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권 전면 금리 인하…“경제 부양 효과는 제한적”

주요 국유은행 정기예금 1% 아래로… 기준금리도 추가 인하
민간은행도 동참… 예금 금리 전반적으로 ‘1% 시대’ 진입
중국 주요 국유은행들이 20일 예금 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명분은 순이자마진(NIM) 방어와 소비 진작이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산업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우정저축은행 등 6대 국유은행은 전날부터 위안화 예금 금리를 전면 조정했다. 특히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0.95%로, 1% 선이 무너졌고, 수시입출식(활기) 예금 금리는 0.05%까지 떨어졌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정기예금 금리는 기간에 따라 최대 25bp(0.25%포인트) 인하됐다. 우정저축은행만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98%로 유지했을 뿐, 나머지 국유 5대 은행은 모두 0.95%로 낮췄다.
이번 조치는 기준 대출금리(LPR) 인하와 맞물려 나온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1년·5년 만기 LPR을 각각 3.0%, 3.5%로 10bp씩 인하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앞서 이달 초에는 지급준비율(RRR)을 0.5%포인트 인하하고, 7일물 역레포 금리도 1.40%로 낮추는 등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당국은 총 10개 조치로 구성된 이른바 ‘종합 금융정책 패키지’를 내놓으며 시장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시중에 최대 1조 위안(약 200조 원)의 유동성이 공급될 전망이다.
국유은행의 금리 인하에 발맞춰, 민간 상업은행들도 일제히 금리를 내리고 있다.
중국의 주요 민간은행인 자오샹은행, 광다은행, 핑안은행, 중신은행, 싱어은행, 포바은행, 민셩은행, 광바은행, 화샤은행 등도 잇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조정하며 전면적인 ‘1% 시대’에 돌입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보고서에서 “여전히 부진한 신용 수요 속에 저금리 대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올해 은행권 전체의 순이자마진은 추가로 10~15bp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금융감독총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상업은행의 평균 순이자마진은 1.43%로 전 분기보다 9bp 하락했다. 국유은행은 1.33%, 민간은행은 1.56%로 각각 11bp, 5bp 하락했다.
전문가 “유동성 확대효과 단기적…금리만으론 경기 부양 어려워”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가 단기적으로는 대출 비용을 낮추고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인 경제 회복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는 “부동산 시장 침체, 고용 부진,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관세 불확실성이 경제 심리를 억누르고 있어, 기업과 가계의 투자·소비 심리가 여전히 냉각돼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CNBC도 “완만한 금리 인하만으로는 대출 수요를 크게 자극하기 어렵다”며 “총수요 회복의 핵심은 재정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4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5.1% 증가했지만, 3월 증가율(5.9%)과 전문가 예상치(5.8%)를 모두 하회했다. 이처럼 소비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금리 인하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중국 경제 전문가 왕허는 “중국은 소비가 부진한데 예금은 계속 늘고 있다. 정부는 돈을 끌어내 소비로 전환시키려 하지만, 국민들은 불안해 저축만 늘리고 있다”며 “이미 예금 금리는 바닥 수준인데도 소비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것이 현재 중국 경제의 최대 난제”라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의 루팅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단행하지 않는 한, 올해 5% 안팎의 성장률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