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상법개정안, 지배구조 개혁인가? 시장 개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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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위한 상법 개정,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답변_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신시내티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한국하이에크 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했고, (사)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상법 일부개정 법률 공포안을 의결했습니다.
“상법은 ‘영리 기업’에 적용되는 일반법입니다.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모두 상법의 규율에 따릅니다. 이처럼 상법 개정은 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상법 개정이 부지불식간에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표적인 정책 상품이 돼 버린 듯합니다. 앞서 지난 4일엔 민주당 주도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죠. 민주당의 정책 행태는 자신감을 넘어 급하고 거칠기까지 합니다. 민노총 위원장 출신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방위 출신을 국방부 장관에 지명한 것이 그 단적인 사례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한 것을 경제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최근의 증시 랠리가 현 정권의 작품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 선거일 직전(6월 2일)과 직후(6월 4일) 코스피 지수는 ‘2770~2780’이었는데요. 선거 이후 6월 5일~6월 27일 사이 지수가 급격히 상승해 3108~3116에 도달했고, 7월 초엔 3100선을 넘어 강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인 건 사실(fact)이지만, 이는 코스피 3000 직전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5조 원 이상 순매수한 것’이 코스피 3000 돌파의 결정적 트리거(trigger)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을 해독해야 합니다.”
-외국인 자금 유입과 글로벌 요인 등 다른 해석도 있던데요.
“올해 들어 미국의 노동시장 지표가 악화하고 인플레이션도 둔화 추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하반기 연준(Fed)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파월 연준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종용했죠. 그렇게 해서 달러 가치는 10% 이상 하락했고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인덱스’는 최저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달러 약세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이 약세 통화를 피하려 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아시아·신흥국 주식 시장은 매력적인 대체 투자처가 됐습니다. ‘한국주식의 비중’을 확대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죠.”
“다른 각도에서 보더라도 달러가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국내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환차익’(달러가치 하락) 기대로 외국인들 입장에서도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유인이 커집니다. 여기에 새 정부의 증시 부양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증권 섹터 전반에 자금이 유입됐던 겁니다. 한국 증시는 오를 수밖에 없었고요.”
“‘글로벌 유동성’ 이외에 코스피 3000 돌파의 실질적 핵심 동력은 우리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 신장이었습니다. AI 시대의 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원전 부문의 두산에너빌리티, 방산 분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차전지 색터의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테마 기업의 경쟁력이 코스피 3000을 돌파하게 한 것이죠. 이들 기업은 모두 이재명·민주당 이전에 만들어진 기업들입니다. 이재명과 민주당이 이들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이 저평가돼 있다는 시각도 많은데요.
“주택의 경우 ‘거래되는 집값이 감정가보다 낮으면’ 집값이 저평가됐다고 합니다. ‘기업의 내재가치 또는 청산가치보다 기업의 시가총액이 낮으면’ 기업이 저평가된 것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book value ratio)은 ‘기업의 저평가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PBR이 1.0 미만이면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예컨대 0.9면, 기업 내재가치의 90%만이 시가에 반영됐다는 의미죠.”
“2023년 기준, 한국거래소(KRX) 국내 전체 상장사의 평균 PBR은 1.05배입니다. ‘코스피200’은 0.8배 수준입니다. 이는 한국 상장사는 역사적으로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반복적으로 거래돼 왔다는 뜻입니다. 그간 정부는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통해 PBR 상승을 유도하려 했지만, 평균 PBR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과 민주당도 ‘상법 개정을 통해 밸류업을 꾀하겠다’고 하지만 표방한다고 정책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면서 특히 소액주주 보호를 강조하는데, 이런 입법 방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민주당 상법 개정에는 ‘기업의 사업구조 개편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습니다. 그 자체가 주주를 지배주주와 소액주주로 갈라치기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법 개정의 목적이 ‘오너경영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 혁파’로 귀결되는 순간 상법 개정은 ‘좌파 프레임’에 복속(服屬)됩니다.”
“물론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는 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물적분할’이 그 범주에 속하는데요. 그러면 부족하지 않게 방어 수단을 설계하면 됩니다. 2022년에 제도화된 ‘주식매수청구권’과 물적분할과 관련된 ‘상장심사·공시 강화’ 등이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액주주 우대’ 취지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입니다. ‘소수주주와 지배주주의 이익’이 별개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법, 상법, 자본시장법 등의 촘촘한 규제로 지배주주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탈할 여지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수주주가 지배주주보다 더 보호받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죠. 이는 ‘1주 1의결권’의 주주평등주의에 위배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이 내용은 주주의 이익을 비례적으로 보호하라는 것인데,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맞다면 논리적으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까지 보호해야 합니다. 따라서 민주당의 상법 개정 논의는 포퓰리즘에 경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합니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로까지 확대되면 대표소송이나 업무상배임죄 처벌이 크게 증가할 것입니다. 회사 성장을 위한 구조조정이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이사들이 내린 의사결정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었다고 소송(訴訟)을 제기하면 이사는 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이사는 법정에서 모든 의사결정에 대해 ‘소수주주를 포함한 일반주주에의 영향을 검토했고 보완책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사의 과다한 입증책임 부담은 그 자체가 희소한 경영자원의 낭비입니다.”
“기업에 투자하는 주체는 ‘장기투자자, 단기투자자,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 국내외 행동주의펀드 및 경영권 공격 세력, 일반투자자’ 등 다양한데요. 각각 다른 동기와 이유로 주식을 보유하는 모든 주주의 이익을 동시에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모든 주주의 이익을 비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상법개정안 대로라면 엘리엇 펀드 등 기업 사냥꾼의 이익도 보호해야 하는데, 이는 그 자체가 블랙 코미디입니다.”
-상법개정은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충실의무 확대가 오히려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행 상법에서의 ‘이사 충실의무 원천’은 민법의 위임 규정과 이를 준용한 상법 규정에 따른 ‘회사와 이사’ 간에 맺은 계약입니다. 따라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계약 관계 당사자인 회사로 한정돼야 논리에 맞습니다. 상법상 이사는 회사의 대리인으로 주주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사의 주주로의 충실의무 확대는 법적 근거가 없는, 법치에 반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투자자가 삼성 계열사 주식을 증시에서 취득할 때, 삼성 계열사 이사와 상의하지 않죠. ‘월가의 규칙’은 주주는 언제든지 원하면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주주에게 이사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인가요?”
“밸류업은 ‘주가순자산비율’이 1 미만인 저평가된 주식이 제값을 받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상속세 완화 금융투자소득 면제 및 분리과세는 바람직하지만,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추가하는 상법개정논의’는 ‘투자 결정과 신산업 진출’ 주체인 기업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것입니다. 밸류업을 위해서는 명문화된 ‘경영판단원칙’을 허용해 기업가정신을 북돋아 주고 ‘이현령비현령’의 배임죄 적용을 막아줘야 합니다. 개연적 피해 방지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치명적 정책 과용으로,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휘두르는 격입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규정도 포함돼 있는데요. 이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는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협하는 ‘자승자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03년 행동주의 펀드 소버린의 공격으로 SK(주)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1조 원의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3년 당시 행동주의 펀드 소버린은 ‘5개 자회사를 동원해 1개 자회사마다 지분 쪼개기로 각 2.99%씩 총 SK(주)의 주식 14.99%’를 구매했습니다. 당시 SK는 주총에서 ‘소버린 자회사 측 이사 선임’을 막기 위해 위임장 확보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습니다. 소버린은 ‘2005년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오르자, 총 9495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고 철수했습니다. 소버린의 시세차익이 경영권 방어비용인 겁니다.”
“상법이 개정되면 주총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는 다른 이사와 ‘분리선출’되며,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 의결권 제한’을 받습니다. 하지만 경영권을 공격하는 투기자본은 ‘지분 쪼개기’를 통해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요. 감사위원은 이사로서 중요 사항에 대한 결정 권한과 동시에 기업 감사 권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 기업, 해외 투기자본이 지지하는 인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 해당 기업의 주요 정보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의결권 제한’(3% 룰)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논의를 재고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현행 상법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원칙으로 하되, 정관으로 배제가 가능한 ‘Opt-out’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회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정관을 통해 배제하는 것’을 금지시키겠다는 겁니다.”
“집중투표제도는 ‘2인 이상 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주는 특정 이사 후보에 대해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고, 그러면 ‘자본다수결 원칙’이 훼손됩니다. 최대주주가 아닌 2대 3대 주주 연합 세력이 미는 후보가 이사가 될 수 있는데, 이는 ‘1대 주주’의 힘을 빼는 조치가 아닐 수 없죠. 경영권 경쟁은 공수(攻守) 간에 ‘무기대등원칙’(equal footing)이 지켜져야 합니다.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집중투표제까지 의무화하는 것은 기업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요.
“코스피 3000을 돌파했지만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불리는 대차잔고가 94조 원을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매도 잔고도 3개월 사이 12조 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투자가가 판단한다면 공매도는 일종의 자해행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상승이 ‘실물적인 생산성 향상’을 반영한 진정한 상승이 아닌 금융 장세 내지,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면, 공매도는 더 쌓일 것입니다. 진정한 기업 밸류업은 ‘기업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이 만들어져, ‘자금과 기술’이 증시와 기업에 몰릴 때 이뤄질 수 있습니다. 혹여 ‘밸류업에 역행하는 반(反)시장적 상법 개정’이 되지 않으려면 꼼꼼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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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 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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