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 ③ “세계질서 재편 속 중립 어려울 것…한국, 양자택일해야”

에포크타임스 뉴욕 탐사보도 선임기자 조슈아 필립

이윤정
2024년 08월 30일 오후 8:00 업데이트: 2024년 09월 10일 오후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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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갈등 심화…선택 기로에 선 국가들
미중 전쟁, 자유진영 vs 공산진영 대립으로 확대

에포크타임스 뉴욕 소속 조슈아 필립(Joshua Philipp)은 탐사보도 전문기자다. 중국 공산당의 해외 침투, 글로벌 전략 주제에 20년 가까이 천착하며 명성을 얻었다.

‘빌드업 코리아’ 행사에 연사로 초청돼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8월 22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중국이 직면한 정치·경제 상황, 중국 공산당에 대한 국제 정세의 변화,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주제로 필립 기자와 나눈 대담을 3편에 걸쳐 소개한다.

-미중 전략 경쟁을 바라보는 국제사회 시각은 어떠한가요?

“세계는 미중 전략 경쟁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중 양국 어느 한 편에 서지 않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인도가 대표적입니다. 주지할 점은 선택을 하지 않는 국가들도 대개 중국 공산당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도는 미국, 호주, 일본과 더불어 ‘쿼드’의 일원이고요.”

“인도는 ‘상하이 협력기구’에도 속해 있는데 중국, 러시아가 주도하는 조직입니다. 러시아와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중국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도는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 국가들도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 편에도 명확히 서려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점점 많은 국가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글로벌 갈등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립 기자는 중국 공산당과 주변 국가의 갈등 사례를 들었다. “중국 공산당은 인도 문제와 관련해서 인도 주변 국가들과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리랑카의 경우 오랫동안 인도가 공들여 온 국가입니다. 지난날 군사적 개입을 한 적도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스리랑카를 장악하려 든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스리랑카에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도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입니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려 합니다. (지난날 제3세계를 대표했던) 인도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했지만 더는 그럴 수 없는 형편입니다. ‘하나의 산에는 호랑이 두 마리가 있을 수 없다’는 중국 속담처럼 인도를 비롯한 세계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 공산당의 ‘중국몽’은 중국만을 위한 것이지 다른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전망은 어떠한가요?

“중국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스스로 패권국이라고 간주합니다. 패권 유지를 위해 다른 나라를 통제하려고도 하고요.” 필립 기자는 한국, 일본 등 중국 주변국 사례를 들었다. “일본도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한국과 유사한 상태입니다. 군사력 부문에서는 한국보다 비(非)무장 상태였고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은 비무장화했습니다.” 그는 중국-일본 영토 분쟁이 전후 비무장화를 추구해 온 일본을 각성시켰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영유권을 주장하자 일본도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깨달았습니다.”

필립 기자는 중국 공산당은 ‘사업’ ‘공포’ 두 가지 수단을 사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통제해 왔다고 했다. “최근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분야인데 일본, 호주,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중국 공산당은 두 가지 수단을 이용해 이들을 억압하고 때론 침묵하게 했습니다. ‘경거망동(輕擧妄動)하면 응징이 따를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동시에 사업상 거래를 트고요. 정치적 영향력 투사를 위해 사업이라는 수단을 이용하고 공포를 이용해 해당 국가들이 미국과 동맹을 맺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그는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고 했다. “오늘날에는 다수 국가가 중국의 부정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필립 기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미국은 호주에 전략 폭격기를 순환 배치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는 새로운 군사 기지를 건설하고, 미사일 방어시스템도 배치했습니다. 미국과 호주는 베트남에서 공동으로 광산 채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 대만 등과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더불어 중국을 포위하는 새로운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공포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기반해 중국에 대항하는 방어 체제, 무역동맹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여기에 맞서 점점 더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요.”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은 아직 이 새로운 동맹체에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만약 북한이 더 공세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필립 기자는 북한의 행태를 지적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습니다. 미사일 발사 위협도 재개했고요. 최근에는 러시아와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북·중 관계에 대해서 미국은 북한을 중국 공산당의 꼭두각시로 인식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점이 놀랍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지원이 없다면 북한 체제는 붕괴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실질적인 무역 파트너도 없고 산업 기반도 없으며 체제를 스스로 지탱할 만한 보호 장치도 부족합니다. 군사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군사력은 러시아에 비해 훨씬 약합니다. 구소련제 장비를 보유한 북한은 큰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는 현재 재래식 무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반면 미국, 나토(NATO)가 중국 공산당에 제시한 레드라인이기도 합니다. 중국 공산당은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 탄도 미사일 등을 직접 제공할 수 없는 형편이죠. 대신 중국 공산당은 해당 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부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방에서 ‘이중 용도 기술’이라고 부르는 민군(民軍) 양용 기술 분야입니다.”

북한의 국제시장 밀거래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란, 중동 등 무기 밀거래에서 북한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미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고요. 무기 외에도 각종 암시장, 마약, 위조지폐 등에서 북한은 중요한 플레이어입니다.” 필립 기자는 해당 행위로 중국 공산당이 서구의 제재를 받고 있다며 말했다. “중국 금융 시스템도 제재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은 러시아와 국제 금융 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필립 기자는 북한-러시아 협력 관계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 러시아는 군사용 무기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대전략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북한과 협력하는 것입니다.” 그는 러시아·중국의 한국 위협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북한-러시아 밀착에 한국 정부는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대급부로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시사했고요.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한다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겠다’는 의사 표시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러시아가 아닌 중국 공산당이 한국을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러시아 핵 공격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죠. 중국 공산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조력자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2023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한 뒤 만나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세계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위치입니다. 한국 외교의 현안, 나아갈 방향을 조언한다면요.

필립 기자는 중국과 해양 국경을 마주한 한국이 어려운 처지라는 점은 이해한다며 이야기했다. “한국 처지는 이해하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중국 공산당에 강경한 입장의 국가도 있습니다.” 미중 양국 중 ‘한국의 선택’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이 미중 양국을 다 선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중국 공산당에 달렸습니다. 한국이 미군 사드를 배치했을 때 위협한 장본인이니까요.”

그는 중국의 산업정책을 예로 들었다. “중국 산업정책은 삼성전자 등 외국산 브랜드 완제품 수입이 아닌 국내 생산에 중점을 둡니다. 국내 제조, 자립을 강화하는 것이죠.” 이어 한국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를 예로 들었다. “중국은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는 외국산 완제품을 수입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필립 기자는 한국의 딜레마도 언급했다. “한국이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하고자 하면 두 가지 선택에 직면할 것입니다. 반도체 판매를 지속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 중국에는 판매할 수 없을 것이고요.” 그는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북한, 러시아와 더불어 주변국 대상으로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립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겁니다.” 필립 기자는 한국의 선택은 결국 ‘미국식 모델’이냐, ‘중국식 모델’이냐로 귀결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모델과 미국 모델 차이점을 설명해 주세요.

필립 기자는 ‘미국 모델’ ‘중국 모델’ 간 차이는 분명하다고 강조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미국은 타국과의 무역에서 손해를 보는 편입니다. 무역 자체는 자국이 아닌 타국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죠. 미국인들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자유시장경쟁’을 준수합니다. 미국 주류 경제 이론은 불간섭주의에 기반하고요. 무역에서 손실을 보아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는 미국식 시장경제 체제 설명을 이어갔다. “미국은 혁신을 위해서는 시장 경쟁이 필수라고 간주합니다. 다른 국가가 혁신을 통해 미국을 앞서 나간다면,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품질의 제품, 재화(서비스)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자유 시장 경제는 공정 경쟁을 기반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군은 유럽 등 기타 국가에서 무기 체계를 도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산 총기가 우수하다면 미국산을 고집할 이유가 없죠. 미국이 자국산만을 고집한다는 것은 ‘품질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주는 것입니다. 미국은 경쟁을 바탕으로 기업이 혁신하고,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들도록 동기 부여를 합니다.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입니다.”

201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외견상 세계 경제 체제에 편입한 중국의 실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에서 이기려고 합니다. 설계도를 탈취해 다른 나라 제품을 복제하고 자기 상표를 붙여 불법으로 유통하고, 덤핑 가격으로 원제조업체를 시장에서 퇴출하려 합니다. 마피아, 폭력배나 할 만한 일입니다. 미국은 사실 중국 공산당을 폭력배 정권으로 간주합니다. 그들과 거래하면 조직폭력배와 거래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싫어할 만한 일을 하면 상대를 위협합니다. 실행에도 옮기고요.”

그는 근래 중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인을 예로 들었다. “외교 갈등 국면에서 중국 공산당은 상대를 공격합니다.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면 그들의 표적이 되고요.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지적해도 상대를 노릴 겁니다. 결과적으로, 중국 공산당과 거래하면 제품의 우수성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와 기업 모두가 손해를 입게 됩니다. 그들은 마피아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델의 차이점입니다.”

필립 기자는 미중 무역 전쟁 양상은 두 체제 간 실제 전쟁으로 확전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 모델, 중국 모델 간 전쟁은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간 전쟁으로 변했습니다. 전 세계 차원의 전쟁이 됐고요.” 그는 한국의 선택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오랫동안 중립을 지켜온 국가들은 이제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빠르게 깨닫고 있습니다. 한국은 역내(域內)에서 유일하게 아직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은 국가입니다. 필리핀조차도 입장을 분명히 했죠. 변화의 중심에서 한국이 중립을 유지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겁니다.”

필립 기자는 미중 간 선택 문제는 경제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 연합뉴스

-경제적 측면 외 또 다른 고려 사항이 있나요?

“미국 모델과 중국 모델은 기본 인권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이 국제 관계에서 중시하는 스탠다드 중 하나는 보편 인권 보장 여부입니다. 서구사회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앞서 설명했지만, 미국은 정부 역할을 ‘신의 섭리 보호’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신앙·언론 자유 등 기본권입니다. 특정 국가가 인권을 침해하면 미국은 해당 국가를 제재합니다. 미국의 기본 정책 중 하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권, 권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필립 기자는 중국식 모델을 이어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방식, 즉 중국 모델은 정반대입니다. 그들은 신이 아닌 정부가 옳고 그름을 정의합니다. 정부 정책 지지 여부로 선악을 판단할 수 있다고도 주장하고요. 쉽게 말해 중국 공산당을 따르면 선이고, 반대이면 악이라는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인간을 학대하고 때로는 살해합니다. 노예화하기도 하고요.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 반동분자로 몰아 수감하기도 합니다. 중국 공산당의 주요 제재 대상은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지적하거나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입니다.”

한국의 선택 문제에 대해서 필립 기자는 다음을 조언했다. “관건은 ‘한국인이 한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고 싶은가’입니다. 제가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한국이 폭력배 정권과 결탁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까? 종교 자유를 포기하는 나라가 되기를 원하나요? 인권 침해 문제를 비판하기는커녕 제기할 수조차 없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나요? 반대로 자유 진영에 서서 자유 시장 경제에 동참하는 나라가 되기를 원하나요? 스스로 혁신하고 발전하며 종교 자유, 개인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나요? 근본적으로 중국 모델과 미국 모델의 선택은 ‘여러분이 살고 싶은 세상이 어떤 것이냐’에 대한 답변을 찾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