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게임에 등장한 ‘불경’ 외운 中 스트리머 방송 강제 종료 논란

2024년 08월 22일 오후 12:05

서유기 소재 삼은 ‘검은 신화: 오공’ 출시…게임 내 불경 등장
게임 전문 스트리머, 구절 외웠다가 강제종료 10분만에 풀려

중국에서 최근 출시된 온라인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인기 여성 스트리머가 방송 도중 종교 경전을 암송했다는 이유로 방송이 차단돼 논란이 됐다.

평소 종교나 신앙의 자유에 특별히 관심이 없었던 방송 시청자들도 중국 공산당 치하에서의 자신들이 처한 종교 자유의 현실을 새롭게 실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일, 틱톡의 중국판인 더우인에서는 게임 전문 스트리머인 ‘여류66(女流66)’이 이날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온라인 게임 ‘검은 신화: 오공’ 플레이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날 게임 도중, 불교 경전 일부가 나오자 여성 스트리머는 해당 경전의 내용을 설명하며 즉석에서 일부 구절을 암송하기도 했다.

올해 35세인 여류66은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베이징대(북경대) 대학원에서 디자인 석사를 취득한 후 방송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 분야와는 무관했지만, 명문대 출신의 재원답게 평소 쌓아둔 교양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그녀의 ‘교양 수업’은 얼마 가지 못했다. 한창 경전의 내용과 배경 등을 설명하던 도중 갑자기 방송이 강제 종료되며 시청자들이 전부 튕겨져 나갔기 때문이다.

방송은 약 10분 후 재개됐고, 돌아온 시청자들은 “방금 왜 방송이 차단됐냐”며 질문을 쏟아냈다.

스트리머는 “아마 방금 여러분에게 경문을 보여준 것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하며 “이런 건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안 볼 수 없는 건데”라고 아쉬워했지만 다시 게임 진행에 집중하며 방송을 이어갔다.

시청자들은 “유식한 게 죄”, “(검열이) 너무 엄격하다”라면서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임 방송 스트리머가 또다시 차단을 당하거나 아예 계정 폐쇄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사건은 이후 중국 온라인에 확산됐고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까지 보도되며 중국 청년들이 처한 검열 상황을 생각해보게 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

한 중국 네티즌은 “불경을 막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성적인 내용을 담은 방송은 문제가 없다”고 검열 기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 출신의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더우인(틱톡) 같은 중국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른바 다수의 ‘민감어’를 설정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톈안먼, 파룬궁, 강제 장기적출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들 외에도 일반적인 종교의 가르침과 관련한 내용들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더우인의 인공지능(AI)이 종교 관련 방송으로 판단해 즉각 차단했던 것 같다”며 “이 밖에도 보통화(표준어)가 아니라 사투리로 말하면 방송이 차단되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는데, 표준어를 권장하는 게 아니라 당국의 검열을 피해 금지된 내용을 주고받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개발자는 “중국 소셜 플랫폼 AI는 사투리를 알아듣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여럿 모인 곳에서 당국이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뭔가가 오가거나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누군가 보통화가 아닌 언어로 말을 하면 일단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 신화: 오공’은 삼장법사와 손오공 등 일행이 서역에 불경을 얻으러 가는 길에 81가지 난관을 통과하는 이야기를 담은 중국의 고전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다만 손오공과 똑같이 생긴 원숭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과거의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중국 평론가 리린은 “서유기를 비튼 소재는 허용되지만, 그 안에 담긴 불경을 방송 소재로 삼았다고 검열하는 것은 반(反)전통을 추구하는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 체제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