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시장 ‘제로km 중고차’ 100만대 유통…시장 왜곡 심화

재고 쌓인 제조사들, 신차 등록 후 중고차 시장으로 직행
실적 부풀리고 정부 보조금까지 타내…편법 관행 만연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른바 ‘주행거리 0km 중고차(零公里二手车)’가 올해 최대 100만 대 유통될 것으로 전망됐다.
‘0km 중고차’란 주행거리가 0~수십㎞ 수준의 신차를 등록 후 바로 중고차 시장에 되파는 차량을 가리킨다. 당초 전시차나 시승차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제조사와 ‘4S 딜러'(공식 판매점)가 재고 처리나 실적 부풀리기를 위해 조직적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경제관찰보, 계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런 관행은 특히 신에너지차(전기차) 시장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휘발유 등 화석연료 차량에서의 비중은 1~3% 수준이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5% 이상이며 일부 인기 브랜드 구형 모델은 8%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중고차 수출량 27만2천여 대 중 90% 이상이 ‘0km 중고차’로 추산된다. 신차를 중고차처럼 수출하면서 각종 보조금을 중복으로 챙기는 보조금 편취 수법도 만연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된 전기차는 총 113만 대다. 수출 물량까지 합치면 이 가운데 0km 중고차는 46만~85만 대로 추정된다. 업계는 올해 시중에 팔릴 0km 중고차 전기차가 1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딜러는 차량을 판매한 후 대출 거절 등을 명분으로 회수해 다시 되파는 ‘이중 거래’ 방식으로 수수료와 판매 실적을 동시에 챙긴다”고 밝혔다.
또 제조사가 공급망 회사를 통해 출고차를 보험 처리해 ‘0㎞ 중고차’로 둔갑시키고, 다시 전시장 차량 명목으로 유통시키는 방식도 성행한다. 차량 제조사, 딜러, 중고차 유통업자가 각각 재고 처리와 보조금 수령, 매출 실적 부풀리기를 목적으로 유착하는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화웨이 전기차로 불리는 럭시드 S7(중국명: 智界 S7)의 2025년 모델은 신차가 29만 위안(약 5540만원)이지만, 0km 중고차는 약 15% 싼 25만 위안(약 4770만원)에 판매되는 등 사실상 신차 할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주행거리 100km 미만 고가 차량이 40% 할인된 가격에 유통되는 사례도 다수 포착됐다.
자동차 시장 분석가 리옌웨이는 “미국 증시에선 이런 매출 회계 조작이 심각한 불법행위로 간주된다”며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회계 투명성 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경제관찰보에 말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 편법 할인과 부당한 보조금 신청이 만연한 것은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영업 압박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업계 1위 비야디(BYD)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22종의 가격 할인에 돌입했다. 가격 인하폭은 최대 34%에 달한다.
비야디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6.4% 증가하며 할인 경쟁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지만 베이치란구(베이징자동차), 창안자동차, 세리스, 광저우자동차 등 경쟁 업체들은 올해 1분기 영업현금흐름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에 처했다.
중국 5위권 업체 창청자동차의 웨이지엔쥔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에서 ‘헝다(부실 부동산 대기업)’가 이미 나타났다”며 업계의 심각한 적자 상황을 폭로했다.
한때, 중국 부동산 업계 1위였던 헝다는 과도한 부채와 마구잡이 확장으로 파산해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를 촉발했다. 웨이 회장은 특정 업체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 자동차 시장도 과도한 부채로 인해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금융정보업체 윈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본토 A주 증시에 상장된 자동차 기업의 부채 비율은 평균 150% 이상이었다. 세레스의 부채 비율은 692%로 가장 높았고 베이징자동차(305%), 비야디(294%) 순이었다. 웨이 회장이 이끄는 창청자동차는 17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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