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제품 정보수집 위험 수위” 미 의회, 기술협정 종료 촉구

박숙자
2024년 03월 13일 오전 11:54 업데이트: 2024년 03월 13일 오전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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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중국산 제품을 통한 정보수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40여 년간 이어온 미·중 과학기술협정(STA)을 종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최근 미국 항구에 설치된 중국산 화물 크레인을 조사한 결과, 일부 크레인에 크레인 작동과 무관한 통신 장치가 장착돼 있고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여러 항구의 크레인에서 등록되지 않았거나 항만공사 측에서 요청하지 않은 무선 모뎀 등 통신장비가 발견됐다. 이런 장비들은 원격접속이 가능했다.

해당 크레인은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이 제조한 것으로 미국 항구에서 사용하는 크레인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크 그린 국토안보위 위원장은 “중국 정부는 악용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이용해 가치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미국의 중요한 인프라에 체계적으로 침투하고 허점을 이용해 정보를 훔치고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 위협을 간과해 왔다”고 지적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항만 크레인이 미국과 전 세계 공급망에 연쇄 타격을 가하는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시인하고, 관련 보안을 강화하는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미 정보당국도 중국의 대미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미 의회에 출석해 ” 중국 해커들이 미국 내 전력망, 상하수처리장, 교통수송시스템 등 기반시설을 빈번히 공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의 대응은?…미·중 과학기술협정 종료 시사

미 의회에서는 중국의 안보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이달 초 6개월 연장된 ‘미·중 과학기술협정(STA)’에 대한 추가 연장 제한을 바이든 행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 협정은 1979년 미중 수교 당시 체결된 것으로 그동안 5년 단위로 갱신돼 왔다. 양국 간 과학기술협력의 기반이 된 협정으로 기초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인적·물적 교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23년 8월 만료 이후 미국은 6개월 단기 연장만 하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지난달 연장 합의가 두 번째 단기 연장인 셈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양국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협정을 연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마이크 갤러거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 위원장 등 공화당 하원의원 10여 명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협정 연장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민간 분야 연구 협력을 위해 마련된 이 협정이 중국의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는 일에 악용돼 왔다고 비판했다.

그 한 사례로 지난해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정찰 풍선을 언급했다.

서한은 “2018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이 협정에 따라 중국 기상청과 대기 연구를 위한 계측 풍선 발사 프로젝트를 조직했다”며 “몇 년 후 중국은 유사한 풍선 기술을 사용해 미국 영토에 있는 미군 기지를 감시했는데, 이는 명백한 주권 침해다”라고 밝혔다.

중국, 미국과의 기술 디커플링 추진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을 상대로 기술 빼돌리기를 시도하는 한편, 미국과의 첨단기술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2022년 9월에 ‘79호 문건’을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극비로 분류된 이 문건에는 금융·에너지 업체 등 국유기업에 2027년까지 IT 시스템 내 해외 소프트웨어를 교체하고 하드웨어를 포함한 외국산 제품을 퇴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은 델, IBM, 시스코 등을 우선 퇴출하고 이후 각 분야에서 중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첨단기술부터 식량과 같은 기본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자급자족을 통해 서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