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분석] 軍 숙청 막바지? 中 국방부장의 샹그릴라 대화 ‘이례적’ 불참

닝하이중
2025년 05월 31일 오후 4:51

둥쥔 中 국방부장, 헤그세스 美 국방과 첫 만남 놓쳐
먀오화-허웨이둥과 얽힌 ‘사조직’ 사건 연루 숙청설
3명 모두 시진핑 측 軍 최고위 인사…권력 재편 턱밑까지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아시아 안보회의 참석을 돌연 취소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판단을 넘어, 군 내부의 숙청과 권력 재편이 막바지에 이른 정황으로 해석된다.

국방장관의 외국 중요 회의 불참은 시진핑 체제가 대외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만, 내부 균열을 완전히 감출 수 없는 지경에 달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9일 중국 국방부는 국방장관 둥쥔(董軍·60)이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22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국방부 대변인 장샤오강은 이날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회의에는 중국 국방대학 대표단이 참석할 것”이라며 둥쥔 국방장관의 불참 사유에 대해서는 “추가로 알릴 내용이 없다”고만 밝혔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수년간 이어온 ‘국방장관 직접 참석’ 관례를 깬 이례적 조치다. 둥쥔은 지난해에는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당시 미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과 양자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샹그릴라 대화는 미중 양국 간 중요 군사외교 채널이다.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처음 이 포럼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었던 만큼, 중국 측의 고위급 회담 참여 여부는 관심사 중 하나였다. 국제 외교·안보 관측통들이 둥쥔 국방장관의 불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장샤오강 대변인은 최근 미중 간 껄끄러운 관계를 의식한 듯 “(중국은) 미중 군사관계를 중시하며 여러 수준의 교류에 열려 있다”고 밝혔지만 외신의 의구심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미국 해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주제로 첫 공식 연설에 나선다.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중국 공산당의 군사 현대화와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의 군사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샹그릴라 대화에 둥쥔 국방장관을 보내는 데 큰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서 중국의 군사적 활동이 점차 공세적으로 바뀌는 것을 계속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신과 중화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군 고위층의 내부 숙청이 한창이라는 점과 연계해 이번 이례적 결정을 해석하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둥쥔 국방장관의 샹그릴라 대화 불참 가능성을 지난 19일 제기했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서 작년 11월 전현직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둥쥔 국방장관이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즉각 이를 부인했지만 둥쥔의 미심쩍은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둥쥔 국방장관은 작년 중국 내부 중요 회의에도 여러 차례 불참하며, 제대로 된 국방장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3월 양회 기간 중 군·무장경찰 대표단 전체회의에 참석했으나 국무원 회의에는 불참했다. 이어 같은 달 26일 상하이협력기구 국제군사협력 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둥쥔의 불안정안 신분과도 관련됐다. 그는 전임 국방장관인 리상푸가 부패혐의로 낙마하고 두 달 만인 2023년 12월 임명되며 ‘땜질 인사’로 평가됐다. 여느 국방장관과 달리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나 국무위원으로 격상되지 못해 ‘역대 최저위급 국방장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붙었다.

최근 중국 공산당 정세에서는 국방장관직 자체가 ‘정치적 소모품’이 되는 양상이다. 둥쥔의 전임자인 리상푸는 임명되고 단 7개월 만에 해임됐고, 전전임자인 웨이펑허(魏鳳和·68)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지난 3월 양회 참석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회의 직후 체포돼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워싱턴타임스는 같은 달(2025년 3월) 미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허웨이둥 부주석이 숙청당했다고 전했고, FT는 4월 소식통을 인용해 허웨이둥이 3월께 군사위 부주석에서 해임됐으며,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둥쥔의 불안정한 지위와 관련해서는 먀오화(苗華·70) 중앙군사위 위원이 주도했던 ‘군부 내 사조직 결성’ 연루설이 유력하다. 먀오화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군 내 핵심 측근이다. 이로 인해, 중화권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먀오화가 2022년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이 20차 당대회는 시진핑이 자신의 3연임을 확정 지은 회의다. 시진핑의 집권 연장이 성공하면서, 먀오화 역시 부주석 자리를 꿰찰 것으로 여겨진 것이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는 장유샤(張又俠·74)와 허웨이둥에 각각 부주석으로 임명됐다. 먀오화는 부주석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정치공작부 주임을 맡으면서 정치사상 분야에서 군을 단속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국 국방부가 먀오화에 대해 ‘심각한 규율 위반’ 혐의로 정직 처분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숙청의 칼바람이 중앙군사위 내부까지 번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후 홍콩 ‘성도일보’를 통해 먀오화가 군 내부에서 정치 파벌을 만들어 숙청에 처해졌다는 보도가 나왔고, 중국군 내부 소식에 밝은 인민해방군 해군 퇴역 중령 야오청(姚誠)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먀오화를 중심으로 한 ‘정치 파벌’ 문제에 대해 군 내부 전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둥쥔에 대해서도 불리한 증언이 나온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언론인 출신으로 해외로 망명해 활동 중인 자오란젠(趙蘭健)은 정치 파벌 사건에 허웨이둥도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자오란젠은 부주석 승진이 좌절된 먀오화가 자기 대신 시진핑의 또 다른 군 내 측근인 허웨이둥을 적극적으로 밀어줬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이 정치 파벌을 형성했다고 전했다. 먀오화-허웨이둥-둥쥔으로 이어지는 정치 파벌 구도가 그려진 셈이다.

이번 정치 파벌 사건 조사는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주도하는 것으로, 군부 내 시진핑 세력을 축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장유샤는 가까운 장성이었던 리상푸 전 국방장관이 시진핑의 군 반부패 운동으로 숙청된 것에 반감과 위기감을 느꼈고, 이후 시진핑에게 저항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둥쥔이 미국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샹그릴라 회의에 불참한 배경에는 이러한 정황이 깔려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월, 둥쥔이 낙마할 가능성을 보도하며 미국 국방부가 중국 고위 군 인사의 동향을 사전에 포착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둥쥔과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만남이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둥쥔은 이달 12일 프랑스를 방문해 국방장관 세바스티앙 르코르뉴와 회담하고, 이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에도 참석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와도 별도 회담을 가진 바 있다. 따라서 둥쥔의 샹그릴라 대화 불참을 단순한 건강 문제나 일정상의 이유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당초 시진핑이 주도한 군 반부패 운동은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되어, 이제는 중국 공산당 군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군사위 내부에까지 숙청의 칼바람이 번진 상황이다. 더욱이 먀오화-허웨이둥-둥쥔으로 이어지는 정치 파벌 숙청 작업은 세 사람이 모두 시진핑 측근이라는 점에서 숙청의 방향성이 두드러진다.

반면,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다른 위원들은 숙청을 칼날을 비켜갔으며, 일각에서는 칼자루를 쥔 인물이 장유샤라는 분석이 계속된다. 중국 공산당이 관례를 깨고 둥쥔 국방장관을 미국과의 중요 회의에 참석하지 않도록 한 상황은 공산당 체제 내부의 불안정성과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 한국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내용을 추가·편집했습니다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