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동력 잃은 中, 공산당 3중전회 15일 개막…경제냐 권력이냐

관영매체 “전 세계 기대하는 중요회의” 분위기 조성 안간힘
“어떤 정책 나와도 큰 변화 어려워”…충성 확인 자리 회의론도
시진핑 3기 경제 정책을 제시하는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오는 15~18일 베이징에서 개막한다.
경제 하락과 부동산 침체에 폭우와 제방 붕괴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중국 공산당(중공) 매체들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시진핑이 주창한 ‘고품질 발전’을 선전하며 장밋빛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12일 “전 세계가 기대하고 있다”며 “3중전회는 중국의 개혁개방 노정에 있어 세계 각국과 함께 전진하는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고, 인민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다가오는 중공 20기 3중전회는 개혁개방을 더욱 전면적으로 심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한다”고 전했다.
이날 인민일보는 “역사는 끊임없는 투쟁으로 진보하고 있다”며 시진핑 집권 1, 2기의 10년을 “개혁이 항상 추진될 수 있도록 전체 기획과 통합적 조정, 전반적인 추진, 감독 및 실행을 장악해 혁명이 올바른 정치적 방향에 따라 진전될 수 있도록 했다”고 규정했다.
관영매체가 그리는 이미지 속에서 중공은 부패한 기득권 집단이 아니라 개혁하고 진보하는 세력으로 묘사된다. 대다수 인민의 생활이 팍팍한 것은 ‘아직 혁명이 완수되지 않아’ 충분한 결실을 분배하지 못해서일 뿐이다.
그러나 더는 이러한 선전으로 중국인들을 달래기는 쉽지 않다. 대다수 중국인의 부자 될 꿈을 실현하는 통로였던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한 해 1천만 명이 넘는 대졸자들은 높은 실업률에 절망감에 휩싸였다.
전 세계 시선 쏠린 3중전회…해법 나올까
블룸버그는 지난 7일 ‘중국의 3중전회(Third Plenum)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이유’라는 기사에서 해외의 중국 전문가들이 이번 3중전회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다뤘다.
“획기적인 구조 개혁에 대한 기대는 낮지만, 투자자들은 중앙과 지방 정부 간의 재정 관계, 부동산 시장 침체, 민간 부문(경제)의 어려움, 기술 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 인구 고령화 등 각종 장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재정 개혁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12월 주요 경제 회의에서 공산당 최고위층은 ‘새로운 재정 및 세제 개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3중전회에서 더 자세한 내용이 발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은 부채 위험 증가와 토지 판매 수입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더 많은 지출을 감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소비세 개혁으로 지방정부의 세입원이 확대되고 중국의 가장 큰 세수원인 부가가치세의 추가 개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분야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중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으로 남아 있어서다… (지난 5월) 주택 시장 부양책 발표 이후 새로운 조치와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화통신은 지난달 3중전회와 관련해 ‘전면적인 심화 개혁과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결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력과 자원을 대량으로 쏟아붓는 기존의 발전 방식을 벗어나 고효율을 강조하는 ‘신품질 생산력’의 구체적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 나오더라도 이미 약해진 체질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볼 때, 새로운 정책에 관한 애매한 암시만으로는 투자자나 기업인을 안심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고 지적했다.
JP모건도 과거 사례에 비추어 “중국이 정책 공약을 얼마나 이행할지 회의론이 제기된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에 대한 충성 확인하는 자리 될 수도”
3중전회가 경제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이지만,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전혀 다른 흐름이 전개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지구경제학센터 수석연구원 제레미 마크는 지난 5일 ‘올해 가장 중요한 중공의 회의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제 위기를 맞은 중공 당국은 위기 대응이나 회피보다는 정치를 강조하고 미국과의 대립을 부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연구원은 “(외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지만, 이달 중공 지도부 회의(3중전회)에서는 매우 다른 개혁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부동산 위기, 높은 실업률, 기업·소비자의 경제 자신감 하락,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는 모두 중공 지도부가 가지는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 있다.
마크 연구원은 “(중공 지도부는) 첨단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산업을 육성해 미국과의 대결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러한 계획의 목표는 중공의 사회 통제력을 강화하고 최고 지도자 시진핑에 대한 충실한 복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3중전회의 핵심이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IT 대기업 규제 등 경제 침체를 일으킨 시진핑의 정책 실패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려 그의 권력을 강화하는 쪽에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공과 그 통제를 받는 대륙 언론들은 현재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예측할 수 없는 국제 정세의 변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중국 경제 탄압 탓으로 돌리고 있으며 시진핑의 정책 실패는 절대 거론해서는 안 되는 금기 사항이 됐다고 지적한다.
마크 연구원에 따르면 시진핑은 경제를 회복하고 발전시킬 역량은 부족하지만, 경제를 망가뜨리는 능력은 탁월하다. 중국의 수많은 기업과 가정을 파탄 낸 제로 코로나, 며칠 사이에 실업자 수백만 명을 양산한 교육산업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아첨꾼에 둘러싸인 시진핑? 진실 말할 용기의 실종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베이징 특파원 아롤드 티보는 지난 3일 자 기사에서 시진핑 정권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를 전했다.
이 기사에서는 지난 5월 23일 산둥성 지난을 찾은 시진핑은 민간기업 대표와 경제 전문가들을 만나 현장의 어려움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솔직한 건의와 의견을 직접 듣는 자리를 가졌다.
해당 소식을 보도한 관영매체의 사진에서 시진핑은 남색 재킷을 입고 편안한 웃음을 지어 보였고 참석자들은 모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셔츠와 양복 차림이었다.
르몽드 특파원은 “당시 사회자의 말투는 부드러웠고 참가자들은 넥타이를 풀도록 권유를 받았다”며 “시진핑은 미소를 지으며 토론을 이끌었고 독단보다 실용주의를 보여줬다”고 적었다.
이어 “재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지만 더 중요한 목적은 중공 지도부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직면한 도전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고 있음을 보여줘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 시진핑은 참석한 기업 대표와 경제학자들에게 중국의 유니콘 기업의 수가 감소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에서 어떤 답변이 나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소식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그 이유는 시진핑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시진핑 주변에는 그런 진실을 전할 용기 있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VOA는 전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