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영국도 이민자 문제로 위기…정치적·사회적 긴장 고조

2025년 09월 02일 오전 11:24
2025년 8월 8일 동런던 카나리 워프의 브리타니아 호텔 밖에서 시위하는 시민. │Evgenia Filimianova/The Epoch Times2025년 8월 8일 동런던 카나리 워프의 브리타니아 호텔 밖에서 시위하는 시민. │Evgenia Filimianova/The Epoch Times

영국에서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임시 거처로 도입된 보호소 호텔들(asylum hotels)이 이민 관련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역사회 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불법 이민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주민들의 불만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런던 북동쪽의 작은 마을 에핑은 올여름 벨 호텔 밖에서 반복된 시위로 인해 조용한 날이 없었다. 호텔에 보호소 신청자를 수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자들과 ‘난민 환영’ 푯말을 든 시위자들이 각각 모여들었다.

양측의 충돌로 인해 대규모의 경찰 배치가 필요했고, 여러 경찰관이 부상을 당했으며, 다수의 체포가 이어졌다.

그러한 장면들은 에핑에서만 목격되는 것이 아니다.

보호소 신청자들을 위해 호텔을 제공하는 것과 관련된 시위가 런던, 브리스톨, 버밍엄, 솔리헐, 맨체스터, 노리치, 알트링엄 등으로 확산됐다.

보호소 호텔들은 키어 스타머 총리의 가장 큰 정치적 골칫거리 중 하나가 됐으며 지역사회, 지방 당국, 정치인들은 이 문제로 분열상을 드러내고 있다.

2025년 8월 24일 에핑의 구 벨 호텔 밖에서 ‘보호소 제도 폐지’ 슬로건하에 시위하는 사람들. │Gareth Fuller/PA

런던과 알트링엄의 두 보호소 호텔 근처 지역 주민들은 에포크타임스에 보호소 지정에 대한 정부 결정의 투명성, 공공 안전, 보호소 신청자 수용의 비용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알트링엄의 크레스타 코트 호텔에서 약 180m 이내에 거주하는 71세의 퇴직 간호사 귀네스 로퍼는 지역사회가 호텔이 보호소 호텔로 용도 변경될 때 아무런 예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호텔은 작년 여름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되다가 갑자기 예약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와 아무런 협의 없이 하룻밤 사이에 약 200명의 독신 남성들이 호텔에 수용됐다”고 말했다.

자기 집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한 경험이 있는 로퍼는 정부 측의 소통 부족이 긴장을 부채질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호텔이 15개 정도의 지역 학교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다. 최소한 어떤 안전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5년 8월 8일 체셔주 알트링험의 크레스타 호텔 근처에서 Stand Up to Racism이 조직한 ‘난민을 보호하라, 파시즘에 맞서라’ 집회에 참여한 시위자들. │Danny Lawson/PA

로퍼는 호텔이 용도 변경되기 전에 어떤 위험 평가가 이뤄졌는지 내무부에 문의했다고 말했다.

내무부는 모든 보호소 신청자들이 국내외 경찰 데이터베이스와 교차 참조되는 신상정보 및 생체인식 데이터를 토대로 의무적인 신원 및 보안 검사를 받는다고 답변했다.

과부하 걸린 시스템

소위 ‘보호소 호텔’은 영국의 법률(Immigration and Asylum Act 1999)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스스로를 부양할 수 없는 신규 입국자들이 내무부의 하청업체가 관리하는 장기 주거지로 이주하기 전까지 임시로 거주하는 숙소를 말한다.

보호소 신청자의 장기 주거지 이전 여부가 완전히 결정되면, 내무부는 지원 제공을 중단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영국해협을 건너오는 소형 보트들이 증가하고 보호소 신청자가 심각하게 늘어나자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

2023년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400개 이상의 호텔이 사용되었고 하루 거의 900만 파운드(약 17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내무부는 현재 보호소 호텔 수가 200개 조금 넘으며 비용은 11% 감소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 6월 30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영국에서 피난처를 구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시스템 내에 있는 인원의 30%에 달하는 약 3만2000명 이상이 여전히 호텔에 머물고 있다.

이 수치는 작년 6월보다 8% 증가한 것이지만, 2023년 9월 기록된 최고치 5만6042명보다는 43% 낮은 수준이다. 작년 6월은 노동당이 집권하기 직전으로, 노동당은 당시 인신매매 조직 단속, 소형 보트 횡단 저지, 영국 국경 보호를 다짐한 바 있다.

2025년 8월 8일, 런던 이스트 카나리 워프의 브리타니아 호텔 밖에 시위대가 집결해 있다.│Evgenia Filimianova/The Epoch Times

현재 망명 신청 적체 건수는 10만6000건에 달하며, 많은 결정이 1년 이상 걸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망명 시스템에 있는 사람의 총수는 2014년 5만5814명에서 2024년 22만4742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내무장관 이베트 쿠퍼는 망명 불허 시 항소 결정의 지연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8월 24일 발표된 새로운 계획은 항소심에서 판사 대신 독립적인 심판관이 판결하게 함으로써 5만1000건의 적체된 항소 사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편, 프랑스와의 시범적 협정에 따라 영국은 매주 약 50명의 불법 이민자를 돌려보내고, 그 대신 같은 수의 합법적 망명 신청자를 받아들일 예정이다.

올해 초부터 영국 정부의 주요 문제로 떠오른 해협 횡단 건수는 2만900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역 내 갈등

에핑에서는 7월, 벨 호텔 거주자인 41세 하두시 게르베르슬라시에 케바투가 14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그는 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8월 19일, 고등법원은 에핑 포레스트 지역 의회의 소송에 따라 벨 호텔에게 2025년 9월 이후 망명 신청자 수용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역 의회는 도시 계획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는 이에 항소하여 8월 29일 승소했지만, 다른 지역 의회들이 에핑 의회와 유사한 조치를 검토하면서 정치적 압박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동런던에서는 8월 런던 카나리 워프 지역의 브리타니아 호텔 밖에서 벌어진 시위에 난민 지지자들도 참여했다. 이들 중 일부는 정부의 관리 부실이 문제의 원인이라며 반이민 정서를 거부한다.

2025년 8월 8일, 런던 동부 캐너리 워프의 브리타니아 호텔 밖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Evgenia Filimianova/The Epoch Times

오랜 지역 주민이자 전 의원인 크리스틴 쇼크로프트는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들이 지역을 장악해 왔다”며, 이 호텔에 난민들이 머무는 것을 더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돈 낭비는 확실히 핵무기 때문이지, 전쟁 지역에서 탈출한 소수의 절박한 사람들을 돕는 것 때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인종차별 단체 스탠드 업 투 레이시즘의 전국 조직자인 사미라 알리도 이 의견에 동조하며, 보호소 호텔에 반대하는 시위가 단순히 “안전을 걱정하는 엄마들”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며, 그런 시위대는 “극우”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우리는 이 나라에 난민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우리 복지 서비스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서비스에 부담을 주는 것은 이 정부의 잘못된 관리”라고 덧붙였다.

2025년 8월 8일, 런던 동부 캐너리 워프의 브리타니아 호텔 밖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Evgenia Filimianova/The Epoch Times

시위대는 자신들이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극우’라는 꼬리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카나리 워프 주민 미첼 마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기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위를 할 때 백인 남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 아이들, 합법적으로 이곳에 사는 유럽 출신 사람들도 있다.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도 봤다. 그래서 극우라는 꼬리표는 이제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또 다른 동런던 주민 에이미 하울릿은 합법적인 이민은 지지하지만 불법 입국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에포크 타임스에 “망명을 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배경 조사와 정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25년 8월 8일, 런던 동부 캐너리 워프의 브리타니아 호텔 밖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Evgenia Filimianova/The Epoch Times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71%는 총리가 보호소 호텔 문제를 잘못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당 지지자의 56%도 마찬가지다.

이민과 망명 문제는 경제와 의료 서비스를 제치고 유권자들의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급증하는 비용

재정적 부담은 또 다른 주요 논쟁거리다.

8월에 발표된 옥스퍼드 대학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영국은 이민 관련 정책에 200억 파운드(약 35조원) 이상을 지출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망명 신청자 수용 시설에 사용됐다.

비용은 2016년 2억 파운드(약 3,500억원)에서 2023년 50억 파운드(약 8조 7,500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 초, 영국 공공 지출 감시 기관인 국가 감사원(NAO)은 내무부가 호텔 비용을 통제할 수단이 거의 없으며, 호텔이 다른 형태의 숙소보다 하청업체들에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밝혔다.

주민 하울릿은 “정부 지출이 적절하지 않다. 그들은 감당할 수 없는 수표를 쓰고 있다”고 개탄했다.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은 2029년까지 호텔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약속하며 연간 10억 파운드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장기적인 계획 없이는 이러한 약속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호텔이 잘못된 해결책이라는 데 동의한다. 난민 위원회 자선 단체의 임란 후세인은 지난주 성명에서 “이는 납세자들에게 수십억 파운드의 비용을 부담시키고, 망명 신청자들을 불확실한 상태에 가두며, 지역 사회에서 갈등의 불씨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더 빠른 망명 결정과 위험한 밀입국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정치적 여파

스타머 총리가 국제 협력과 밀수업자 네트워크 해체를 강조하는 동안, 정치적 경쟁자들은 여전히 그의 정책에 비판적이다.

개혁 UK 당수 나이젤 패라지는 보호소 호텔 사용에 반대하며 영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의 구금과 추방을 요구한다.

한편 케미 바데노흐 보수당 당수는 지역사회가 불법 이민 문제에 있어서의 정부 실패의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8월 29일 항소법원이 망명 신청자들을 호텔에 수용할 수 있도록 결정한 후, 바데노흐는 이 판결을 “후퇴”라고 부르며 정부가 “영국민의 권리보다 불법 이민자들의 권리를 우선시한다”고 분노했다.

내무부를 대리하는 에드워드 브라운 왕실변호사는 당초 법원이 보호소 호텔 금지를 명령한 것은 “다른 보호소 숙소 주변에서 추가 시위, 일부는 무질서해질 수 있는 시위의 자극제 역할을 할 위험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키녹 보건장관 역시 “호텔에서 수용자들을 무질서하게 퇴거시키면 보호소 신청자들이 거리에서 극빈하게 살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8월 8일 동런던 카나리 워프의 브리타니아 호텔 밖 시위자들과 경찰관들. │Evgenia Filimianova/The Epoch Times

(알트링엄 문제로 돌아가서) 로퍼는 정부가 더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부는 유권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불법 이민 문제 결정에 더 투명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영국 내무부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기사 발행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