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원 게시판’ 놓고 설전…친윤·친한 균열 커지나 

박요한
2024년 11월 25일 오후 3:22 업데이트: 2024년 11월 25일 오후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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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에 따른 여권발 계파 갈등이 점입가경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25일 국민의힘 지도부 회의에선 한동훈 대표와 김민전 최고위원이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친한계(친한동훈계)와 친윤계(친윤석열계) 간 갈등은 자칫 정부·여당 지지율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마저 낳았다.

친윤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민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때 “제가 당원 게시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정당은 민주적이고 정당 의사 형성 과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당원 게시판) 의혹이 제기되니 일부 최고위원 등 당직자가 ‘8동훈이 있다’ 얘기를 언론에서 하고 있다. 어떻게 ‘8동훈’이 있는지 알게 됐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그 자료를 일부 최고위원은 보는데, 왜 저희는 못 보는지, 또 어떻게 확인했는지도 같이 공유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금도 당원 게시판엔 총살과 같은 단어들이 여전히 올라와 있다. 도대체 당 게시판은 누가 운영하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재차 “당에서 한동훈 대표 사퇴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며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만약 고발하신다고 하면 저에게도 ‘김민전 사퇴하라’는 문자가 무수히 많이 와 있으니, 이 번호들도 다 따서 드리겠다. 같이 고발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동훈 대표는 “잠시만”이라며 김민전 최고위원 발언권을 중단시켰다. 이어 김민전 최고위원을 향해 “발언을 할 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말해주면 좋겠다. ‘한동훈 사퇴 관련 글 작성자’ 고발을 준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김민전 최고위원 발언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고 중재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관련 기사가 났다”며 한 대표에게 언성을 높였다. 한 대표는 고개를 돌려 “참나”라는 발언과 함께 헛웃음을 지었다. 이 상황들은 모두 공개 최고위원회의 현장에서 발생해 언론에 노출됐다.

연장선에서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친한계와 친윤계 인사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당 조직부총장인 정성국 의원은 김민전 최고위원을 향해 발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했고,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 발언을 조직부총장이 문제를 왜 제기하나”라며 받아쳤다. 정성국 의원은 친한계 인사로, 신동욱 의원은 친윤계 인사로 각각 분류된다.

한동훈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당대표인 저를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다”라며 “익명 당원 게시판에서 당연히 대통령이든 당대표든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 대통령 비판 글을 누가 썼는지 색출하라고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여권발 갈등의 불쏘시개가 된 ‘당원 게시판 논란’은 최근 게시판 내 게시자 이름이 전산 오류로 인해 실명이 노출되는 사태에서 시작됐다. 한동훈 대표와 한동훈 대표 가족 이름으로 검색한 후 나온 게시글이 대다수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인 점에서 국민의힘 계파 갈등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