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인도, 상하이협력기구 성명 거부…中공산당 영향력 확대 견제

2025년 07월 05일 오전 9:28

인도가 상하이협력기구(SCO) 공동성명 서명을 거부하면서 중국공산당(CCP)의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시도가 차질을 빚었다.

6월 26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국방장관 회의에서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이 파키스탄에 편향되어 있고 대테러 및 지역 안보 문제에서 인도의 역할을 축소한다며 서명을 거부했다.

분석가들은 이것이 중국공산당의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진출이 반발에 부딪혔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정치·경제·안보·국방 협력 기구다. 2001년 설립되었으며 중국, 러시아, 그리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이 창립 회원국이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2017년 SCO에 가입했고, 이란과 벨라루스는 각각 2023년과 2024년에 가입했다. 터키는 현재 SCO의 대화 파트너 중 하나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수십 년간 국경 분쟁을 벌여왔으며, 올해 5월에도 무력 충돌을 겪었다. 파키스탄은 이 충돌에서 중국제 미사일과 J-10C 전투기를 사용했다. 이는 인도-파키스탄 간 긴장을 고조시켰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파키스탄의 오랜 동맹 관계를 부각시켰다.

중국공산당은 SCO를 통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시도해 왔다. 둥쥔 중국 국방장관은 칭다오에서 열린 SCO 회의에서 회원국들에게 “‘상하이 정신’을 증진하고”, “안보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며, 국방 및 안보 협력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올해 SCO는 인도의 거부로 공동성명 발표에 실패했다. 중국공산당의 지역 내 영향력 확대 시도가 좌절된 것이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국가안보연구소의 션밍스 소장은 “SCO 국방장관 회의가 중국 칭다오에서 개최되고 둥쥔이 연설을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공동성명이 없었다. 물론 이는 중국공산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만 탄장(淡江)대학교 국제사무전략연구소의 마춘웨이 조교수는 인도가 비동맹 외교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 때문에 중국이 더 많은 협력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중국공산당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인도가 SCO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은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명확한 전략적 입장을 취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인도는 어떤 구실을 대서든 서명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가 중국(중국공산당)과 너무 가까워지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인도 국경 문제

마 교수는 중국과 인도 사이에도 국경 분쟁이 있어서 “인도 자체가 중국과의 관계 발전에서 본질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은 ‘닭의 목’으로 알려진 인도의 전략적 요충지인 실리구리 회랑 근처 방글라데시에 군민 겸용 공항 건설을 제안한 바 있다.

2017년 2월 19일 뉴델리에서 출발한 취항 첫 비행기가 실리구리에서 약 20km 떨어진 바그도그라 공항에 착륙한 후 인도 공항 직원이 에어아시아 항공기 옆을 걸어가고 있다.│Diptendu Dutta/AFP/Getty Images/연합

인도 동북부 8개 주와 본토를 연결하는 유일한 육로인 실리구리 회랑은 전략적으로 취약한 지역이다.

마 교수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리구리에 진입하도록 허용하면 인도에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리구리가 점령되거나 봉쇄된다면 인도가 중국과 국경 갈등이 있는 지역으로 병력을 파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실리구리 회랑 근처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고 전략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상황 자체가 인도와 중국이 ‘상호 신뢰’를 갖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마 교수에 따르면, 이것이 인도가 중국공산당과 더 협력하거나 SCO 성명에 서명하기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일 수 있다. 그는 “20여 년 동안 중국공산당은 SCO를 통해 자신이 주도하는 지역 메커니즘을 구축하려고 시도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SCO 확장 과정에서 중국은 인도나 터키 같은 보다 중립적인 입장의 국가들도 끌어들이려 했다”고 말했다.

션 소장은 중국공산당이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계속 확대하려면 인도와 파키스탄을 동시에 초청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숙적이기 때문에 특정 사안에서 합의나 협력에 도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션 소장은 인도의 SCO 참여는 중앙아시아에서 중국공산당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매우 명백한 장애물”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중국과 인도의 국가 이익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며, 특히 격렬한 국경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SCO가 중-인 국경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그것은 그저 공허한 말잔치의 무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