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난의 시대, 위대한 지도자의 탄생을 대망(待望)한다”
최광 대구대 석좌교수

오는 6월 3일, 대한민국은 중대한 갈림길에 선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헌정사 두 번째 ‘조기 대선’이 현실화됐다.
민심은 혼란스럽고, 정국은 격랑에 휩싸여 있다. 이 속에서 유권자는 어떤 기준으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까.
중국 고전에는 “집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家貧思賢妻),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훌륭한 재상이 필요하다(國亂需良相)”는 말이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도 그와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최광 대구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경제학자인 최 교수는 김영삼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국가 정책과 리더십에 깊은 통찰을 지닌 최 교수는 90여 권의 저서와 190여 편의 논문을 집필한 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위대한 지도자의 탄생을 대망(待望)한다”며, 유권자들이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반드시 점검해야 할 기준을 제시했다.
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에 동의하십니까? “영웅이 시대를 만든다”가 아닐까요?
“서양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도자가 시대를 만든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둡니다. 한 나라가 유례없는 위기를 겪거나, 국내외의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을 때, 위대한 정치 지도자가 등장해 이를 극복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위기마다 그런 지도자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오히려 예외적인 현상입니다. 키신저는 리콴유를 ‘시대를 만든 인물’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싱가포르의 건국과 번영을 이끌었고, 마거릿 대처는 ‘영국병’으로 불리던 국가적 난맥을 돌파했으며, 로널드 레이건은 공산주의 종식의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통해 가난한 나라를 원조국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들은 모두 ‘지도자가 시대를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인물들입니다. 위대한 지도자는 시대보다 앞서 있었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시대의 거부를 받더라도 결국 시대를 바꾸는 힘을 발휘했죠. 독일 통일의 주역 비스마르크는 ‘신이 역사 속을 지나갈 때, 그 옷자락을 붙잡는 것이 지도자의 임무’라고 했습니다. 신은 아무에게나 기회를 주지 않으며, 많은 지도자들은 그 흐름조차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훌륭한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입니까?
“조지 버나드 쇼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그 어려운 일에 나서겠다고 하니 문제입니다. 아무나 대통령이 될 수는 있지만, 아무나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다음 여섯 가지를 지도자의 핵심 자질로 봅니다. 첫째, 진정한 애국심. 말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생명을 걸 수 있는 애국심이 필요합니다. 둘째, 탁월한 관리 능력. 대통령은 국가라는 조직의 최고경영자입니다. 명확한 목표 설정, 체계적인 정보 수집, 우선순위 결정 능력이 요구됩니다. 셋째, 확고한 가치관과 이념.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철학과 방향입니다. 인간 본성에 부합하는 보수적 이념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넷째, 진정성 있는 소통 능력. 국민은 말보다 태도와 실천을 통해 지도자를 평가합니다. 다섯째, 참모 활용 능력. 뛰어난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안목은 지도자의 필수 덕목입니다. 여섯째, 도덕성과 감동. 지도자의 삶 전체가 신뢰를 주고, 정직함과 공정함이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악의 지도자로 기억되는 인물들과 그 교훈은 무엇입니까?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은 전체주의와 왜곡된 이념의 위험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들은 수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이들이 남긴 교훈은 네 가지입니다. ▲자유는 지키려는 노력이 없으면 쉽게 무너진다는 것 ▲인간 생명은 어떤 이념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 ▲표현의 자유와 권력 견제가 없는 사회는 독재로 흐른다는 것 ▲역사를 잊으면 같은 비극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어떤 지도자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가 어떤 지도자를 만들어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곧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입니다. 경제는 남미형 후진국을 닮아가고 있고, 3만5천 달러 수준이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대로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종북 주사파 세력의 부상이 있으며, 지도자들은 자유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지하고 무능한 지도자들이 이미지와 포장에만 몰두하고 있고, 대중은 말의 무게보다 ‘말의 모양’에 관심을 둡니다. 정치가 진실의 무대여야 하지만, 현실은 인기투표처럼 허황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위대한 지도자를 만들기 위해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우선 시민의 눈높이를 높이는 교육 혁신이 필요합니다. 지도자는 사회의 거울입니다. 비판적 사고와 공동체 의식, 역사의식을 갖춘 시민이 많아질수록 책임 있는 지도자가 나옵니다. 또 원칙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편법보다 원칙, 인기보다 신뢰가 중요하게 평가받는 문화가 조성돼야 지도자도 선한 영향력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깨어나는 한국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 박사가 남긴 ‘Boys, be ambitious!’라는 말처럼, 단순한 야망이 아닌 위대한 야망을 품기를 바랍니다. 지금 정치인을 혐오하는 청년이 많지만, 진정한 정치가는 국가를 바꾸는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중학생 시절 책상 앞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써붙였다고 합니다. 고교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학에 가서는 그를 위한 준비를 하십시오. 영어 외에 외국어 두 개 이상을 익히고, 세계를 경험하십시오. 책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수불석권(手不釋卷)’—책을 손에서 놓지 마십시오. 모든 책벌레가 위대한 지도자는 아니지만, 위대한 지도자 중 책벌레가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신은 우리에게 무한한 잠재력을 주셨고, 그것을 얼마나 발휘하느냐는 각자의 마음가짐과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냅니다.”
최광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누가 위대한 지도자인가』에서 세계사의 위대한 정치 지도자 18인과 그들의 뛰어난 참모 3인의 삶을 조명했다. 이어진 대화에서는 이 책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정치 지도자가 갖춰야 할 핵심 덕목과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최 교수의 평가를 들어봤다.

세계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정치 지도자는 누구입니까?
“저는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을 가장 존경합니다. 그는 남북전쟁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미국의 분열을 막고 미합중국을 지켜냈습니다. 그가 이룬 노예해방도 위대하지만, 미국이라는 국가를 존속시킨 점이 더 큰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단 12개월만 공교육을 받았지만, 독학으로 엘리트 정치인들을 넘어섰고, 대통령이 되어 국가를 바로 세웠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는 누구입니까?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두 분입니다. 이들은, 조선 500년 역사에 세종대왕이 있었다면, 대한민국 건국 이후 77년 동안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을 만한 인물입니다. 이승만은 나라가 없던 시대에 국가의 존재 이유를 세웠고, 박정희는 가난한 나라에서 잘사는 나라로 이끄는 조건을 실천했습니다. 두 분 모두 ‘길 없는 곳에 길을 만든’ 지도자였습니다.”
교수님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고 가정하고, 제일 먼저 어떤 일,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세력들을 공직에서 축출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인물들이 공직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하겠습니다. 특히 역사 교육을 대폭 강화해, 젊은 세대가 자유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의 삶은 여러분이 책임지셔야 합니다. 아무리 국가라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이 말을 당선 직후 공식적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처음엔 반발이 있겠지만, 반복해서 들으면 국민들께서도 이해하실 것입니다. 노약자는 국가가 돌보아야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때 진정한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대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역사관입니다. 단순한 과거 지식이 아니라, 시대 흐름을 읽고 통찰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둘째는 결단력입니다. 위기에서 과감히 책임지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실행력입니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합니다. 넷째는 국민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자기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헌신이 필수입니다. 다섯째는 도덕적 균형 감각입니다. 수단과 목적을 구분할 줄 아는 윤리의식이 중요합니다. 요컨대 통찰력·결단력·실행력·헌신·윤리성, 이 다섯 가지가 위대한 대통령의 필수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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