐는데, 일부는 진흙벽돌로 둘러싸여 있어 저장 공간, 주거지, 작업장, 의례 장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시 가나안 사회가 이미 조직적 정착 생활과 분업 체계를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문물청은 이번 발견이 ‘구약성경’에 묘사된 아브라함 시대 가나안 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성경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가나안 땅으로 이주했으나 그 땅을 소유하지는 못했다.

이후 기원전 13세기 무렵, 그의 후손 모세와 여호수아가 이끌던 히브리인들이 가나안을 정복해 정착했다.

나할 코멤 유적에서 발견된 석기 칼날. 5천 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날카로움이 유지됐다. | Emil Aladjem/Israel Antiquities Authority

고고학자들은 “이번 유적은 성경 서술과 고대 근동의 현실을 잇는 실질적 고리”라며 “가나안인이 단순한 성경 속 집단이 아니라 실제로 고도의 산업과 사회 조직을 지닌 공동체였음을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은 이스라엘 토지청이 신도시 건설 전, 부지 조사 과정에서 이뤄졌다. 출토된 유물들은 올여름 예루살렘 국립고고학공원에서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발굴 책임자인 마틴 데이비드 파스테르낙 박사 등은 “이스라엘 남부에서 이런 대규모 석기 공방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곳은 단순한 취락이 아니라 레반트 전역에 석기를 공급하던 산업 중심지였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문물청 선사학자 야코브 바르디 박사도 “이 공방은 단순한 생활 유적이 아니라, 청동기 시대 초기에 이미 복잡한 사회·경제 구조가 자리 잡았음을 입증한다”며 “당시 제작된 가나안 칼날은 뛰어난 장인만이 만들 수 있었고, 이곳에서 생산돼 주변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