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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산당, 태평양 도서국 포럼서 대만 배제 공작…PIF 분열 초래

2025년 08월 26일 오후 7:48
2018년 9월 5일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마지막 날 나우루 야렌에서 태평양 도서국들의 국기가 게시되어 있는 모습. PIF 회원국들은 9월 5일 초국가적 범죄, 불법 조업, 사이버 범죄 등에 대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안보 협정에 서명했다. 보에 선언(Boe Declaration)이라 불리는 이 협정은 또한 기후변화 등 "비전통적"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인정했다.│MIKE LEYRAL/AFP via Getty Images/연합2018년 9월 5일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마지막 날 나우루 야렌에서 태평양 도서국들의 국기가 게시되어 있는 모습. PIF 회원국들은 9월 5일 초국가적 범죄, 불법 조업, 사이버 범죄 등에 대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안보 협정에 서명했다. 보에 선언(Boe Declaration)이라 불리는 이 협정은 또한 기후변화 등 "비전통적"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인정했다.│MIKE LEYRAL/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공산당(CCP)으로부터 원조나 투자 형태로 광범위한 자금을 제공받고 있는 태평양의 작은 도서국(島嶼國)들에 대한 베이징의 압력 증가로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에 처음으로 눈에 띄는 균열이 생겼다. 중국의 자금은 결국 중국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회원국들은 9월 솔로몬 제도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만 참석을 금지할지 여부에 대해 입장을 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지금까지 만장일치로 유지돼 온 포럼의 오랜 입장, “모든 이에게 친구가 되고, 누구에게도 적이 되지 않는다”는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1971년 창설 이래 이 포럼은 18개 회원국이 모여 공통 현안을 논의해 왔다. 포럼은 오랫동안 회원국 이외의 파트너들을 옵서버 및 제한적 참가자로 초청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등 인근 국가들과 프랑스처럼 태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을 포함해 21개 파트너가 있다. 그리고 1990년부터는 중국도 파트너에 포함됐다.

1992년 대만은 낮은 등급인 대화 파트너 지위를 부여받았고, 베이징의 명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4년까지 별다른 사건 없이 그 지위를 유지했다. 그런데 과거와 마찬가지로 포럼 정상회의 최종 성명에서 대만의 지위가 언급되자, 베이징은 즉각 비타협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공산당의 태평양 특사 첸보(Qian Bo)는 누쿠알로파에서 기자들에게 “이것은 누군가가 저지른 놀라운 실수”이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몇 시간 후 성명은 포럼 웹사이트에 다시 게재됐지만, 대만에 대한 언급은 삭제됐다.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와 그것이 가하는 위협, 특히 소규모 저지대 섬들에 대한 위협이 주요 주제가 되어 왔고, 전통적인 관심사인 지역 경제개발과 교육과 함께 해양 오염(그리고 심해 채굴 가능성)도 다뤄져 왔다.

PIF가 수립한 “2050 블루 태평양 대륙 전략(2050 Strategy for the Blue Pacific Continent)”이라는 제목의 지역 발전 전략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태평양 주민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지역 협력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회원국들은 “우리만의 독특한 태평양 방식”으로 합의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반세기 이상 이 그룹이 활동해 온 방식을 요약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태평양 국가들이 베이징의 원조와 투자 제안에 응답하기 시작하면서 그룹에 균열이 생겼다. 중국의 지원을 받는 수혜국들은 중국공산당의 외교정책을 지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19년 6월 11일, 베이징의 조어대 국빈관에서 중국 외교부장 왕이(오른쪽)가 피지 외교장관 이니아 세루이라투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WANG ZHAO/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공산당의 압력에 굴복하다

피지 같은 일부 국가들은 50년 이상 18개국을 결속시켜 온 전통적 접근법을 고수하겠다고 단호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은 베이징의 요구에 따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올해 회의가 열리는 솔로몬 제도는 2019년 수교국을 대만에서 중국으로 바꾸고 3년 후 베이징과 안보협정을 체결한 국가로서, 다른 회원국들에 대만의 파트너 지위를 박탈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주최국으로서 솔로몬 제도는 PIF 규정상 원하면 누구든 초청하거나 초청을 철회할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PIF는 2050 전략과 이전의 여러 성명에서 “집단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관계를 맺고 협력함에 있어서 단결하고 연대해서” 행동하기로 누차 다짐해 왔다.

PIF는 올해 중국의 압력 때문에 기존 원칙을 포기하고 타협안을 발표했다. 올해 포럼은 회원국만 참여하는 비공개 모임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중국, 대만, 미국을 포함한 모든 외부 파트너의 참석이 금지된다.

솔로몬 제도 총리 제레미아 마넬레는 이번 결정이 포럼 리더들에게 조직의 파트너십 및 참여 메커니즘을 재검토하고 개혁하는 데 집중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4월 21일, 솔로몬 제도 수도 호니아라에서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여 건설 중인 의료 센터 앞을 한 차량이 서 있다. │Saeed Khan/AFP via Getty Images/연합

PIF는 올해 호니아라에서 열리는 회의를 앞두고 새로운 ‘1등급(Tier 1)’ 및 ‘2등급(Tier 2)’ 파트너 시스템을 도입하려 했으나, 결정이 지연됐다. 솔로몬 제도 총리 제레미아 마넬레는 파트너십 및 참여 메커니즘에 대한 검토가 완료될 때까지 모든 비회원국의 참석을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과 미국처럼 솔로몬 제도에 외교 공관을 두고 있는 국가는 비공식적으로 포럼 외곽에서 협력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반면, 대만은 이러한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대만 배제 결정에 대만과 동맹국들 “유감”

대만 외교부는 솔로몬 제도가 주최하는 이번 포럼에서 대만을 포함한 외부 파트너의 참석을 배제한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지만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대만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팔라우 대통령 수랑겔 휩스 주니어는 이번 결정을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현재 팔라우, 투발루, 마셜제도는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태평양 국가이다. 6년 전 6개국에서 3개국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투발루가 이번 포럼 불참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팔라우의 휩스 대통령은 포럼에 참석할 계획이지만 이번 결정에 불만을 표했다.

뉴질랜드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은 이번 결정에 우려를 표하며, 뉴질랜드가 “현 상태(status quo)를 강력히 지지해 왔다”고 밝혔다. 호주 외무장관 페니 웡 역시 성명을 통해 “호주는 PIF 정상회의에서 모든 개발 및 대화 파트너의 참여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PIF의 정회원으로, 포럼 사무국의 운영 예산 약 36%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PIF의 핵심 재정 지원 국가이다. 지난 6월, 호주는 솔로몬 제도에서 열리는 PIF 정상회의를 위해 차량, 사이버 보안, 물류 지원 등을 포함한 2천만 달러(약 266억 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뉴질랜드 역시 PIF 정회원으로, 단일 연간 기여금은 제공하지 않지만, 외교 개발 예산의 상당 부분을 다른 회원국에 지원하고 있다. 2024년 6월까지 3년간 뉴질랜드의 지원액은 약 18억 달러(약 2조 4천억 원)에 달했다.

팔라우 대통령 수랑겔 휩스는 2026년 팔라우에서 개최될 차기 PIF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대만을 포함한 모든 파트너를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