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은행 10곳 중 8곳 ‘수익 경고선’ 붕괴…금융불안 확산

중국 상장은행 가운데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경고선 아래로 떨어진 업체가 80%를 넘어서면서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대출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은행들의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됐다.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해 12월 마감 회계연도 재무 결과를 분석해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 상장된 58개 주요 상업은행 가운데 47개(81%)가 2023년 순이자마진(NIM) 1.8% 이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선으로, 통상 1.8%를 하회하면 ‘위험 구간’으로 간주된다.
은행 순이자마진은 ‘총이자수익에서 총이자비용을 뺀 값’을 전체 수익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의 이익률과 경영 효율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58개 상장 은행 중 93%에 해당하는 54곳은 전년 대비 순이자마진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해도 경고선을 밑도는 은행은 6곳(10%)에 불과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팬데믹 여파로 대출 수요가 급감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에 따르면, 상장되지 않은 중소형 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권의 평균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말 기준 1.52%로, 전년 대비 0.17%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소비 심리 위축과 고용 불안, 미국의 고율 관세 등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중국 은행권은 지난 5월 20일 일제히 예금 금리를 인하하며 소비 진작에 나섰지만, 이는 은행 수익성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 대출 리스크가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대출 금리를 낮출 것을 은행에 권고했지만, 현장에서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판화푸(潘華富) 항저우은행 부행장은 최근 실적 브리핑에서 “현재 은행권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중소기업의 신용 리스크”라며 “이는 현실적인 문제”라고 언급했다.
일본 종합연구소(JRI)의 세키 신이치 수석연구원도 “대출금리에 차등이 없어 차주 위험이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잠재 부실채권이 확대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닛케이는 또한 상장은행 재무 데이터를 근거로 2024년 말 기준 잠재 부실채권(NPL) 비율이 7.8%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상당수가 부동산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반면 중국 당국은 은행권 전체 부실채권 비율이 1.5% 수준으로 안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내 은행들의 자산 평가 기준이 엄격하지 않아 실제 위험이 통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 고위직 연봉도 ‘뚝’…지방 은행들은 흡수합병 도미노
수익성 악화는 은행 경영진 보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징(財經)은 금융정보 플랫폼 초이스(Choice) 자료를 인용해, A주(중국 본토) 상장 은행 42곳 중 33곳(78.5%)에서 경영진 보수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감소 폭이 가장 컸던 곳은 창사은행으로, 지난해 경영진 보수 총액이 248만5000위안으로 전년(1411만1000위안) 대비 무려 82.4% 급감했다.
수익성 악화와 부실채권 누적으로 인해 지방 중소은행들의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월, 랴오닝성의 농촌상업은행을 중심으로 36개 지방 소형 은행을 통합 승인한 데 이어, 최근에도 다수의 흡수합병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예컨대 순더(順德)농상은행은 최근 선전 룽화신화촌진(龍華新華村鎮)은행 등 여러 마을은행을 흡수해 지점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들 지방은행은 그간 부실경영과 리스크 관리 미흡으로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부동산 개발업체와 지방정부에 무리하게 대출을 늘린 것이 화근이 됐다. 일부 소형 은행은 자산의 40%가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등 심각한 재무난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은행 시스템 전반에 걸쳐 신용 리스크와 수익성 악화가 만연해 있다”며 “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 안정성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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