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 구이저우 당서기 1500억원 횡령 사건 첫 공판

반부패 10년에도 비리 만연… “시진핑 정권이 새 호랑이 됐다”
중국 지방정부 성장급 간부가 1500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시인했다. 시진핑 정권의 10년 반부패 사정에도 대형 비리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두고 공산당 체제 자체의 한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관영 CCTV에 따르면, 지난 14일 톈진시 제2중급 인민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구이저우(貴州)성의 전직 공산당위원회 서기(당서기) 쑨즈강(孫志剛)은 총 8억1300만 위안(약 1542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를 인정했다.
상하이 재정대 경제학 석사, 우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소지한 ‘경제통’ 쑨즈강 전 서기는 2017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구이저우성 공산당 위원회 서기를 지냈다.
하지만 퇴임 후인 2023년 8월 ‘심각한 기율과 법률 위반 혐의’로 감찰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고 당적 발탁 처분을 받으며 사실상 숙청이 확정됐다.
당서기 재직 시절인 2018년 한국 세종시와 스마트시티 건설 협력을 위해 대표단을 이끌고 세종시청을 방문해 관련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톈진 인민검찰원이 발표한 소장에 따르면, 쑨즈강은 2002년부터 2023년까지 후베이성, 안후이성,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구이저우성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재정경제위원회 등에서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며 부당한 사익을 챙겼다.
프로젝트 홍보, 주식 청약, 프로젝트 계약, 부동산 개발이나 기타 사업 분야에서 특정한 개인·기업에 불법적인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총 8억1300만 위안 상당의 자산을 수취했다.
재미 중국 시사평론가 마쥐(馬聚)는 미국 자유아시아라디오(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한 성(省)의 당서기가 8억 위안의 뇌물을 챙긴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선에서 엄청난 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마쥐는 “8억 위안이면 일개 현[縣·중국의 행정단위, 한국의 군(郡)에 해당] 당서기의 연간 횡령액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정권이 2012년 출범한 이후 10년 이상 부패 간부 ‘솎아내기’를 해왔지만, 비리 간부들이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 감찰·사정기구인 중앙기율위원회(중앙기율위)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징계받은 부패 간부는 중국 전역에서 33만 2천 명에 달했다.
직급별로는 성부급(省部級·성장 및 장관급) 25명, 청국급(廳局級·중앙부처 국장 혹은 지방정부 청장급) 1806명이었다. 이 밖에도 성부급 16명, 청국급 321명이 여전히 조사 중이다.
평론가 마쥐는 시진핑 정권 자체가 새로운 부패 관리 집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고위층의 부패는 이제 시진핑 정권의 일부가 됐다”며 “시진핑이 임명한 새 간부들이 호랑이(고위 부패 관리)로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중앙기율위 출신으로 해외에서 중국 공산당 비평가로 활동하는 왕여우췬(王友群)은 에포크타임스에 “구이저우성은 중국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이지만, 최근 수년간 1억 위안(약 189억원) 이상 부패 간부가 7명”이라고 말했다.
왕여우췬은 “2019년, 2022년, 2023년 각 1명, 2024년 4명이 재판을 받았는데, 성부급 정직 2명, 성부급 부직 3명, 청국급 정직 2명이었다”며 “이들의 공통점은 장쩌민 전 총서기 시절부터 비리로 직위를 얻고 유지해 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미 시사평론가 궈민(郭閔)은 “중국 공산당의 반부패는 겉치레일 뿐”이라며 “정권에 저항하는 인사들을 숙청하는 변명이자 수단”이라고 말했다.
궈민은 “중국에서 부패하지 않은 관리가 어디 있느냐”며 “부패를 척결하려면 모든 공직자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지난 20~30년 동안 그런 일이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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