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인사이트 윈도우] 의료 현장에 ‘주민참여’ 도입을?…‘인민 민주주의’ 한다는 건가 ②

2025년 07월 28일 오후 6:04
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가 ‘인사이트 윈도우’ 인터뷰 발언을 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가 ‘인사이트 윈도우’ 인터뷰 발언을 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 방송 : 에포크 TV ‘인사이트 윈도우’
■ 일자 : 2025년 6월 7일(촬영)
■ 진행 : 추봉기 에포크타임스 한국지사 부사장
■ 대담 : 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

*내용 인용 시 <에포크 TV ‘인사이트 윈도우’ 인터뷰>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추봉기 에포크타임스 한국지사 부사장(이하 추봉기) = 이재명 대통령은 기초의료 국가책임제를 실시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문제에서도 의사 충원이라든가 의료 인프라 구축이 전제가 돼야 할 것 같다.

△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이하 이은혜) = 굉장히 부정적으로 본다. 가능하지가 않다. 일단 1차 의료 지역의료, 이런 걸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국가가 지방의료만 책임진다면 수도권 사람들은 버린다는 건지, 그리고 경증 같은 간단한 질환인 1차 의료만 책임진다고 하면, 암이나 중증질환 이건 질환은 버리겠단 건지 말 자체가, 워딩 자체가 틀린 것이다. 1차 의료도 보장하고 지방의료도 보장해야 한다. 중증인 경우엔 포괄적으로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줄 수 있어야 된다.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의료보장국가다. 의료를 보장한다는 것과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은 워딩이 다르다. 의료보장국가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독일식 사회보험제 국가와 영국식 공영제 국가가 있다. 둘은 어떻게 다른가. 사회보험제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건강보험료를 낸다. 이게 주된 재정이다. 영국은 소위 무상의료제도다. 이미 세금으로 지불했기 때문에 별도의 돈을 안 낸다. 그래서 무상의료라고 한다.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은 영국식 공영제 무상의료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우린 사회보험제를 하고 있는데 국가가 책임진다고 하면 제도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95%에 달하는 민간 병원을 국가가 다 사들여야 한다. 영국은 모든 병원이 국가 소유다. 국가 소유가 아닌 영리병원도 있지만 그건 얼마 안 되고 대부분이 국가 소유다.

▲추봉기 = 영국은 국가가 병원을 소유하고 있는데 큰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나.

△이은혜 = 대기가 엄청 길다. 영국은 국적이 외국인이라도 무상 의료를 받는다. 문제는 그 사람들을 (자국민과) 평등하게 대하기 때문에 자국민 역차별이 발생한다. 영국 국민은 상대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굉장히 길다. 그래서 뭐 ‘기다리다가 죽는다’란 말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기다리기 싫은 사람들은 자기 돈을 써서 영리 병원으로 간다.

(우리 정부가 의료 서비스를) 영국식으로 만든다고 하면 대기가 늘어나게 된다. 우리는 이제 생각을 해야 한다. 대체로 공영제 국가보다는, 그러니까 무상의료를 하는 국가보단 사회보험제 국가의 의료서비스가 대체로 더 좋다. 환자 대기도 적다. 대신 돈은 여기가 더 많이 쓴다. 모든 제도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완벽한 제도는 없으나 우리는 이미 건강보험이란 틀을 갖추고 있어서 영국식 국가책임제로 가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추봉기 = 정부는 지방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 의대를 신설하거나, 기존 재원을 확대하거나, 지역 의사제를 도입하겠다고 얘기한다. 이것도 의사 수만 늘리고 정작 필요한 지방의료 공백은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은혜 = 맞는 말이다. 그냥 의사 수가 늘어나는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방의료를 더 붕괴시킬 것이다. 이재명 정권은 ‘공공의대를 최소 3개 짓는다’고 한다. 거기에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가 묶여 있다. 의사 정원의 최소 60%, 가능하면 80%까지 지역의사 선발을 하라고 돼 있기 때문에. 공공의대와 지역 의사는 기본적으로 학비가 무료다. 대신 지역에서 10년을 있으라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의료를 더 망하게 한다. 얼핏 생각하면 10년은 지역에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 10년엔 수련기간이 포함된다. 또 국립공공의대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결정하고 지자체 공공의대는 지자체장이 결정한다. 그러나 마음대로 근무지역을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복지부에 근무한다고 하면 국립암센터,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 근무가 가능하다. 그 말은 복지부 장관이랑 줄을 댈 수 있으면 목포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목포가 아닌 다른 의무기관에서 수련기간을 채울 수 있다. 지역에서 10년을 근무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피할 길이 많다는 것이다.

▲추봉기 = 지역 한정 지역 의사를 양성하면 우수 인재 확보를 못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은혜 = 지금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법에 의하면 지역 인재 선발 기준이 ‘해당 지역에서 고등학교 3년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집이 서울이라도 고등학교만 뭐 지방에서 나오면 되는 것이다. 실제 그런 일이 있다. 충청도 모 의대에 어떤 교수는 지금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많이 밖으로 나가서 서울의 유수 병원에서 이직 제의가 있었다. 그런데 이분이 안 간다고 했다. 이유는 자신의 자녀가 고등학생이란 이유다. 이제 몇 년만 버티면 지역 인재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데 지금 서울로 가면 자녀는 강남에서 맨땅에 해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직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모든 방법을 다 써봐도 지역에 있는 의사가 부족하면 지역 의사 제도를 해야 한다. 우리도 해당될 수 있다. 그것은 이 땅을 파서 의대 짓고 하려면 10년은 있어야 의대 졸업생이 나오는 것이고, 이미 지역에 소아과와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의사 선생이 많이 있다. 이분들이 병원으로 돌아오는 제도는 2년 안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분들은 지역에 평생을 살 것이다. 이게 더 효과적이고 돈도 덜 들고 영속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공공의대는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 관심이 딴 데 있다.

▲추봉기 =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 보건의료에 주민참여형 거버넌스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은혜 = 민주적인 방식의 (보건의료를) 하자는 것인데, 주민 참여나 민주주의를 해도 되는 영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다. 의료는 대표적으로 전문성이 필요되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수술을 한다고 하자. 그럼 집도의가 있어야 한다. 보통 수술실에 들어가면 집도의가 있고 3명의 보조와 스크럽 간호사가 있다. 스크럽 간호사를 도와주는 또 다른 보조 간호사도 있다. 여기에 마취과 의사와 간호사도 합류해야 한다. 그게 (수술을 위한) 한 세트다. (수술을 비롯해) 의료 영역에선 집도의의 결정이 전문성이다. 그리고 전문성을 따르는 게 전공의나 간호사 등이다. 이들이 계급이 낮아서가 아니라 위계와 질서에 의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가 죽는다. 의료에서만은 민주주의를 하면 안 된다.

주민참여형을 하겠다고 한다면 인민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선 사람의 생명을 존경하지 않는다. 주민참여형이라면 죽든 말든 상관이 없다.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한다면 전문가를 존중해야 한다.

*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와의 인터뷰는 3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