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0대 도시 집값 35개월째 하락…구매자 없어 ‘손절’

경기 둔화에 인구감소 겹치면서 구조적 하락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100대 도시의 주택 가격이 35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는 손절 매물도 등장했다.
중국 최대 민영자산관리회사인 증즈(中指)그룹 산하 부동산 조사기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100대 도시의 중고주택(구축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당 1만3988위안(279만원)으로 전월 대비 0.59% 하락했다. 하락 폭은 전월보다 0.17%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전년 대비 7.29% 떨어진 가격이다.
같은 기간 신규 주택(신축 아파트) 가격은 소폭 상승했지만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신축 아파트는 1㎡당 1만6740위안(약 320만 원)으로 집계됐으며, 전월 대비 0.17%, 전년 대비 2.63% 올랐다. 도시별로는 전체 100개 도시 중 40곳만 가격이 상승했고, 50곳은 하락, 나머지 10곳은 보합세를 보였다.
중국에서는 아파트 시공 부실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해부터 신축보다 구축 아파트에 더 많은 구매자가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시장 상황은 구축 가격이 더 잘 반영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구축 시장에서는 침체가 더욱 뚜렷하다. 35개월째 이어진 하락세에 시장은 거래 실종 상태다. 매물은 넘쳐나지만 실질 거래는 거의 없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길어지고 있다.
중국 언론 소후닷컴은 “이제는 입지 조건이 좋은 인기 주택단지에서도 가격이 무너지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데도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베이징·상하이 등 4대 1선 도시를 제외한 2~3선 도시는 팔겠다는 사람은 늘었지만 수요는 오히려 줄면서 시장이 빙하기에 들었다. 옌청(盐城), 우후(芜湖)에서는 매물이 전년 대비 78% 늘면서 가격이 5% 가까이 떨어졌지만 2년 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정부 업무보고에 “부동산 시장 안정”을 명시하고 분양가 제한 폐지, 주택담보대출 완화, 관련 기금 확충 등 전국적으로 총 56건의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일부 도시에서는 단기 반등이 발생했다. 선전과 항저우는 재개발 보상금의 30%를 ‘주택 구매권’으로 대체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중고주택 거래량이 23% 늘었다.
하지만 대다수 지역에서는 오히려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 난징은 전매 제한을 전면 해제하면서 매물 건수가 평소의 3배인 4만2천 건으로 증가했지만, 오히려 공급이 급증하자 가격만 0.38% 하락했다. 현지에서는 “약이 과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방도시, 집값 하락에 대출금이 주택 가격 초과
이번 침체가 단순한 경기 순환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라는 점도 문제다. 중국 경제 둔화와 인구 감소 속에, 부동산의 회복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8년 ‘고점’에 주택을 구매한 일부 지역 주민들은 시세 하락으로 인해 상환 중인 주택담보대출금 잔액보다 집값이 더 낮은 ‘마이너스 자산’ 상태에 직면해 있다. 3~4선 도시에 속하는 푸젠성 취안저우(泉州)에서는 올해 1분기 경매에 나온 주택 물건이 전분기 대비 142% 폭증했지만, 그중 67%는 입찰조차 없었다.
베이징과 쑤저우 같은 대도시조차도 ‘급매’ 매물이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구매자들은 일단 계약금만 걸어 놓고 있다가 6개월 안에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는 식으로 위험을 줄이고 있다. 계약금을 잃더라도 팔리지 않는 집을 짊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 전문 블로거 ‘장사예(張四爺)’는 “현재 하락장이 2019년 말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면, 그사이 전국 중고주택 자산 가치가 이미 15조 위안(약 3,000조 원) 증발했다”며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2% 규모”라고 지적했다.
대형 건설사 실적 ‘줄줄이 적자’…업계 전반 위기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 절벽은 개발사 실적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민간 건설사 카이사그룹(佳兆业集团)은 작년 매출이 전년보다 55.8% 줄어든 115억6100만 위안, 순손실은 무려 285억3100만 위안(약 5.4조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개발사 융촹중국(融创中国)도 올해 손실 예상치를 255억~260억 위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79.7억 위안 손실)의 3배를 웃돈다.
중국 대표 국영 건설사 중 하나인 완커(万科)는 올해 손실 예상치가 450억 위안으로, 전년(122억 위안 흑자) 대비 470%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이 중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이었는데, 지금은 그마저 무너지는 중”이라며 “당국이 위기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면, 금융시장 전체로 충격이 확산될 위험도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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