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경제 체력…中 명주 ‘마오타이’, 단오절 대목에 가격 급락

강우찬
2024년 06월 14일 오후 3:08 업데이트: 2024년 06월 14일 오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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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심리 위축에 고급주류 시장 타격..제조사 시총 11조 증발

중국 경제의 둔화가 이어지면서 고급 주류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즐기는 술로 알려져 중국 최고 명주 자리에 오른 ‘마오타이’ 도매가격이 눈에 띄게 빠졌다.

14일 중국의 주요 유명 술 가격 변동을 매일 집계하는 ‘금일주가(今日酒價)’에 따르면 24년산 마오타이주 53도 500ml짜리 1병(벌크)의 도매가격은 전날 2420위안(약 45만8천원)에서 이날 2230위안(42만2천원)으로 하루 만에 200위안 가까이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폭이 안정된 정품 상자에 포장된 제품 가격도 전날 2695위안에서 이날 2550위안으로 145위안 떨어졌다.

이는 전날에 비해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중국 언론이 이 현상에 주목하는 것은 요즘이 시기적으로 마오타이주 ‘미니 성수기’인데도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단오절(음력 5월 5일) 연휴가 되면 전국 곳곳에서 용선 축제가 열리며 마오타이주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단오절 연휴(6월 8~10일)가 끝난 11일 마오타이주 가격은 53도 500ml짜리 1병(벌크) 기준 도매가가 2500위안 이하로 떨어지며 올해 최저치로 출발했다. 이는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핀둬둬(테무 모회사)에서는 병당 2390위안까지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700위안이었던 가격이 무색한 상황이다.

중국 포털 ‘왕이’가 제공하는 일간 주요 주류 거래시세 ‘금일주가’에 표시된 마오타이 도매 가격 | 화면 캡처

한 주류 중개업자는 중국 주류시장의 최근 변화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최근 마오타이주 가격이 일시적 변동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판매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중개업자는 “도매 단계에서 유통업체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저선이 2500위안”이라며 “도매가격이 그 이하로 떨어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마오타이를 아예 들여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올해 들어 마오타이 가격 인하의 주요 원인은 소비 감소로 인해 약해진 수요”라며 “마오타이가 주로 소비되는 곳은 사업용 선물이나 연회석상인데, 이런 자리가 줄어들면서 마오타이 판매량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요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마오타이 가격이 2300위안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격이 급락하면서 마오타이 생산업체인 구이저우 마오타이(貴州茅臺) 주가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시가 총액 3위였던 구이저우 마오타이는 14일 증시 개장 직후 주가 등락을 반복하다가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주당 1548.91위안으로 내려앉았다.

이 회사 주가는 앞서 11일 하루에만 3.1% 하락하며 시가총액 600억 위안(약 11조 3천억원)이 증발했다. 최근 2개월간 주가 하락폭은 고점 대비 12%에 달한다.

구이저우마오타이와 함께 주류업계 ‘빅5’로 불리는 우량예(五糧液), 샨시펀주(山西汾酒), 루저우라오쟈오(瀘州老窖), 양허(洋河) 모두 단오절 대목에 시가총액이 수백억 위안씩 증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고급 주류 시장의 전반적인 불황은 중국 경제의 부정적 전망과 맞물린다며 소비자들은 미래를 낙관하지 못할 때 고가품 소비를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