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톈안먼 대학살 추모 막으려 ‘강제 여행’ 등 선제적 단속

2025년 06월 05일 오후 2:56

톈안먼 대학살 36주년을 맞아 중국공산당 당국이 다시 한번 반정부 활동을 강력히 단속했다.

1989년 6월 4일 발생한 이 학살에서 중국군은 학생 주도의 민주화 운동을 폭력적으로 진압했으며, 이로 인해 수천 명이 사망하고 부상당했다.

오늘날에도 중국공산당은 이 비극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공개적 추모에 대해서도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명한 반체제 인사의 절친한 친구인 베이징 거주자 왕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핵심 인물들이 이미 국가보안경찰의 감시하에 있다고 전했다.

보복에 대한 우려로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왕 씨에 따르면, 5월 30일 원로 언론인이자 반체제 인사인 가오위(高瑜)가 국가보안부에 의해 소위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연행되었다고 한다.

왕 씨에 따르면, 반체제 인사들을 변호하고 법률 개혁을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저명한 인권 변호사 모사오핑(莫少平), 언론의 자유와 민감한 사건의 활동가들을 대리하는 일로 유명한 시민권 변호사 푸즈창(浦志强), 그리고 중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글쓰기로 주목받는 직설적인 논평가이자 수필가인 작가 라오구이(老鬼) 등 여러 인사가 가택연금 상태에 놓였다.

왕 씨는 “이러한 제재들은 6월 4일 이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여행’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설명하는 ‘강제 여행’이라는 용어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또는 톈안먼 대학살 기념일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당국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전술을 가리킨다. 관광이라는 명목하에 경찰이 활동가들을 집에서 데려가 이들을 격리시키고 언론과의 접촉이나 추모 활동 참여를 막는 것이다.

가오위는 최근 몇 년간 여러 차례 ‘강제 여행’을 당했다.

왕 씨는 이번에는 모든 반체제 인사가 ‘여행’을 당하지는 않았다며, 예산 제약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신 많은 이들이 지역 경찰이나 보안요원들의 감시를 받았다. 그는 집에 감금된 또 다른 인물로 저명한 민주화 운동가 후지아(胡佳)를 거명했다.

중국공산당(CCP)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자인 후지아는 민주주의, 환경 보호, HIV/AIDS 인식 개선 운동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8년에는 유럽의회로부터 사하로프 사상의 자유상을 수상했다.

2008년 12월 17일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열린 사하로프상 수상식에서 한스-게르트 푀터링 유럽의회 의장이 후지아의 빈 의자 옆에서 연설하고 있다.│Dominique Faget/AFP via Getty Images/연합

왕 씨는 “이들에게는 슈퍼마켓에 가는 것조차 경찰 호위가 필요하다. 경찰관들이 어디든 따라다닌다. 1989년 6월 4일 이후 수십 년이 지났지만, 당국은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가차없이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회 정의와 법률 개혁을 옹호하는 네트워크인 신공민운동 참여로 알려진 베이징 거주 인권 활동가 리웨이(李蔚)는 5월 30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자신의 집 감시카메라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그의 거주지 밖에 여러 대의 경찰차가 주차해 있는 모습이 담겨 있어, 반체제 인사들 주변의 보안이 강화되었다는 왕 씨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왕 씨는 반복되는 구금이 고령의 반체제 인사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오위는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다.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당하는 것은 일종의 고문”이라고 말했다.

81세인 가오위는 경제주간의 전 부편집장으로, 정치적•경제적 이슈에 대한 직설적인 보도로 유명하다. 그녀는 자신의 업무로 인해 여러 차례 수감되었으며, 특히 2015년 중국공산당 문서를 외국 언론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아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2016년 3월 31일 베이징 자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중국의 베테랑 언론인이자 반체제 인사 가오위. 그녀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리는 주요 외교정책 포럼을 앞두고 베이징을 떠나도록 강요받았다.│Greg Baker/AFP/Getty Images/연합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그녀의 용기와 헌신은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에 사는 황 씨라는 기독교도는 에포크타임스에 구이저우 인권세미나 그룹의 여러 구성원이 가택연금 상태에 놓였으며, 최소 네 명의 구성원 집 문 앞에 경찰관들이 배치되어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또한 각 가정을 방문해 외국 언론과 대화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경고를 발했다고 그는 증언했다. 그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실명 공개를 거부했다.

그는 “국가가 재정적으로 매우 궁핍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납세자의 돈을 사용해서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는 데 아낌없이 비용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구이저우에 사는 반체제 인사 지펑(季風)의 친구인 후강(胡剛)은 5월 30일 에포크타임스에 현재 베이징-허베이 경계의 도시 옌자오(燕郊)에 있는 지펑이 구이저우 국가보안부로부터 ‘여행’을 준비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목적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경찰이 그를 연행하고, 행방을 공개하지 않으며, 이후 며칠간 그를 면밀히 감시할 것임을 의미했다.

지펑은 1989년 민주화 시위 당시 구이저우대학교의 학생 지도자였으며, 그 이후로 줄곧 중국공산당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왔다.

중국 동부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실명 공개를 거부한 지역 인권 옹호자 장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1989년 시위에 참여했고 여러 차례 수감된 경험이 있는 전 검사 션량칭(沈良庆)이 최근 경찰로부터 외국 언론인들과 대화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장 씨는 “그들은 그에게 ‘말을 조심하고’ ‘조용히 지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검열

온라인 검열도 강화되었다. 네티즌들은 1989년 6월 4일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상징으로 촛불이 켜진 이미지와 같은 추모 이미지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계정이 정지되었다고 알리고 있다. 이는 톈안먼 광장 대학살에 대한 어떠한 언급에도 무관용 정책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정치 분석가 쑨리(孫力)는 톈안먼 광장 대학살이 중국 현대 정치사의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이맘때면 당국은 통제를 강화한다. 이는 그들의 정치적 정당성과 사회적 안정에 대한 뿌리 깊은 불안감을 반영한다”며 “책임을 지지 않거나 진실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국가는 오히려 대중의 분노만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톈안먼 광장 대학살은 부패에 반대하는, 1989년 민주화 운동으로 알려진 학생 주도의 평화적 시위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응답이었다. 이 시위는 베이징과 중국의 다른 도시들에서 거의 두 달간 지속되었다.

1989년 6월 3일 밤부터 6월 4일 새벽까지 베이징의 중국군은 비무장 학생들과 민간인들에게 발포했다. 중국은 공식적인 사망자 수를 발표한 적이 없지만, 2014년 기밀해제된 미국 문서에 따르면 1만454명이 사망하고 약 4만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