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은 다를 것”…경제낙관론 일변도 中학자의 항변

2024년 08월 01일 오후 6:36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시진핑이 경제난을 시인한 가운데 중국 낙관론을 이끌어온 인물이 또 한 번 중국 경제의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나섰다.

미국이 1980년대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가치를 절상하고 일본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사례를 가져와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전 세계은행 부총재 린이푸(林毅夫)는 1일 보도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1980년대 미국이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65∼70%에 달했던 일본에 취한 행동과 현재 GDP 60∼70% 수준인 중국을 향한 태도는 유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베이징대 신구조경제학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린이푸는 “미국의 억압책으로 인하여 당시 세계 유수 자동차 기업, 반도체 기업을 보유했고 미국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했던 일본은 압력에 직면했다”고 현재의 중국을 당시의 일본에 비유했다.

이어 “미국은 과잉 생산 능력을 문제 삼아 일본산 자동차 수입을 제한했고 안보상 이유를 들어 일본산 반도체 칩 수입을 차단하는 등 조치를 취했고, 이는 일본 경제가 쇠락하는 계기가 됐다”며 “결과적으로 일본의 30년 경제 침체(잃어버린 30년)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인위적인 엔화 평가 절상’을 핵심을 한 1985년 플라자합의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가지 압박이 일본 경제 쇠락을 촉발했다는 점은 다수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린이푸 원장은 “일본 정부는 플라자합의 이후 신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을 포기했다. 그 결과 경제가 침체됐다”면서도 “중국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고 지속 발전할 것이다”라며 낙관론의 근거를 중국 정부의 뚝심에 뒀다.

하지만 그의 이런 분석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도전했다가 견제를 받아 경제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과 반대된다.

대만 엘리트 출신으로 중국 망명…중국 경제 낙관론 대표주자

린이푸 원장의 일관된 중국 낙관론은 그의 독특한 이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만 출신인 그는 청년 시절 대만의 촉망받는 엘리트였으나 조국을 배신하고 공산주의 중국에 귀순해 현재는 시진핑의 경제 국사(國師)에 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대만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한 후 대만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진먼섬 중대장 부임 3개월만인 1979년 5월 군사기밀을 훔쳐 바다 건너 중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베이징대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1986년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87년 귀국해 베이징대 교수, 중국 최대 민간경제단체인 전국공상연합회 부주석을 거쳐 현재의 지위에 올랐다.

중국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린이푸 원장의 낙관론을 대약진운동에 비유하기도 한다. 1950년대말 마오쩌둥이 영국을 따라잡겠다며 야심차게 실행한 경제 성장 계획인 대약진 운동은 냉철한 분석과 정교한 정책 없이 추진돼 거대한 실패로 끝난 바 있다.

린이푸 원장도 지난 2020년 10월 둬웨이(多维)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10년 안에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며 “오는 2030년에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능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50년 중국은 경제 규모가 미국의 2배, 기술은 동등한 수준에 달한다.

그는 같은 해 9월 ‘2020년 국제투자포럼’에서도 “중국이 5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1만2700달러 문턱을 넘어 고소득 경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5년 전인 2015년 9월에도 “2020년이면 중국이 고소득 국가가 될 것”이라며 비슷한 말을 한 전력이 중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2020년은 중국 공산당이 빈곤을 전면적으로 퇴치하고 샤오캉(小康)사회,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상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기한이다. 하지만 2020년 5월 당시 리커창 중국 총리는 “6억명의 월소득은 1천위안(약 18만8천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경제 현실을 동떨어진 린이푸의 한결같은 낙관론은 세계은행 부총재까지 맡았던 유명 경제학자인 그가 때로는 학자보다는 정치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중국 경제 어두운 면 외면…학자보다 정치인 평가도

린이푸 원장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첨단분야에서 중국의 잠재 경쟁력도 강조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빅테이터 등 신산업 분야에서 선진국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하고 있다. 해당 분야 대규모 숙련 노동자, 시장을 갖춘 최적의 제조 생태계를 갖췄다.”며 “효율적인 시장, 효과적인 정부 역할을 결합한 신산업 정책이 겸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해마다 6% 성장할 것이라던 중국이 5% 성장률 달성이 불투명한 현재에 처하게 된 이유를 찾으며 미국의 견제라는 외부적 요인에만 눈을 돌렸다.

반면, 국유기업의 비효율성, 투자 일변도 정책으로 인한 과잉 생산 문제, 내수부진과 소비심리 위축, 부동산 위기와 지방정부 부채 등 산적한 중국 내부 문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출신 인구통계학자로 현재 미국 위스콘신대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는 이푸셴(易富贤)은 지난해 말 자유아시아방송(RFA) 평론에서 “린이푸는 경제가 아직 8%의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거짓말하며 부동산 투자 등에 대한 가속 페달을 밟도록 해왔다”고 비판했다.

이푸셴은 중국은 2012년부터 노동력이 감소하며 경제 연료가 바닥나기 시작했는데 린이푸 같은 이들이 더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해 연착륙할 기회를 놓쳤다면서, 중국발 글로벌 경제 위기를 감지한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 ‘디리스킹(위험 완화)’에 나서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