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미국의 이란 공격’, 베이징에 강력한 메시지 보낸 이유

2025년 06월 26일 오후 6:28

이스라엘-이란 간 짧은 전쟁은 이란이 러시아와 공산 중국 등 미국의 주요 적대국들과 맺고 있는 협력 관계를 부각시켰다.

이란, 중국, 러시아 및 그 외 미국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국가들 사이에 공식적인 동맹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정치·경제적 관계는 종종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에 맞서는 ‘사실상 연합’으로 간주된다.

중국 공산당(CCP)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핵 및 군사 시설을 공격한 것에 대해 이란의 주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미 해군 대령 출신 스튜 커브크는 에포크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번 충돌로 인해 “중국 공산당의 장기적 이익”이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정권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초기 단계부터 지원해 왔고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등 이란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점을 지적했다.

재외 중국계 독립 시사평론가 차이션쿤(蔡慎坤)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시설에 대해 정밀 타격을 지시한 것은 단지 이란의 핵 개발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반미 성향을 가진 다른 국가들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였다고 분석했다.

차이션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가 출신답게 지난 몇 달간 미국을 군사 갈등에 휘말리게 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지도자로서의 평판을 쌓아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제 독재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게 됐고 그래서 그를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단력 있게 행동한다. 공격하겠다고 말하면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려는 의지를 보인 점은 중국 정권이 무력을 동원해 대만을 침공하려 할 경우 그의 행정부가 방관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베이징이 대만해협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은 대만에 참수 작전용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며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참수 타격”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첫 공습을 감행한 지 약 일주일 후인 6월 21일(이하 현지 시간)과 22일,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에 개입했다. 트럼프는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수백 피트(약 60~100m 이상) 지하에 매설된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하는 장거리 공습을 지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 기술자들이 수백 파운드(90~230kg)의 우라늄을 60%까지 농축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당국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이 우라늄을 90%까지 농축할 경우 이란은 핵폭탄 약 10기를 만들 수 있는 물질을 확보하게 된다.

이란이 보유한 부분 농축 우라늄의 정확한 규모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규모 공습 그리고 이스라엘의 참수 작전이 준 충격은 이란 정권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이란의 베흐루즈 카말반디 원자력청 대변인(오른쪽)과 카짐 가리바바디 외무차관(왼쪽)이 2024년 11월 15일 이란 이스파한에 위치한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정문 앞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왼쪽 두 번째)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란이 자국의 핵 개발 의도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이후 서방 우려가 집중된 이란 내 우라늄 농축시설 두 곳을 시찰했다.⎟ Atomic Energy Organization of Iran/AFP via Getty Images

경제 및 시사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재외 중국인 시사평론가 우자룽(吳嘉隆)은 에포크타임스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함께 미국이 이례적으로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사용해 지하 80m에 위치한 이란 핵시설을 정밀 타격한 것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간접적인 경고를 보내는 효과를 가졌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베이징의 자금성 부속 건물인 중난하이를 본부로 삼고 통치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수반으로 해 공산당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는데 베이징시 외곽 산악지대인 서산(西山) 아래 지하 60m에는 지휘용 지하 벙커가 존재한다.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지하 수십 미터 벙커에 숨는다고 미국 군사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을 중국 공산당에 보여줬다”고 우자룽은 지적했다.

차이션쿤은 훨씬 작은 이스라엘에 겸허한 참패를 당한 이란의 사례가 대만 침공을 주장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 인사들에게 냉엄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중국 정권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지만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사실상 독립 국가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소위 ‘방어선’을 뚫고 들어가 중국 공산당이 구축한 보호망을 산산조각 냈다”며 이는 전쟁 발발 시 중국 인민해방군의 기술력이 결코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2022년 10월 1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인근 중난하이에서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경비원이 경계를 서고 있다.⎜ Noel Celis/AFP via Getty Images

협력과 의존

이란은 1979년 친서방 성향의 샤(왕)를 몰아내고 집권한 이슬람 신정국가 체제하에 있다. 당시 혁명으로 샤와 그의 가문인 팔라비 왕가는 망명길에 올랐으며 이후 이란은 미국,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와 극심한 적대 관계를 이어왔다. 이란 지도자들은 미국을 ‘대악마’로 규정하며 미국 파괴를 끊임없이 외쳐왔다.

구소련 붕괴 이후 이란과 러시아의 관계는 개선됐으나 이슬람 당국은 구소련 공산주의를 ‘소악마’로 칭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중국 공산당과는 오랜 우호 관계와 강한 경제적 유대를 유지해 왔다.

1979년 혁명 이후 중국은 이란의 석유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009년부터 이란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2021년에는 중국과 이란이 ‘이란-중국 25년 협력 프로그램’을 체결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 협약이 이란의 대(對)중국 경제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의 분석 회사 Kpler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산 석유의 90%를 수입한다. 중국은 자체 유전만으로는 방대한 산업 기반과 인구의 막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해 석유가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이란 외교부 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오른쪽)와 중국 외교부장 왕이(가운데)가 2021년 3월 27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협정서에 서명하고 있다. 중국과 이란은 2021년 ‘이란-중국 25년 협력 프로그램’을 체결했으며 일부 분석가들은 이 협약이 이란의 중국 경제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FP via Getty Images

중국-이란 협력 균열 조짐

이스라엘군은 전통적인 공중 전력과 지상에 잠입한 비밀 요원들의 작전을 결합해 이란의 전체 방공망 무력화에 성공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탁월한 역량은 암살 목표로 지목된 이란 군 지도자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암살 목표 중 한 명은 이란 정예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호세인 살라미였다.

1960년대 핵기술을 개발하고 중국 최초의 핵폭탄 실험을 성공시킨 중국 공산당은 1980년대부터 이란의 초기 핵에너지 프로젝트에 중요한 지원을 제공했으며 1990년에는 핵 연구를 돕기 위한 비밀 협정을 테헤란과 체결했다. 이란은 군사 장비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해왔으며 이는 1980년부터 1988년까지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과의 충돌은 중국 장비가 이란 손에 들어갔을 때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이란의 주요 후원국인 중국‧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테헤란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도 일고 있다.

대만 국가정책연구원 부원장 궈위젠(郭育仁)은 이달 18일 열린 포럼에서 “이란은 중동에서 중국 공산당과 러시아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방공군의 참담한 성과가 베이징과 모스크바 모두에게 큰 굴욕임을 지적했다.

중국 매체가 인용한 2017년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이스라엘 공습 당시 가동 중이던 이란의 네가(Negah) 방공 지휘통제 시스템은 중국의 고성능 이동식 3차원 대공 감시 레이더인 JY-10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장은 에포크타임스가 독자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다.

또한 이란은 2024년 말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셴농(神農) 3000/5000 공중 방어용 레이저 시스템을 배치했으나 해당 장비들과 네가 레이더 복합체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손쉽게 회피되거나 무력화됐다.

이란이 사용하는 다른 방공 시스템은 러시아에서 설계된 장비들이다.

한편 이란은 우크라이나 침공 중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군용 드론의 주요 공급국이기도 하다.

2025년 4월 18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국가 육군의 날 기념 퍼레이드에서 이란 육군의 드론 부대가 전시되고 있다.⎥ Majid Saeedi/Getty Images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