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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해외 순방 확 줄였다…WSJ “건강·국내 위기 집중 때문”

2025년 07월 24일 오전 10:43
최근 시진핑이 옮겨간 집무공간으로 알려진 중난하이의 춘이제.  | CCTV 화면 캡처최근 시진핑이 옮겨간 집무공간으로 알려진 중난하이의 춘이제. | CCTV 화면 캡처

2014년엔 20개국 순방했지만 지금은 연 3~4차례 그쳐
브릭스·EU 정상회의도 불참…총리 등이 외교 공백 메워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수년 사이 급격히 해외 순방을 줄이고 있다. 과거 주요 국제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올해 들어선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도 불참했고, 유럽연합(EU)과의 연례 정상회담도 중국 베이징으로 장소를 옮겨 치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시 주석이 고령과 건강 문제, 국내 경제·정치 위기에 집중하면서 외교 일정 축소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진핑은 올해 상반기 단 3차례만 해외 순방에 나섰고, 방문 국가는 총 5개국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총 4차례 순방으로 10개국을 다녀왔을 뿐이다. 이는 집권 초기였던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평균 14개국을 방문했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2014년에는 무려 20개국을 순방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집권 후 처음으로 불참했다.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밝히고 대신 리창 국무원 총리가 참석했다.

연말 유럽연합(EU)과의 연례 정상회담도 원래는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시진핑의 유럽 순방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EU 정상회담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시진핑에게 중요한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순방 축소 배경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NTU)의 뤄밍후이 교수는 WSJ에 “시 주석은 최근 외교 업무를 총리나 당의 외교담당 책임자에게 위임하면서 본인은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연구원 닐 토머스는 “시 주석이 점점 더 많은 회의에 불참하는 데에는 건강 문제, 특히 시차 적응에 따른 체력 부담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시진핑은 중국 내에서 외빈 접견을 통한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소 84차례 외빈을 중국에서 접견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늘어난 수치다.

그사이 리창 총리와 유력 외교 실세인 류젠차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빈번하게 해외를 오가며 시 주석을 대신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해에만 13개국을 방문했고, 류 부장도 미국, 호주 등 서방 국가와의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시진핑의 건강 이상설은 집권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2년 집권 직전에는 간 종양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고, 이후 췌장암 발병설도 흘러나왔다. 최근에는 올해 7월 열린 중국공산당 20기 3중전회에서 시 주석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문이 다시 퍼졌다.

그보다 앞선 5월 말에는 러시아발 텔레그램 채널 ‘General SVR’이 “시 주석이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6월 초 두 차례 재발했다”는 익명의 외교 소식통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시진핑의 외국 순방은 최근 불거진 권력이상설, 실각설을 잠재우는 효과를 냈다. 실각설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권력이 불안정하다면 어떻게 외국에서 정상외교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과거 외교에 적극적이었던 시기에 비해 시진핑이 중국 내에서만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갈등으로 인해 외국과의 관계 개선이 더욱 절실한 지금 이 시점에 접견 외교에 치중하는 모습은 다소 위축된 것으로 비춰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시진핑 역시 일정 간격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암묵적으로 건강 이상설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