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고급주 마오타이, 가격 ‘마지노선’ 2천 위안 붕괴…유통업체 패닉

2025년 05월 13일 오전 11:38

1병당 가격, 10여년 만에 2천 위안 아래로 떨어져
중국 경제 하락의 한 단면…“가격 가격 정상화 과정” 평가도

중국 고급 백주의 상징이자 투자 혹은 소장의 대상이던 ‘페이톈 마오타이(飛天茅台)’의 소비자 가격이 결국 한 병당 2000위안(약 38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백주 시장 전반의 생태계를 흔드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매체 중방재경(中訪網財經)에 따르면, 지난 노동절 연휴(5월 1~5일) 직전 중국 온라인 플랫폼 핀둬둬에서 53도 500ml짜리 페이톈 마오타이가 2병에 3990위안, 즉 병당 1999위안에 판매됐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내수 촉진 정책에 따라 쇼핑몰 측에서 연휴를 앞두고 구매 보조금을 지급한 일종의 특별 판매였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큰 폭의 하락은 아니었지만, 연휴가 끝난 후에도 두 병에 3965위안(병당 1983위안)으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됐다.

마오타이는 종류에 따라 병당 가격이 3000~4000위안에서 특별한 기념일에 제작된 것은 수백만 원을 뛰어넘을 정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다만, 가장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53도 500ml 제품’은 지난 10년 이상 2000위안 중후반대에서 가격이 우상향하며 중국 경제의 성장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2020년 코로나 사태 때도 병당 2460위안의 가격을 지키면서 일종의 안전한 투자 상품으로까지 취급됐다. 이 때문에 2000위안은 마오타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절대 무너지지 않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연휴 할인이 계기가 되긴 했지만, 2000위안으로 떨어진 후 이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이러한 하락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중국에서 전국적 명성을 지닌 유명 백주 수집 전문가 쩡위(曾宇)는 지난해 6월 “소비 감소, 투자 및 수집 가치 하락으로 페이톈 마오타이의 가격은 2000위안 이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마오타이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700위안 가까이 오르며 또 한 번 전성기를 구가할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예상했던 소비 회복이 더딘 것으로 드러나면서 6월께 2180위안까지 떨어져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촉발시켰다.

그 이후 지난해 9월 2300위안대를 회복하면서 반등했으나 올해 2월 2200위안대, 4월 2100위안대로 주저앉더니 이번에 결국 2000위안대가 붕괴됐다.

이번 마지노선 붕괴는 단순히 마오타이라는 한 브랜드의 위상 하락이 아닌, 중국 고급 소비 시장 전체의 구조적 변화의 단면이라는 게 현지 업계의 진단이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소비자들은 고급 백주를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반기고 있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마오타이의 본고장인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재고를 확보해 둔 유통업자들은 가격이 계속 떨어지니 팔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마냥 안고 갈 수는 없어 공포감에 빠졌다”고 전했다.

마오타이 가격 하락의 여파는 800~1500위안대 백주 브랜드에도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비싼 가격에 구매를 꺼렸던 소비자들이 마오타이를 구매하면서, 중·고급 브랜드 제품들이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

“산업 전환 시점 왔다”… 마오타이도 결국 ‘마시는 술’ 돼야

업계에선 이번 마오타이 가격 붕괴가 단기적 위기이자 동시에 산업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마오타이의 하락은 고급 백주 시장의 가격 정상화”라며 “백주 산업이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중국 경제가 상승하면서 마오타이가 기호품이 아닌 투자용 자산으로 인식돼 가격이 더 폭등하는 등 시장 왜곡의 한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이제 백주 제조업체들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를 어떻게 유입시킬 것인가, 유통업자와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술이 실제로 소비되게 할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주류 대기업들은 최근 마케팅 전략과 가격 구조를 재조정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일부 기업은 디지털 직판 채널을 늘리고, 기존 유통망 의존도를 줄이는 구조 개편에 나섰다.

한편,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마오타이 가격 하락의 원인을 진단하는 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마오타이의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경제 둔화로 인해 수요가 따라오지 못했다”며 “(중국) 청년층이 기성세대와 달리 백주의 가치를 과대평가하지 않고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된 것도 가격이 떨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마오타이의 소비자가는 원래 1000위안대였다”며 “지금 가격이 너무 올랐던 것이고, 지금의 하락은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정상화일 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