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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 관세 카드, 중국 체제 변화 겨냥한 대전략

2025년 07월 11일 오전 10:19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연합뉴스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연합뉴스

미·중 패권 경쟁의 새 국면, 세계 질서 재편을 향한 치밀한 포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다시 국제 정세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하에 단순한 무역 조치를 넘어 중국공산당 체제 해체와 신세계 질서 재편을 노린 치밀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중국의 수출 기반부터 정치·경제적 근간까지 뒤흔들며 미·중 패권 경쟁의 새 국면을 열고 있다.

중국 저가 수출 전략 정조준한 ‘관세 폭격’

트럼프는 지난 4월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도입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추가로 2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일부 품목에는 최대 34% 고율 관세를 적용하며 본격적인 대중 압박에 나섰다. 특히 ‘재포장(Transshipment) 금지 조항’은 중국산이 베트남 등 제3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관행에 40% 이상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다.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장악 전략을 정면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이를 “중국공산당의 저가 수출 전략을 겨냥한 정치적 수단”이라 평가하며, 트럼프가 경제적 수단으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해방기념일 관세’로 전자 부품, 의류, 소형 가전 등 중국이 시장을 장악한 품목에 집중 타격을 가하며,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체제 경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탈세계화에서 세계 재편으로…블록 경제 시대 도래

트럼프의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 분열을 가속화하며 미국·중국·EU 3개 무역 블록 형성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브릭스(BRICS) 국가들에 10% 추가 관세를 경고하며 중국 중심의 신흥국 연대까지 견제하고 나섰다. 이는 러시아·이란 등 반미 진영과의 연대를 차단하고, 미국 주도의 질서를 복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중국 의존도 감소를 위해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추진 중이다. 상호의존의 혜택은 유지하되 안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호국과 공급망을 재편하고, 핵심 기술 분야의 대중 차단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는 효율성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안보와 이념을 공유하는 블록 경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의 대중 압박은 무역을 넘어 국가안보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는 중국산 화학물질이 미국 내 펜타닐 유통의 주요 공급원이라며 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를 직접 지시했다. 트럼프는 이를 “중국공산당이 마약을 무기로 미국 사회를 약화시키는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규정하며, 경제·외교·안보 전방위에서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트럼프 측근들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 백악관 무역국장 피터 나바로는 “(관세 정책이) 무역흑자가 아닌 중국공산당의 체제 변화가 목표”라 밝혔고, 전 백악관 전략가 스티븐 배넌은 “중국과의 경제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미국이 주도하는 새 질서 구축이 본질”이라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구조 조정을 통한 중국 경제 모델 해체 전략임을 시사한다.

차등 관세로 동맹국 끌어안고 적성국 봉쇄

트럼프 행정부는 친미 국가와 반미 국가를 가르는 차등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편에 서면 관세 혜택을 주고, 중국·러시아 등과 밀착하면 고율 관세를 부과해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도록 압박한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 주도 공급망에 참여하는 국가는 관세 인하 혜택을 받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국가는 경제적 봉쇄를 당할 전망이다.

이 같은 정책은 미국·동맹국 간 경제적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경제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공산당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노린다. 국제정치학자 존 월츠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냉전 시대 ‘진영 외교’의 부활이자, 경제 전쟁을 통한 지정학적 패권 장악 전략”이라 분석했다.

중국공산당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세계 공급망을 파괴하고 국제 질서를 왜곡하는 일방적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관영 매체는 “트럼프의 관세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선전포고”라 주장하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미국 내 여론은 트럼프의 강경 노선에 우호적이다.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중국에 대한 경제 압박은 정당하다”고 답했고, 48%는 “트럼프의 방식이 과격해도 효과적”이라 평가했다.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10년 후 세계경제 지형 내다봐야

한국은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전례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GDP의 15%, 아시아 전체 수출이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폭탄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주력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편입된 만큼 관세 여파는 즉각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동시에 한미동맹 강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첨단 기술 분야 협력 확대, 공급망 동맹 참여, 대북 억제력 강화 등 다층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경제와 안보 두 영역에서 동시에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협력 강화로 미국과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아시아 시장 유지를 위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차가 29조 원을 들여 미국 내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삼성과 SK가 미국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선택이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세종연구소 김현욱 소장은 “트럼프 2기는 한국이 아시아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발을 빼되, 미국 주도 공급망에 편입되도록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0년 후 세계 경제 지형을 내다보면, 미국 중심의 기술 동맹에 편입되는 것이 한국의 장기적 국익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미래 세대를 위한 전략적 선택 해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닌 미국 주도의 세계 재편을 위한 전략적 밑그림이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승리해 자유무역 중심의 현 질서를 국가별 이익 중심의 블록 경제 체제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경제 의존도와 안보 동맹 사이에서 균형의 묘수를 찾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한국은 이제 눈앞의 경제적 이익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세계 질서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의 국운이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발 관세 폭풍이 세계 경제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각국의 대응 전략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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