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영국 거주 민주 활동가 여권 취소…새 국가안전법 적용

릴리 저우
2024년 06월 14일 오후 3:06 업데이트: 2024년 06월 14일 오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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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판사 2명은 최고 법원서 사임 “홍콩 법치 위기”

홍콩 당국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새 국가안전(보안)법을 적용해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민주 활동가들의 여권을 취소했다. 반체제 인사에 대한 단속과 탄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번에 홍콩 정부로부터 여권 취소 조치를 당한 이들은 전 입법회(의회) 의원인 네이선 로와 민주 활동가 시몬 청, 핀 라우, 조니 폭, 토니 초이, 멍시우탯 등 6명이다.

홍콩 경찰은 2020년 중국공산당이 시행한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외부 세력과 공모해 국가안보를 위협한 혐의’를 적용해 이들 6명을 이미 수배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 홍콩 당국은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새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이들 6명을 추가로 제재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홍콩 최고 법원인 종심법원에서 영국인 판사 2명이 사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그중 한 명인 로런스 콜린스 판사는 “홍콩의 정치 상황 탓에 사임한다”며 “특히 홍콩의 법치는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들 6명은 영국으로 도피한 뒤에도 계속해서 외부 세력과 공모해 홍콩과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 자금을 제공하는 등 이들의 활동을 도울 경우 최대 7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이들 6명을 포함한 민주 활동가 총 13명에 대해 1인당 100만 홍콩달러(약 1억 7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건 바 있다.

2020년 7월 1일,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반대 집회가 열린 가운데 진압 경찰이 기자들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 Dale De La Rey/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중국과 홍콩 당국은 국가보안법을 즉각 폐지해야 하며, 민주 활동가에 대한 탄압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에는 영국 외무부가 캐머런 장관의 지시에 따라 정쩌광 영국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해 “사이버 공격, 스파이 행위, 민주 활동가 단속 등이 영국 내에서 벌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네이선 로 전 의원은 “2020년 영국으로 망명할 때 홍콩 여권을 반납했기 때문에, 이번 여권 취소는 무의미한 조치”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 홍콩인들은 무엇보다도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그러면서도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과 판단 기준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홍콩 노동권 모니터’의 전무이사인 멍시우탯은 “(홍콩 정부가) 내 여권은 취소할 수 있어도,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절대 빼앗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의 권리와 가치를 되찾을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시몬 청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런 조치는 아무런 의미도, 효과도 없는 보여주기식 조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우리를 탄압하려는 시도는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할 뿐”이라며 “홍콩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역설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