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펜타닐로 자녀 잃은 美부모들, 스냅챗 상대로 소송…“빅테크 책임”

2025년 08월 01일 오전 7:29
2025년 7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촬영된 ‘알렉산더 네빌 재단’ 설립자 에이미 네빌. 에이미 네빌과 그녀의 남편은 펜타닐 피해자 유가족 63가족과 함께 스냅챗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스냅챗이 결함 있는 제품이며 공공의 피해를 초래한 원인으로서 펜타닐 과다복용 사망과 중독, 부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John Fredricks/The Epoch Times2025년 7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촬영된 ‘알렉산더 네빌 재단’ 설립자 에이미 네빌. 에이미 네빌과 그녀의 남편은 펜타닐 피해자 유가족 63가족과 함께 스냅챗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스냅챗이 결함 있는 제품이며 공공의 피해를 초래한 원인으로서 펜타닐 과다복용 사망과 중독, 부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John Fredricks/The Epoch Times

에이미 네빌은 14세 아들에게 일어난 일을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말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그 일을 매번 되살린다. …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을 밖에 나가 이야기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분명히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2세인 네빌은 에포크타임스와 지난 6월 23일(이하 현지시간)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말을 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은 그녀의 아들, 알렉산더 네빌이 펜타닐을 모르고 복용한 뒤 세상을 떠난 지 꼭 5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녀는 “이런 비극은 어떤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들의 이름을 딴 비영리단체 ‘알렉산더 네빌 재단’을 통해 네빌은 자신의 고통을 다른 부모들과 나누고 있다. 그녀의 추산에 따르면 지금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수백 회에 걸쳐 강연을 진행했고, 약 30만 명이 소셜미디어에 도사린 위험에 대한 경고를 들었다. 그 위험은 알렉스(알렉산더의 애칭)처럼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네빌은 미국 내 빅테크 기업 운영 방식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중대한 소송의 대표 원고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알렉스처럼 스냅챗 등 온라인 플랫폼에 몰리는 젊은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네빌 부부는 자신의 아들을 포함해, 펜타닐로 인한 사망자 63명의 유가족들과 함께 스냅챗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스냅챗 플랫폼이 결함 있는 제품이고 공공의 위험을 초래한다 주장하며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 중독, 부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스냅(Snap Inc.)은 스냅챗의 모회사로서 이 주장들을 “강력히 부인한다”고 한 판사는 전했다.

소송을 맡고 있는 시애틀 기반 ‘소셜미디어 피해자법센터(Social Media Victims Law Center)’를 설립한 매튜 버그먼 변호사는 에포크타임스에 “스냅챗에서 구매한 오염된 약물을 통해 자녀들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한 수십 가정을 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냅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인생이 스위치를 켠 듯달라졌다

5년 전 네빌 가족은 캘리포니아 어바인의 안전한 교외 지역인 알리소비에호에 살고 있었다.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동네는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게 안전한 곳이었다.

네빌은 자신의 요가 스튜디오를 운영했고 남편 애런은 웹사이트 개발자로 일했다. 두 사람 모두 40대였으며 학교를 좋아하는 ‘똑똑한’ 딸 에덴과 숙제는 싫어했지만 역사, 스케이트보드, 게임을 좋아하는 ‘매우 똑똑한’ 아들 알렉스를 키우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들을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라고 표현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네빌은 그 당시 천식이 있는 아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아마도 당시 확산되고 있던 코비드(COVID)-19 호흡기 바이러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기억을 떠올렸다.

14세의 알렉산더 네빌이 반려동물들과 함께 편안히 누워 있는 모습. 촬영 날짜 미상. 알렉산더는 2020년 6월 14세 나이에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했다. ⎟ Courtesy of Amy Neville

하지만 네빌이 ‘그 이전(Before)’이라 부르는 시기는 모든 것이 단숨에 바뀌기 전의 시절이었다. 그녀는 그날이 전등 스위치를 켠 듯 인생을 즉각 뒤바꾼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2020년 6월 23일 아침, 네빌은 치과 예약 때문에 알렉스를 깨우러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실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방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했다. 알렉산더는 그가 좋아하던 빨간 빈백 체어에 누워 있었고 마치 잠든 듯했지만 피부는 청색증을 띠고 있었다.

명백히 그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그러나 엄마로서 네빌은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다. 혹시나 자신의 첫아이인 아들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네빌은 당시 12세였던 딸 에덴이 오빠의 그런 모습을 보지 않도록 막으며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남편은 CPR을 시행했고 네빌은 휴대전화로 911 긴급구조대와 통화했다.

구조대가 도착하자 CPR을 이어받았고 알렉산더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에서는 사망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네빌 가족은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곧 단서가 나타났다.

“방 안에 한 알의 알약이 남아 있었다.” 한 수사관이 네빌에게 말했다. 그녀는 그 알약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그 알약은 미 연방 마약단속국(DEA)에 넘겨졌다.

“그때 우리가 펜타닐에 대해 알게 됐다”고 네빌은 말했다. “그 알약에서는 펜타닐이 검출됐다.”

(왼쪽)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최근 마약 단속 중 압수된 펜타닐 신종. 곰 젤리 모양으로 위장돼 있었다. (가운데 및 오른쪽) 2022년 9월 3일 미국–멕시코 국경 너갤레스(애리조나주) 입국 지점에서 차량 바닥 수납칸에 숨겨져 있던 무지개색 펜타닐 알약 약 4만7000정과 파란색 펜타닐 약 18만6000정, 메스암페타민 6.5 파운드(약 3kg)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압수했다. ⎟ Lethbridge Police Service,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의사들은 현재 엄격한 통제 아래 ‘마약류 통제 물질 분류 체계(Controlled Substances Act)’에 따라 2급 지정 마약으로 분류된 펜타닐을 처방할 수 있지만, 의회는 최근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 펜타닐 관련 물질을 ‘1급 지정 마약’으로 영구 지정하며 “현시점에 의학적으로 인정된 효용이 없는 물질”로 분류했다. 이와 관련된 위반 행위에는 강력한 형사·민사·행정 처벌이 따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월 16일 해당 법안에 서명하면서 ‘펜타닐 불법 유통 전면 차단법(Halt All Lethal Trafficking of Fentanyl Act)’은 정식 법률이 됐다.

펜타닐은 제조 비용이 낮아 불법 마약 유통업자들이 다른 약물에 섞거나 구매자가 요청한 약물을 펜타닐로 대체하기도 한다. 이는 펜타닐의 치명성에도 불구하고 이뤄지는 행위다.

연필심 끝 크기의 극소량 섭취만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전국적으로 시행 중인 ‘한 알로도 죽을 수 있다(One Pill Can Kill)’ 공익 캠페인을 통해 강조되고 있다. DEA는 수년 전부터 이를 통해 위조 처방 진통제와 관련된 급증하는 사망자를 막고자 했으며, 매년 수백만 개의 위조 알약을 압수해 왔다. DEA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지금까지 압수된 위조 알약 수는 4570만 정이 넘는다.

버그먼 변호사와 뉴욕 브루클린 기반의 기술기업 상대 소송 전문 로펌 C.A. 골드버그가 제기한 스냅챗 소송에서는 펜타닐이 청소년과 청년 사이에서 “코로나19, 교통사고, 심지어 자살보다 더 많은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네빌 소송은 스냅쳇이 펜타닐 사망의 ‘전염병(에피데믹)’에 기여했다고 본다.

버그먼 변호사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특히 스냅챗은 유통업자들이 익명성을 유지한 채 비교적 법적 책임 없이 치명적인 거래를 대규모로 수행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펜타닐 위기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려면 단순히 외국으로부터의 공급을 차단하는 것을 넘어 “소셜미디어 기업이 책임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들이 펜타닐 오염 알약 유통의 주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DEA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10만7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고, 이 중 거의 70%가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류(아편계 진통제 계열의 약물)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공급되는 불법 펜타닐의 상당 부분이 중국 또는 중국에서 출발한 원료를 기반으로 한다고 추정된다. 정확한 비율은 시기와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정부와 DEA는 불법 펜타닐의 70~80% 이상이 중국산 화학물질이나 중국을 경유해 들어온다고 보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직접 불법 펜타닐을 대량으로 밀수하는 사례는 최근 단속 강화로 줄어든 반면 중국산 원료가 멕시코 등 제3국의 불법 제조 조직에 공급되어 미국으로 밀반입되는 경로가 더 많아지고 있다.

텔레그램 앱 화면 캡처. 2023년 6월 28일로 추정되는 마약 거래 장면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판매상이 상대적인 익명성과 법적 면책을 기대하며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 Screenshots via The Epoch Times, Telegram

2023년 미국의학협회(JAMA)가 발표한 ‘자마 소아과 저널(JAMA Pediatrics)’의 자료에 따르면 18세 이하 아동의 펜타닐 사망자는 2013년부터 2021년 사이 30배 이상 급증했다.

2024년 스냅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에반 스피겔은 의회에서 스냅챗을 사용하는 미국인이 1억 명 이상이며 그중 2000만 명 이상이 10대라고 밝혔다.

돌이켜 보면

네빌은 “아들의 죽음이 갑작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늦게 생각해 보면 아들 사망은 그 이틀 전인 아버지의 날에 했던 아들의 고백과 연결된다.

네빌은 아들이 부엌 식탁에서 한 대화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얘기할 게 있어. 나는 옥시(Oxy)를 써보고 싶었어. 스냅챗에서 딜러에게서 구했어. 그게 날 사로잡고 있어. 왜 그런지 모르겠어.”

알렉스가 말한 ‘옥시’는 중독성 강한 아편계 마약류 옥시콘틴(OxyContin)을 뜻했다. 그는 그 약을 거리에서 구해 일주일 넘게 간헐적으로 사용했다고 고백했다.

2025년 6월 4일 촬영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에 놓인 진통제 알약들. 알렉산더 네빌은 스냅챗에서 딜러로부터 구입한 ‘옥시콘틴’으로 생각한 약을 복용한 후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 John Fredricks/The Epoch Times

알렉스의 부모는 그가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은 것에 고마움을 즉시 표했다. 그들은 그를 치료센터에 등록시키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다음 날 네빌은 아들을 데리고 이발을 하러 갔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머리 자르기였다.

네빌은 그날 아들에게 이렇게 타이르던 기억이 난다.

“오늘 밤에는 절대 약을 먹지 말아야 해.”

그는 먹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아들은 자신이 ‘옥시콘틴’이라고 생각했던 약을 복용한 후 사망했다.

네빌은 그때만 해도 그 약에 치명적인 약물이 섞였거나, 대체됐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펜타닐에 대해 전혀 몰랐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고, 소셜미디어의 심각한 위험성에 대해서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네빌은 아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살짝 살펴 성범죄자나 괴롭힘을 당하는 흔적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10대들과 마약 거래상들이 사용하는 약물 관련 암호화된 이모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이제 네빌은 전국을 돌며 부모들에게 그 정보를 포함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에이미 네빌이 자신의 아들 알렉산더가 스냅챗에서 약을 구매한 후 펜타닐 중독으로 14세 나이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2025년 6월 23일 미국 워싱턴 캐피톨힐의 ‘상원 공원(Upper Senate Park)’에서 열린 소셜미디어 피해자 추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Madalina Kilroy/The Epoch Times

스냅챗 기능 논란

스냅챗에서는 사용자들이 ‘스냅(Snaps)’이라 불리는 문자, 동영상, 사진을 주고받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 메시지들이 사라진다.

이 ‘사라지는 메시지’ 기능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사용자들이 “그때그때 마음에 떠오르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금까지 했던 모든 말을 영구 기록으로 남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스냅챗 공식 홈페이지는 설명한다.

이 기능은 사용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며 스냅챗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스냅챗의 로고인 유령 모양은 이러한 ‘메시지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같은 메시지의 소멸 기능은 마약상과 다른 범죄자들이 법 집행을 피해 가면서 불법 약물을 널리 홍보할 수 있게 만든다고 비판받는다.

“마치 타임스퀘어에 마약 광고를 붙여놓는 것과 같지만 증거는 사라진다”라고 버그먼 변호사는 말했다.

스냅챗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법 집행 기관 및 정부 기관과 협력해 플랫폼 내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일부 정보는 적법한 법적 절차를 통해 법 집행 기관에 의해 회수될 수 있다”고 사용자들에게 안내한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스냅챗의 다른 기능들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버그먼 변호사는 스냅챗이 “약물을 구하려는 의도가 없는 취약한 십대들과 포식적인 마약상들을 반복적으로 연결해 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냅챗 측은 법원 제출 서류에서 마약 밀매자를 찾아내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며 불법 활동 신고에 신속히 대응한다고 반박했다.

2024년에는 ‘스냅 맵(Snap Map)’ 기능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변경했다. 이제는 사용자 위치가 기본적으로 숨겨진다. 다만 부모는 “자녀가 위치를 공유하는 친구를 확인할 수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또 다른 논란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중독성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미국 최고의 두뇌들이 사용자 행동과 반응을 분석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시스템은 사람들이 몰입할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더 많이 보여준다. 또한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한 기능들도 갖추고 있다. 사용자가 플랫폼에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광고를 접하게 되고 이는 곧 회사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스냅챗은 반복 사용에 따른 ‘스트릭(Streaks)’ 점수를 부여해 사용자 참여를 유도한다.

부모가 10대 자녀의 휴대폰을 빼앗으면 일부 아이들은 “스트릭이 끊겨서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고 버그먼 변호사는 전했다.

2021년 6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 위치한 스냅(Snap Inc.) 본사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스티브 필슨(왼쪽)과 에이미 네빌(오른쪽). 필슨은 2020년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한 제시카의 아버지이며, 네빌은 같은 해 아들 알렉산더를 잃었다. 이들은 스냅챗 앱에 대한 강력한 부모 통제 기능 도입, 불법 약물 거래 차단 도구 강화, 법 집행 기관과의 협력 확대를 요구했다. ⎟ Patrick T. Fallon/AFP via Getty Images

앞으로 나아가며

현재 애리조나주 투손 근처에 거주 중인 네빌은 온라인 마약 거래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소셜미디어 피해와 관련해 정보가 필요한 부모와 청소년들의 전화를 받고, 이들을 적절한 지원자들과 연결해 주고 있다.

그녀는 활동가로서의 역할을 통해 소셜미디어 내부의 민낯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한다.

“처음엔 아이들과 마약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다 ‘소셜미디어에서 뭘 보고 있니?’ 하고 물었더니 그 대답이 또 다른 이야기들로 이어졌다.”

“그때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펜타닐이 팔리는 문제를 넘었구나.’ 따돌림도 있고, 협박도 있고, 착취도 있고… 그래서 말했다. ‘우린 이런 걸 당연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어. 이렇게 살아야 할 이유는 없어.’”

네빌은 자신의 활동이 분명 생명을 살리고 있다고 말한다. 몇 명이나 되는지는 셀 수 없지만 말이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에게 내 개인 연락처를 준다.”

“그리고 항상 이렇게 말한다. ‘무슨 일이든 괜찮아. 그냥 연락해. 질문 안 할게. 단, 네가 위험에 처했다면 그땐 상황이 달라지겠지.’”

최근 어느 날, 자살을 암시하는 전화를 걸어온 한 소녀가 있었다. 그러나 그 학교 교장은 그 아이의 말을 “관심받고 싶은 드라마 속 여왕 같은 소리”라며 무시했다고 네빌은 전했다.

하지만 네빌은 그 소녀가 정말로 자살 위험에 놓여 있다고 믿었다.

“그 애는 수단도 있었다. 유서도 썼고, 준비를 다 했더라. … 하지만 나한테는 편하게 털어놨던 거다.”

네빌은 결국 그 아이를 전문가와 연결해 줬다.

에이미 네빌이 2023년 4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라구나니겔에서 열린 펜타닐 관련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 John Fredricks/The Epoch Times

빅테크 소송이 미치는 큰 영향

버그먼은 30년 넘게 변호사로 활동하며 “(이번 소송이) 지금까지 맡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이지만 동시에 이 사건이 법적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냅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는 네빌 가족을 포함해 여러 주에 거주하는, 펜타닐로 인한 사망자 63명의 피해 가족들이 참여하고 있다.

버그먼 변호사는 오는 8월 25일 예정된 심리에서 소송의 향후 방향을 결정할 대표적인 ‘선도 사건(bellwether cases)’ 5~6건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선도 사건’이란 유사한 사건들의 판례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선도적 소송이나 대표 소송을 의미한다.

향후 더 많은 가족이 소송에 참여할 수도 있다. 버그먼 변호사는 펜타닐로 인해 14세에서 22세 사이의 자녀들이 중독된 160여 가정이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피해자법률센터에 법률 대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중 생존자는 단 두 명이며, 그마저도 중대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2022년 제기된 ‘네빌 대 스냅챗 소송(Neville v. Snapchat)’은 이미 주요 법적 장벽을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은 2020년 알렉스 사망 당시 네빌 가족이 거주하던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스냅 본사 또한 그곳에 있다.

버그먼 변호사는 이 사건이 미국 대법원에서 아직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법 영역에 해당한다며 “어떤 법원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모두 주목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법정에서 스냅챗 측 변호인들은 연방 법률인 ‘1996년 통신품위법 제230조’가 사용자 생성 콘텐츠에 대해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면책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법 조항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용자와 플랫폼 간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현재의 소셜미디어 운영 방식과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의 로렌스 리프 판사는 “스냅챗의 특정 기능과 속성이 ‘콘텐츠’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하며 소송이 계속될 수 있도록 했다.

2023년 4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열린 행사장에 전시된 알렉산더 네빌의 14세 때 사진. 알렉산더는 펜타닐이 섞인 약을 복용한 뒤 숨졌다. ⎟ John Fredricks/The Epoch Times

다른 법원들 역시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고 리프 판사는 2024년 1월 판결에서 언급했다. 그는 스냅의 소송 기각 요청을 기각하고, 이 소송이 제기한 청구 대부분의 법적 타당성을 인정했다.

2024년 말에는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이 리프 판사의 판결을 유지하면서 이 소송은 정식 재판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원고 측 변호인단은 스냅 내부 문서와 직원들의 선서 증언을 확보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소셜미디어 피해자 법률센터의 버그먼 변호사는 “회사가 펜타닐 오염 약물의 거래 사실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인지했는지, 그리고 왜 이런 치명적인 거래를 여전히 방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 “보호조치 충분히 시행 중반박

2024년 초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는 스피겔 스냅 CEO를 비롯한 여러 빅테크 기업 대표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청소년들이 성범죄자, 마약 밀매업자, 사이버 불링, 자해·자살·폭력 미화 콘텐츠 등 각종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피겔 CEO는 상원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스냅챗이 모든 이용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미성년자들이 원치 않는 접촉을 피하고 연령에 맞는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보호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스냅챗은 펜타닐 중독과 가짜 처방약의 위험성에 대해 이용자들에게 경고해 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원고 측은 이러한 조치들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스냅챗은 여전히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실질적인 변화를 하지 않았다”라고 버그먼 변호사는 주장했다.

그는 나이 인증, 부모 통제 기능, 위험 신고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도록 스냅을 압박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건 정말 생사가 달린 문제다. 청소년들은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

에번 스피겔 스냅 최고경영자(CEO)가 2024년 1월 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빅테크 기업 대표들은 소셜미디어상 아동 성착취, 마약 밀매, 사이버불링, 유해 콘텐츠 확산 문제에 대해 증언했다. ⎟ Kevin Dietsch/Getty Images

알렉스를 기억하며

행복했던 알렉스와의 추억은 여전히 어머니 네빌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한다.

2006년 5월 4일 알렉스가 태어난 날을 회상해 달라는 질문에 네빌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은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듯했다.

“항상 농담처럼 말하지만 알렉스는 잉태된 순간부터 기복이 심했다.” 네빌이 말했다. 그녀는 임신 내내 심한 입덧에 시달렸고 실신까지 겪었다.

“알렉스를 낳고 나선 더 이상 운전도 못 했다. 그리고 알렉스는 4개월 내내 ‘영아 산통’을 앓았다. 정말 힘들었다. 그다음엔 야경증도 있었고… 완전히 롤러코스터 같았지만 우리는 끝까지 함께했다.”

한때 보이스카우트 어린이 조직인 ‘큐브스카우트(Cub Scout)’였고,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운영하는 꿈을 꿨던 알렉스는 사려 깊고 내면을 돌아볼 줄 아는 아이였다. 그의 부고에는 “충동을 용기 있게 이겨내려 애썼던 소년”이라고 적혀 있다.

네빌은 “그런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알렉스도 언젠가 ‘실험적인 시기’를 거치게 될 거라고 예감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됐다.

무엇이든 잘 해내고 싶다는 스스로의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서 알렉스는 내면의 고통을 겪기 시작했고 “지치는 감정을 느끼게 됐다”고 부고는 전한다.

알렉스는 자기 자신을 치유하고자 마리화나에 손을 댔고 이후 위조된 옥시콘틴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그것은 치명적인 펜타닐이 섞인 약이었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됐다.

아들이 떠난 후 네빌은 아들 방 벽에 붙어 있던 손글씨 메모의 문구를 떠올리려 애썼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휴대폰 사진첩을 뒤지던 중 그 쪽지의 이미지가 나타났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불편한 일에 도전하라(Do uncomfortable work).”

이 문장은 이제 알렉스의 손글씨 그대로 네빌의 왼팔 안쪽에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에이미 네빌이 왼팔 안쪽에 아들 알렉산더가 쓴 글씨로 새긴 ‘Do uncomfortable work(불편한 일에 도전하라)’ 문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은 아들이 펜타닐로 세상을 떠난 지 5주년이 되는 2025년 6월 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촬영됐다. ⎟ Janice Hisle/The Epoch Times

그 말은 그녀의 ‘생활 신조’가 됐다고 네빌은 말했다. 아들을 기리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돕겠다는 그녀의 여정에 영감을 준 것이다.

“아이 없이 매일을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지 않나?”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 힘들 것이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