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부동산 침체 여파 금융권까지…HSBC 부실대출 6배 급증

한때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쌌던 홍콩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침체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그 파장이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HSBC의 6월 말 기준 은행의 홍콩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부실채권이 32억 달러(약 4조279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HSBC의 작년 말 기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총액 5억7천억 달러(약 7700억원)의 6배 규모다. 반년 사이 부실 대출이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FT는 HSBC의 상반기 재무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대출 연체율의 급격한 증가는 금융허브 홍콩의 상업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은행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기준 HSBC의 전체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총액은 790억 달러(약 105조원)이다.
이 가운데 홍콩은 약 360억 달러(약 47조원)로 절반에 약간 못 미친다. 이번에 발표된 32억 달러의 부실 대출은 HSBC의 홍콩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전체의 9%에 해당한다.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이나 아파트 등 주거용이 아닌 상업 목적의 부동산을 가리킨다. 사무실(오피스), 상점, 창고, 음식점, 의료시설 등이다. 복합쇼핑몰 역시 상업용 부동산에 들어간다.
이러한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급격한 부실은 자유를 기반으로 번영을 누리다가 중국 공산당의 개입 이후 가라앉고 있는 홍콩 경제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홍콩의 상업용 부동산 자문업체인 쿠시먼앤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A등급 오피스 임대료는 35% 이상 하락했다.
앞서 이달 중순 블룸버그 기사에서도 홍콩의 상업 및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2019년 이후 약 2700억 달러(약 360조원) 이상 감소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 레이팅스의 북아시아 은행 책임자인 데이비드 웡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본토 상업용 부동산의 위험 노출은 바닥에 근접했다고 생각하지만, 홍콩은 아직 바닥을 본 것 같지 않다”며 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전망했다.
HSBC는 “일부 대출 고객이 부채 상환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급 연기를 요청했다”면서도 “많은” 고객이 여전히 이자를 내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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