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한국-쿠바 수교의 의미와 우리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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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4년 02월 27일 오후 5:03 업데이트: 2024년 02월 28일 오후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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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쿠바 수교의 의미와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가요?

답변_이수석 21세기 안보전략연구원 석좌연구위원

-한국-쿠바 수교를 어떻게 보시나요?

“세계가 깜짝 놀랄 일입니다. 외교부는 한국과 쿠바가 2월 14일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고 밝혔죠. 그 결과 쿠바는 우리나라의 193번째 수교국이 되었습니다.”

“한국-쿠바 수교로 인해 북한의 충격이 컸을 겁니다. 과거 1990년대 한중수교, 한러수교만큼이나 북한은 배신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쿠바는 오랫동안 북한의 친선 우호국이었기 때문이죠. 비록 형제간의 세습이긴 하나 쿠바도 장기 공산주의 세습 정권을 유지했기 때문에 북한은 쿠바에 동질감을 많이 느꼈지만, 이제는 북한의 대(對)쿠바 인식이 달라질 것입니다.”

-한-쿠바 수교의 의의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쿠바는 한류로 인해 한국에 대해 호감을 많이 갖고 있었음에도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수교까지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쿠바가 북한을 의식하지 않고 한국을 선택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컸습니다. 북한의 방해 공작을 물리치고 우방국인 미국과의 협력을 토대로 이루어진, 우리 정부의 치밀한 외교 전략의 결실이자 승리라고 볼 수 있죠.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외교관계 수립은 대한민국의 대(對)중남미 외교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우리의 외교 지평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수교는 한반도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통성 있는 국가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외교 성과입니다.”

-그간 한국과 쿠바의 관계는 어떠했나요?

“쿠바는 1949년 7월 대한민국을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1959년 1월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됐습니다. 반면 쿠바는 북한과 1960년 수교한 뒤 반미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형제 국가’로 우호 관계를 이어왔죠. 현재 인구 1123만 명 규모의 쿠바는 중남미 유일의 공산국가입니다. 그러나 한국과 쿠바는 미수교 상태에서도 관광·문화 등 비정치 분야에서 꾸준히 교류를 확대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연간 1만4000명의 한국인들이 쿠바를 방문했습니다.”

-쿠바가 북한을 무시하고 한국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쿠바가 형제국가였던 북한을 무시하고 한국과 수교한 배경에는 쿠바의 대내외 정책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쿠바는 2014년 12월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선언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전개해 왔습니다. 미국과 쿠바의 여행 규제 완화로 공공 및 민간 연구 활동, 수출입 거래, 인도적 프로젝트 등 12개 분야에서 미국인의 쿠바 방문을 허용했습니다. 쿠바 수출입의 확대로 주택 및 건설자재, 민간 기업용 상품, 농기계, 미 통신사업자의 쿠바 내 IT 인프라 설치 등을 허용했어요. 미국과 쿠바의 금융거래 자유화로 미국과 쿠바 금융기관 간에 계좌 개설과 미국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의 쿠바 내 사용이 허용됐습니다.”

-개혁·개방 정책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겠군요.

“쿠바는 관광산업을 주력으로 선택해 외국인의 여행 자유를 허가했고, 일정한 정도의 개혁·개방을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한국도 쿠바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죠. 정치범을 석방하고 대미 및 서방 세계에 대한 호전적 언사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물론 미국과 쿠바는 오래전부터 가족들의 방문은 물론 학술, 문화 교류를 허용해 양국 국민들 간의 이해도는 이미 높아진 상태였고 국교 정상화 이후에는 모든 분야에서의 교류가 실시됐습니다. 이런 쿠바의 대내외정책의 전환과 미국의 대쿠바 정책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과 쿠바는 수교할 수 있었습니다. 쿠바는 북한과는 다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분위기를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쿠바 수교의 효과는 어떨까요?

“우리로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습니다. 현지 상주공관 개설에 따른 우리 교민에 대한 비자 발급 절차 등 영사 조력 제공이 보다 체계적이고 긴밀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한·쿠바 양국은 수교를 계기로 경제협력 확대와 양국의 기업 진출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기업의 쿠바 진출도 쉬워질 것입니다.”

“아울러 쿠바와의 교류 확대는 중남미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측면에서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쿠바는 현재 190여 개국과 수교하고 있고, 수도 아바나엔 100여 개가 넘는 국가가 대사관을 운영할 정도로 중남미 거점 국가 중 하나입니다. 쿠바는 제3세계 외교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에 양 국가의 국제기구 활동 시 수교 국가로서의 상호 지지 표명이 가능해졌습니다.”

-양국 간 문화 교류도 이뤄질까요?

“문화 교류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번 수교에서는 전 지구촌을 강타한 한류가 큰 몫을 했죠. 이미 쿠바 국민들 사이에 확산한 한류를 쿠바 정부도 의식했을 겁니다. 쿠바에선 지난 2013년부터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고 K-POP 등의 영향으로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어 약 1만 명 규모의 한류 팬클럽이 운영 중입니다. 이에 따라 수교를 계기로 상호 문화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한국-쿠바 외교관계 정립이 필요합니다. 한때 쿠바는 북한의 무기 거래 중간 매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쿠바는 북한과는 여전히 수교 국가이고,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지 않는 한, 북한-쿠바 관계가 한국의 국익과 상충할 수 있습니다. 쿠바와 북한과의 경제 거래, 외교·군사적 접근 등에 대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쿠바 간 수교 소식에 침묵하던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러시아와의 교류를 대대적으로 부각하고, 일본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전통 형제국’의 배신을 러시아와의 밀착과 일본과의 관계 개선으로 만회하려는 의도입니다. 북한과 쿠바 간의 단교 가능성 등 양국 관계의 변화 양상도 지켜봐야 합니다.”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와의 수교에 제약은 없을까요?

“자본주의 기업과 우리 교민의 활동에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쿠바와의 경제 협력 시, 이익 창출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성급한 투자보다는 쿠바 경제 정책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는 한편, 정부가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합니다.”

“쿠바와의 수교로 많은 한국인들이 쿠바를 방문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국민과 현지 교민의 안전 대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위급 상황 시 영사 조력을 포함해서 의료 지원, 현지 치안 당국과 협력한 범죄 예방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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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브리프 통권 288호